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망치는 남자>, 도널드 밀러, 옐로브릭


저는 도널드 밀러의 책을 참 좋아합니다. 
일견 가벼워보이는 그의 글 속에는 삶을 변화시킬 만한 보석같은 지혜들이 가득합니다.
또한 그 지혜를 훈계조나 설교투가 아니라, 위트 넘치고 가슴 찡한 자기 이야기 속에 담아 진솔하게 전하는 그의 글쓰기 방식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이 책 역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 책은 밀러의 다른 어떤 책보다도 특히 좋았습니다.

사람 웃기는 재주는 여전합니다. 문화 차이와 번역의 문제, 책이라는 활자매체의 한계 등의 여러 제약을 극복하고 서구작가가 한국독자에게 책에서 개그드립을 쳐서 현웃터지게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 읽다가 여러번 현웃터졌습니다.
"돈, 너는 재활을 참 잘해" 
'그 뒤로 나는 가라데 사범이 좋아졌다' 

(이게 뭔지 궁금하면 서점으로...ㅋㅋㅋ)


한글제목이 <연애 망치는 남자> (원제는 "scary close")라 마치 연애에 관한 책일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어떻게 나는 나쁜 관계의 습관을 버렸나"라는 부제가 책의 주제를 더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난 세월동안 진실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가로막아온 생각, 신념, 가치관, 습관 등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후 진짜 관계를 맺는 모험 속으로 어떻게 뛰어들게 되었는지 자신의 여정을 솔직하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진짜 사랑하며 사는 삶'이라는 모험을 떠날 수 있도록 자신을 도와준 아내 벳시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와 더불어 책이 다루고 있는 영역은 연애, 결혼, 우정, 육아, 가족, 직장, 공동체 등 매우 다양합니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감정을 느꼈습니다.
저자의 옛날 모습과 내 현재 모습이 매우 비슷함을 보면서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그 사실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자를 진실한 삶으로 이끌어간 동료들을 보며 여러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있나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8년째 결혼생활을 해오지만 여전히 때로는 많이 삐걱거리고 갈등하며 그래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소중한 아내도 생각났습니다.
'아내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아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돕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용기를 내어 부탁하자'는 결심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두려워하던 저자에게서 제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깨달음처럼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능력이나 성취의 문제가 아니라 정직함에 달려있다면, 저 역시 노력해볼 수 있겠다는 격려도 받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의 울림이 매우 컸습니다.
이 책이 제 마음의 표면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깊숙한 지점을 두드리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는 책을 통해 마음을 두드리시는 주님의 인도를 따라가느냐 그냥 읽고 넘기느냐에 달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그 인도하심을 충실히 따라가서 지금보다 더 진실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된다면, 이 생에서든 훗날 주님의 나라에서든 꼭 도널드 밀러를 만나 인사하고 싶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정직하고 용기있는 글을 써줘서 고맙다'고 말입니다.

재주없고 재미없는 사람들이 보통 취미가 독서라고 말한다는데 제가 그렇습니다. 
물론 독서광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 나이의 평균적인 사람들보다는 약간 더 많은 책을 읽은 거 같습니다. 
그렇게 읽었던 책들 중에서 제 인생의 가장 좋은 책 다섯 권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거기에 집어넣을만한 책입니다.
진실하게 사랑하며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결심이 무뎌지고 삶의 초점이 흐려질 때, 간간히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제 책장 속 가장 손에 잘 잡히는 자리에 놔두고 싶은 책입니다.

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너무 극찬 일색이라 맘에 걸리지만 모두 진심이라 뺄 말이 없습니다.
도널드 밀러의 <연애 망치는 남자> 정말 강추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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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즈처럼 하나님은>, <천년동안 백만마일>의 저자 도널드 밀러가 아버지 상실의 경험을 극복하며 성장해간 이야기를 쓴 회고록이다.
국내 출간 후 이 책에 대한 극찬과 호평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내 마음 속에는 약간의 설레임과 긴장감 같은 것이 있었다.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혹시 이 책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책을 집어들자마자 곧 빠져들어 잠시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날 새벽 늦게까지 완주한 후에야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위로와 소망과 감사가 교차했다.
새벽감성(?) 탓도 있겠지만 눈시울을 붉혀가며 읽은 곳도 여러 곳이었다.

한마디로, 딱 도널드 밀러의 책이다. 
그의 책이 늘 그렇듯이 책 전체에 유머가 넘친다. 주제는 심각한데 분위기는 시트콤이다. 
또한 그는 애써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책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딱히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되었거나 깨닫게 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책 전체에서 묻어나는 진솔함으로 인해 참으로 깊은 위로를 얻었다. 

인생은 그리 간단치 않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인생에 좋은 멘토 한 두 명이 있다고 해서 완벽히 채워지는 공간이 아니다. 
내적치유와 기도에 관한 신앙처방 몇 가지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한 이들은 인생 내내 그 상실과 씨름한다.
그런데 도널드 밀러의 이야기에는 예수 믿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논리에 인생을 억지로 구겨넣는 '단순화'도, 시련을 불굴의 신앙으로 극복해내었다는 '허세'도 보이지 않는다. 
상실의 경험 속에서 아파하며 더듬더듬 길을 찾아갔던 한 청년의 진솔한 고백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난 도널드 밀러의 책이 좋다.

그에게처럼 나에게도, 내 삶에 다가와 아버지와 같은 놀라운 사랑으로 날 사랑해주셨던 분들이 있었다.
좋은 아버지가 무엇이고 훌륭한 남자가 무엇인지를 삶으로 살아내며 내가 그것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워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분들과의 만남을 매개해 준 공동체가 있었다.
돌아보면, 그건 나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내 삶에 주어진 선물이고 은혜였다.
이 책 제목 밑에 있는 문구처럼, 하나님께서 내 삶을 통해서도 '상실의 이야기를 더 나은 이야기로 써나가셨다'면, 그건 어느날 홀연히 일어난 마술 같은 치유를 통해서가 아니였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공동체와 그 안에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내 삶에 일어난 일이었다.

열렬히 권하고 싶은 참 좋은 책이다.
특정 경험을 한 이들만의 책이라고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이유로 좋은 아버지의 상실과 부재를 경험하였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이야기를 살아내기 원하는 이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이해하고 돕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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