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총,균,쇠>를 읽었다.
책의 주제는 인류의 문명발전에 있어 각 대륙 사이에 엄청난 속도차이가 나타난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해내는 것이다.
그것을 규명해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없을 때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된 온갖 사이비 설명들이 득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구사회를 향해 '니들이 문명발전을 선점하여 강자, 부자의 자리에서 잘난 척 하고 있는 건, 너희들의 인종적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니들이 태어난 지리적 위치의 유리함 때문이야'라고 일갈한다.
한마디로 "자리빨(?) 주제에 잘난 척 하지마라"인 거다.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된 온갖 사이비이론에서 힘을 얻은 자민족우월주의가 역사 속에서 인류를 얼마나 큰 재앙 속으로 몰아넣었는지를 생각해 볼 때, 매우 큰 존재가치를 가진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은 간결하고 매력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낚시 떡밥에 가깝다.
이 책에 의하면, 문명발전의 편차를 만들어낸 요인에 있어서 총, 균, 쇠는 부수적인 것이고 더 근본적인 것은 "곡물, 가축, 대륙의 축방향" 이기 때문이다.
책은 분량이 상당하지만, 쉽고 흥미진진해서 잘 읽힌다.
뒤로 가면서 내용이 반복되어서 약간 지루해지는 감이 있지만, 복잡하고 무게감 있는 주제를 이정도로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대중과학서를 쓸 수 있는 저자의 역량에 연신 감탄하며 읽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은, 저자가 논지를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례들을 쏟아내는데, 그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재밌고, 그렇게 얻는 지식의 양이 상당하며 매우 유익하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신앙과 과학'이라는 이슈를 풀어가는데 있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대부분의 논의가 오리진 문제, 창세기 1~3장의 해석 문제에만 집중되어 있는데, 그것조차 '창조 vs 진화'라는 구도에 고착되어 크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몇 분들의 활약에 힘입어 다양한 입장들이 설득력있게 소개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신앙과 과학의 관계가 이론적으로 잘 정립되고, 신앙과 과학 사이에 활발한 대화, 소통, 상호배움이 일어나서 이런 책이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도움과 유익을 줄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진화론자가 쓴 불온(?)한 책' 정도의 취급을 받기엔 정말 아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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