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그 목격자들>, 리처드 보컴, 새물결플러스

이 책은 지난 백여년간 신약학계를 지배해 온 불트만 류의 양식비평에 대항하여, 복음서에 기록된 목격자들의 증언을 신뢰하는 방식의 복음서 연구를 주장하는 책입니다. 
성서연구에 있어서 의심의 해석학에 맞서는 '신뢰의 해석학'을, 역사적 회의주의에 맞서는 '비판적 실재론'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톰 라이트의 접근법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물론 차이점도 있습니다. 
라이트의 연구방법론은 예수사건의 역사적 실체에 접근해 감에 있어서 구약성서와 여러 방대한 1세기 유대 문헌 그리고 고고학적 증거들을 종합하여 '재구성'한 당시 유대인들의 세계관과 실천에 대한 그림을 중시합니다.
그는 이러한 1세기 유대 세계에서 '과연 예수에게 그리고 예수를 통하여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에 그 결과로 신약성서와 초대교회라는 역사적 산물이 출현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가장 개연성 있는 가설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가설을 다른 역사적 증거들과의 끊임없는 상호검증을 통해 수정하고 개선해가는 과정을 거쳐, '포괄성, 단순성, 보편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가설을 채택하고자 합니다. 라이트에 의하면, 이것은 현재까지 가장 좋은 가설일 수 있지만 여전히 수정과 변화에 대해 열려 있는 '잠정적인' 가설입니다. 
라이트는 이 방식이 역사연구에 있어서 순진한 실재론과 불가지론적 회의주의 양자를 모두 극복하고 역사적 실재에 접근해가는 가장 신뢰할만한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보컴 역시 큰 틀에서는 라이트의 문제의식에 동의하겠지만, 보컴의 전략은 1세기 유대 세계에 대한 재구성보다는 복음서가 믿을만한 목격자들의 증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것을 설득력있게 논증해낼 수 있다면, 그 후엔 복음서의 증언을 신뢰하며 수용하는 것이 우리가 역사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약간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두 비판적 실재론자의 접근 중에서 현재 보수적인 한국교회의 토양에서 더 받아들여질만한 것은 아마도 보컴의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약성서의 역사성을 학문적으로 변증함에 있어서 톰라이트보다 단순하고 실용적이며 보수신자에게 더 와닿는 접근을 제공한다는 점이 보컴의 이 책이 주는 유용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중간쯤 나오는 기억에 대한 현상학적 논의에서 잠시 시험에 빠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특히 후반부의 요한복음 저자에 대한 부분은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복음서의 역사적 신뢰성에 대해서 단순히 '성경이니까 믿어'가 아니라, 깊이있는 학문적 검증을 통해 배워가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열렬히 추천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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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가 배출해 낸 걸출한 인물 중 하나인 신약학자 리처드 보캄의 책.

'포스트모더니즘의 메타 내러티브에 대한 불신', '성서에 나타나는 메타내러티브적 특성과 비 메타내러티브적 특성의 조화', '빈부격차 심화와 약소국 착취를 불러오는 경제적 세계화의 시대에 기독교 선교가 취해야할 태도' 등 각각이 책 한권을 만들어내고도 남는 무게감 있는 여러 이슈들을 '특수'와 '보편'이라는 개념으로 연결하여 이 얇은 책 안에 성공적으로 담아낸 저자의 내공이 놀랍다.

두고두고 여러번 읽을 가치를 가진 책이라 생각한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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