브라이언 왈쉬와 실비아 키이즈마트의 [제국과 천국]을 읽었다.
본서의 저술의도는 로마제국 치하의 교회들에게 읽혔던 골로새서의 혁명적인 메시지가 오늘날 소비만능주의의 경제제국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대로 들려지게 하는 것이다.
먼저 이것을 위해 저자들이 사용한 글쓰기 방식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포스트모던시대의 창의적 글쓰기의 매우 훌륭한 모범을 보여준다(골로새서의 현대적 탈굼, Q&A, 눔바와 오네시모의 관점에서 쓴 가상 내러티브 등).
하나의 책 안에 다양한 문체와 시점, 심지어 장르까지 뒤섞여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포스트모던적이다. 그리고 얼핏 산만해보이기까지 하는 이 다양한 변주곡들은 함께 모여서 '골로새서의 현대적 재구성'이라는 목표를 탁월하게 이루어낸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있다. 책의 초중반에 포스트모더니티에 대한 분석과 포스트모던 인식론을 성서 해석학에 연결시키는 것에 상당한 분량이 할애되었다. 이 부분은 이 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론적 중추이지만 포스트모던 담론에 익숙치않은 독자들의 낙오를 유발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저자들이 골로새서의 혁명적 메시지가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들려지기를 원했다면, 이 부분에서 좀 더 일반독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글쓰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중반 낙오를 피하기 위해서는 책읽기 모임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실천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도 함께 읽는 공동체가 있다면 매우 좋을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탄탄한 이론적 기초를 세우면서도 매우 "실천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골로새서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지만 고민하게 하는 부분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박득훈 목사님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본서의 저자들처럼 골로새서를 읽고 실천할 수 있다면 한국교회 안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지각변동'이라는 용어가 과도한지 아닌지는 읽어보면 알 것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함께 읽고, 이야기하고, 이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