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을 완결지을 새도 없이 너무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이 책은 노무현재단과 유시민이 그의 생전의 여러 기록들과 그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해서 편집하여 완성한 책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이 책은 자서전의 엄밀한 정의를 충족시키에는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이 노무현 자서전으로 손색이 없는 이유가 있다면 이 책이 그 분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대통령 노무현의 고뇌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화끈한 진보대통령이 되어주기를 바랬던, 그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의 바램과 달리 그는 결국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게 비난당하고 외면당한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결국 그 길을 가기까지의 그의 선택과 행보에는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고뇌가 담겨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그 고민과 고뇌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 대통령으로서 그는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피해 입을 약자들로 인해 마음 아파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는 자기의 선택에 대해 100% 확신하지도 만족하지도 않았다. 그는 때로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로 인해 후회했다. 또한 그는 비난당할까봐 두려워했고 혼란해했고 그래서 변명도 했다. 또한 그는 상처받았고 서운해했고 외로워했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이 그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이 책은 그를 닮아 가식없이 참 솔직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가 겪었을 고통과 외로움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특히 부패한 수구언론과의 외로운 싸움이 그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이 책은 고인이 헤치고 나아가려 몸부림쳤던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언론은, 우리의 정치판은 평범한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원했던 보통사람이 좋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퇴임 후 살기 원했던 농민과 시민운동가로서의 소박한 삶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이 정도 두께의 자서전 한권이 충분히 더 나올만큼 가치있는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퇴임 이후의 그의 삶과 계획은 나에게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나는 이 책이 그 지점에서 그렇게 급작스럽고 허무하게 끝나버려야만 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훗날 우리의 역사가 '대통령 노무현'을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할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 역시 대통령으로서 그가 했던 선택과 결정들로 인해 실망했던 적도 많았다. 그는 결코 완벽한 대통령이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도 추악한 대통령을 많이 배출했던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에 비추어 볼 때, 고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의 후대에게 우리 시대도 이런 대통령을 가졌었노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사람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인간 노무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대통령 노무현’보다는 '인간 노무현'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나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던 인간 노무현의 꿈과 그 걸음걸음을 응원했고 존경해왔다. 책을 읽고 나니 새삼 그가 많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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