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나의 대학선배이고 한때 아내가 일했던 회사의 사장님이었다. 내가 저자를 처음 만난 건 대략 15년전 저자가 IVF모임에 강의를 하러 왔을 때였다. 그 때 저자는 강의 초반에 주제에서 이탈한 후 방대한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다가 끝내 본주제로 돌아오지 못하고 강의를 끝내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매우 훌륭한, 그러나 예고된 것과 전혀 다른 주제의 강의를 들었었다. 

그 때 나는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저렇게 엄청난 양의 지식을 가진 똑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간 나올줄 알았던 그의 첫번째 책이 드디어 나왔다. 나꼼수현상에 대해 신학적/인문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한국사회를 강타한 나꼼수 신드롬에 대한 교회의 반응은 크게 셋으로 나뉠 수 있다. '무관심하기', '왠지 꺼림칙(?)한 마음으로 몰래 듣기', '나꼼수가 놓인 시대적 맥락을 무시하고 미시윤리적(가령, "욕하면 나빠", "비꼬면 나빠")으로 비판하며 거부하기'. 이러한 상황에서 '나꼼수현상에 대한 기독교적 답변'이라는 불모지를 개척한 책이 나왔음이 매우 반갑다.

저자는 나꼼수현상과 그에 대한 한국사회와 교회의 반응을 분석하는데에 있어서,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 니체의 아폴로-디오니소스 이론 등의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활용한다. 그 분석은 매우 적절하며 흥미진진하다. 한번 잡으면 도저히 놓을 수 없는 흡입력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 신학적/인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다. 다양한 입장이 각축을 벌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문제에 대해 어떻게 찬성/반대, 참여/거리두기를 결정할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미시윤리 적용이 아닌 깊은 신학적/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판단해가는 것에 대한 하나의 탁월한 모델을 볼 수 있다. 
특히 인문학이 현학적인 사람들의 지적유희라고 생각하며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매우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고 고민과 토론이 활발히 일어나면 좋겠다.

그래서 나꼼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고? 궁금하면 꼭 읽어보시길!!^^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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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책 구입에는 매우 신중한 편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 대출빚을 꽤 내어 결혼하게 되자 '왠만하면 빌려 읽고 다시 꺼내 읽을만한 책만 사자' 결심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철들었구나' 싶은, 지금도 나름 대견하게 여기는 결정이다(출판사들은 나같은 사람 참 싫겠지만ㅋㅋ)


이 '소장가치'라는 기준에 따라, 나는 왠만하면 정치서적은 사서 읽지 않는다. 특정 시기에만 의미있는 이 분야 책들의 한시적 특성 때문이다.
아무리 선견자적 통찰을 지닌 대단한 책이라 해도, 나중에 이미 지나간 상황에 대한 철지난 예측과 분석을 다시 꺼내 읽게 될까? 아니다. 그맘때 열심히 빌려 읽으면 그만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 [닥치고 정치] 역시 동네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무려 예약3순위로 밀려 있다가 몇주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받아보았다. 그런데 불과 수십페이지 읽다가, 이 책은 무조건 반드시 결코 절대 사야할 책이라는걸 깨달았다.
이 책은 갖고 있어야 한다. 김어준의 '무학의 통찰(그 스스로 이렇게 표현하는데 이건 김어준표 겸손이다)'이 보여주는 엄청난 내공이 바로 이 책의 '소장가치'다.
상황은 바뀌어도 통찰은 유효하다. 세월이 흘러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뀐채 비슷한 역사가 반복될 때 그가 지금의 상황에서 뽑아낸 통찰은 그 때에도 분명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샀다.

또한 이 책에는 이 분야 다른 책들에
서는 보기 드문 '감성'이 있다. 그가 인위적으로 감동을 주려는 사람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그 감성은 더욱 호소력이 있다. 김어준이 왜 나꼼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대목을 아내에게 읽어주다 나도 울고 아내도 울었다.
김어준에게는 염치가 있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고 의리가 있고 '가슴'이 있다. 그래서 난 맨날 씨바씨바거리는 이 욕쟁이 아저씨가 좋다.

다 읽고 책을 덮는데 책의 마지막 장에 나보다 앞서 빌린 사람이 남긴 글이 눈에 띈다(감히 도서관 책에 낙서를!!ㅋ).
하지만 난 이 분 정말 이해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 후에 나 이후에 그 책을 빌려볼 사람에게 "당신도 읽으셨군요. 우리 잘해봅시다"라고 다정하게 말 걸고 싶은 책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여기 그런 책이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불특정다수에게 '제발 이 책을 읽어 보세요'하고 떠들고 싶어진다. 그게 내가 여기서 떠들고 있는 이유이고...^_^; 

너무 많이 떠들었다. 암튼 이 책... 닥치고 읽어야 된다. 정말이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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