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은행나무
소설을 소개하며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매너가 아니다.
대신 이 책을 어떤 목적으로 읽게 되었는지, 얼마나 충실히 그 목적을 달성했는지를 이야기해보자.
민방위훈련에 안보교육이라는 시간이 있다.
극우세력의 안보장사에 기여하는 아주 신박한 헛소리들이 쏟아지는데, 이걸 듣고 앉아 있는게 아주 고역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안보교육도 좀 바뀌기를 기대해본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기가 불가능한 것과 비슷한 이치로,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더욱 잘 들리고, 듣다보면 결국 짜증나고 마는 일이 민방위훈련때마다 반복되었다.
재밌는 책을 일부러 골라가기보다는 보통 그 즈음 읽던 책을 가져가곤 했는데, 귀를 뚫고 들어오는 헛소리를 막아내기엔 가져간 책마다 번번히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이번 민방위훈련을 앞두고 신중히 선택한 책이 이 책이었다.
믿고 읽는 정유정이니까.
결과는?
이번 안보교육 한시간은 거의 완벽히 내 인생에서 지워졌다.
무아지경, 그리고 타임워프를 경험하고 싶다면 정유정의 소설을 추천한다.
덧. 무서운 책 싫어하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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