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한겨레출판사

 

얼마 전, 마흔도 안 된 나이에 주례를 서게 되면서 부담이 많았다.
주례를 준비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서 이 책 저 책 읽어보았는데, 그 중 하나가 장강명의 <5년 만에 신혼여행>이었다.

장강명의 소설을 참 좋아하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개인적 삶, 가령 결혼 스토리라던지 아내는 어떤 사람인지 등이 궁금했고, 결혼에 대한 그의 생각도 알고 싶었다.

읽어보니 결혼에 대해 그닥 심오한 사상을 드러낸 책은 아니었지만, 결혼에 대한 에세이로나 여행에세이로나 편하게 술술 읽히는 괜찮은 책이었다.

이 책이 장강명 소설의 애독자들에게 주는 깨알 같지만 귀중한 정보는 그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이들 부부의 결혼 전 상황을 글재료로 하여 쓴 작품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이 책을 읽거나, 이 책을 읽고 <한국이 싫어서>를 읽으면 한층 더 재밌는 독서를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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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예담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통일 후 북한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서, ‘믿고 읽는작가 장강명의 작품입니다.

통일 후 남북한의 사회적 갈등과 다양한 정치적 역동을 그린 정치사회소설을 예상했으니, 아마도 <표백>, <댓글부대> 등으로 저에게 형성된 장강명의 이미지가 그랬나봅니다.

그러나 웬걸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아주 제대로장르소설입니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와, 독자의 눈앞에 장면을 그대로 그려 보여주는 듯한 생생한 묘사로 인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하게 됩니다(참 진부한 소감입니다만 정말로 그렇습니다^^;).

거의 손볼 곳 없이 그대로 영화 시나리오로 써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미 영화 제작이 결정 되었다는 기사가 있네요)

장강명이 장르소설도 이렇게 잘 써낼 줄이야, 스펙트럼이 정말 넓고 다양한, 참으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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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한국이 싫어서><표백>의 작가 장강명의 작품이다.

<표백>과 마찬가지로 이십대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 불행하게 살 수 없어 호주로 홀연히 이민을 떠난 한 20대 여성의 분투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표백>처럼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다.

주인공의 좌충우돌 고생담을 오히려 밝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그려냈다.

그런데도 읽고나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의 한국사회는 과연 젊은이들이 살아갈 만한 곳인가하는 묵직한 화두를 다시 한번 우리에게 던진다.

계속 주시하며 읽어야 할 작가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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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장강명, 한겨레출판

 

장강명의 이름을 널리 알린 문제작이다.

88만원세대, N포세대라 불리는 이삼십대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세대론'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활발히 일어난 바 있다.

하지만 장강명의 <표백>은 어떤 사회학 이론과 통계자료가 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을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만들어낸다.

 

장강명이 소설 속의 한 인물의 입을 빌려 말하는 우리 시대는 완성된 사회.

흠없이 완벽한 사회라는 뜻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싸워 얻어낼 대의나 이뤄야 할 성취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라는 뜻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산업화세대에 의해 시작된 경제성장도 이제는 거의 한계치에 이르렀고, 486세대에 의해 정치적 민주화 역시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물론 최근에 이명박근혜 정부와 같은 준독재정권도 출현했으나 엄밀히 말하면 그들도 민주주의시스템 안에서의 나쁜 정부라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사회 속에서 어떠한 의미와 가치도 붙들지 못하고 어떠한 성취도 이루지 못하고 표류하는 젊은이들을 무색으로 표백된 상태에 빗대어 표백세대라 이름붙인다.

이런 사회 속에서 그의 소설 속 인물은 자살을 선택한다.

그리고 죽기 전에 치밀하게 진행해 놓은 예비작업을 통해서 자신의 추종자들이 연쇄적으로 자살하도록 유도한다.

그들에 의하면 그들의 자살은 삶을 비관해서 하는 일반적인 자살과는 다르다.

그들은 그것이 우리 세대에게 의미와 성취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저항과 투쟁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죽음을 막을 어떤 대답을 가지고 있는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치부해버리기엔 너무도 있을 법한 이야기,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처절한 절규와 몸부림의 이야기가 가슴에 사무치게 다가왔다.

내 나이도 내년이면 어느새 마흔이다.

88만원세대라 불리기 시작했던 세대의 맏형으로서 나는 이 책의 질문에 어떤 답을 가지고 있는까?

나는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붙들고 살아갈 의미와 가치가 복음과 교회 안에 있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표백된 젊은이들보다 더욱 허옇게 표백된 우리시대의 복음과 우리 시대의 교회가 그들에게 정말 와닿는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 한없이 슬프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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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문학동네

 

공모전 싹쓸이(?) 작가 장강명의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시간순서를 뒤섞은 독특한 서술방식, ‘우주알이라는 SF스러운 소재의 도입 등 기법상 흥미로운 점이 매우 많은 소설이다.

하지만 단지 그러한 독특하고 현란한 문학적 장치로만 승부하는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을 묵직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댓글부대>를 쓴 이가 <그믐>을 쓴 이와 동일인이라니, 작가의 스펙트럼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그래서 장강명에 연달아 놀란 나는 이제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그의 소설 <표백>으로 향한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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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장강명, 은행나무

국정원 댓글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소설로서, 제3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다.
내가 읽은 장강명의 첫 소설인데, 사람들이 왜 장강명 장강명 하는지 이 한 권으로도 충분히 알 것 같다.
이게 이미 일어난 일, 또는 앞으로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한 일을 가지고 쓴 소설이라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싶지만, 소설 속에 나타나는 유흥, 접대 문화에 대한 선정적인 묘사가 추천을 주저하게 만들기는 한다. 
굳이 그 정도의 분량과 횟수로 다루어야 했나 불편한 마음도 있었지만, 단지 독자의 흥미유발을 위해서만 넣은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댓글조작 배후에 있는 이들의 비도덕성, 그리고 댓글조작요원들의 찌질하고 안쓰러운 삶을 보여주는데 필요한 부분이었던 거 같다.

아무튼 강추한다.
읽고 '와, 이런 세상이구나' 깨닫고 정신 바짝 차리고 살자.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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