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별>, 도진기, 황금가지

 

도진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유다의 별>을 읽었다.

도진기는 현대 한국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전직 판사이면서 현직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판사 재직시절에 추리소설에 깊이 심취해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수준낮은 몇몇 한국추리소설을 접하고는 지금 내가 써도 이것보다 잘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읽어보니 그는 이야기 구성이나 등장인물의 캐릭터 구축 등에 강점을 가진 쪽은 아니었고 미스테리와 트릭을 중시하는 본격물 작가에 가까웠다.
트릭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다소 어색해서 가끔은 내가 소설을 읽고있나 추리퀴즈책을 읽고 있나 혼동이 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읽기 편한 한글 이름과 지명으로 추리소설을 읽으니 술술 읽히고 친숙하여 좋았다.

내 마음 속에 어느 정도 국내작품 가산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읽고나서 그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는 것을 보니 꽤 흥미롭게 읽은 것은 분명하다.

오랜 역사와 두터운 작가군을 가진 일본추리소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짧은 역사와 좁은 시장 등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 정도의 작품을 써내는 이가 있노라고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도진기의 <유다의 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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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1,2>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미야베 미유키의 <낙원><모방범>의 속편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속편이라 할 정도로 전작과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낙원><모방범>의 주요인물이었던 마에하타 시케코가 그로부터 9년 후에 겪게 되는 새로운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모방범>을 읽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독립된 이야기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래도 소설의 초반에는 <모방범> 사건의 트라우마로 9년동안 시게코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방범>의 범인은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등의 내용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끝나버린 <모방범> 이후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작가의 팬서비스라고나 할까요.

작가의 의도이든 아니든 같은 등장인물을 통해 <낙원><모방범>과 연결시킨 것은 꽤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낙원>을 읽게 된 이유도 <모방범>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서였으니까요.

미유키 자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모방범>과 이 책을 연결시킨 것만으로도 <모방범>의 열혈독자들을 꽤 많이 끌어안을 수 있으니, 작품의 주목도에도 판매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합니다.

반대로 <낙원>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경우에도, 저자가 군데군데 심어놓은 <모방범>의 흔적에 호기심이 생겨 <모방범>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놓았습니다.

(독립된 이야기지만 등장인물을 연결시켜 후속작으로 전작을 홍보하는 것 같은 방식은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로 연결된 <누군가><이름없는 독>에서도 나타납니다. 미유키가 즐겨쓰는 수법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독자들은 <낙원>을 저자의 최대 걸작인 <모방범>과 여러 모로 비교하며 읽을 수밖에 없게 되니 이러한 연결은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모방범>만 못해서 실망했다’, ‘아쉬웠다는 소감들도 꽤 눈에 띕니다.

그도 그럴 것이,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박진감이나 몰입도 면에서는 <모방범>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낙원><모방범>과는 다른 그만의 매력을 가진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치유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방범>과는 다른 의미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소설입니다.

추천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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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2, 3>,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드디어 <모방범>을 완주했다.

<모방범>은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의 필생의 역작으로서, '추리소설은 <모방범><모방범> 아닌 것으로 나뉜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독자들의 호들갑스러운 극찬이 쏟아지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경우가 워낙 많아 내심 염려도 있었다.

각 권 모두 오백 페이지가 넘는 책 세 권으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분량인데, 다 읽은 후의 감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천오백페이지에 쏟아부은 나의 시간과 노력은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이 작품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64>http://warinlife79.tistory.com/244와 더불어 내 인생 최고의 추리소설 자리에 성큼 올라섰다.

<64>와의 우열은 가리기가 정말 쉽지 않은 듯 하다.

<64>도 결코 볼륨이 작은 책은 아니지만, <모방범>은 그보다 거의 세배에 가까운 분량이다.

그러므로 대작이 주는 묵직한 감동과 여운이라는 면에서는 <모방범>의 승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볼륨 대비 재미의 양, 그러니까 소위 '가성비'의 관점에서 보면 <64>의 승리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당신이 추리소설에 흥미가 있는 편이라면, 반드시 둘 다 읽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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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미야베 미유키, 청어람미디어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중 하나다.

추리소설을 트릭과 반전 때문에 좋아하는 나는 사회파 추리소설을 읽고나면 뭔가 허전하다.

메시지도 좋고 여운도 남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거다. 

'좋긴 한데 그래도 독자에게 두뇌싸움을 조금만 걸어주지. 둘 다 해주면 금상첨화잖아' 하는 마음이다.

<이유> 역시 전형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이유>는 이 정도 작품성이라면 두뇌싸움 없어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야베 미유키에 열광하는구나 싶었다.

다작의 작가여서 미미월드에 빠졌다가는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미야베 미유키 최고의 수작이라 평가하는 <모방범>을 읽고 미미월드를 졸업하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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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독>,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이름없는 독>은 제가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첫 번째 책입니다.

최근 일본추리소설을 열심히 탐독해왔는데, 이 거장의 작품은 비교적 늦게 시작하게 된 셈입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에서 사회파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란 범죄에 사용된 트릭을 통해 독자와 두뇌싸움을 하는 것보다, 범죄를 통해 불의한 사회를 고발하고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두는 유형의 추리소설을 말합니다.

(본격 추리소설과 사회파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http://warinlife79.tistory.com/253 를 참고해주세요.)

저는 본격과 사회파의 요소 중에서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작품보다는 한 작품 안에 두 요소가 균형있게 어우러져 있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예상대로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은 사회파적인 요소가 매우 두드러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왜 그를 사회파의 거장이라 하는지 이 한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건과 관련하여 강렬한 반전 같은 건 없이 시종일관 잔잔합니다.

그래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의 다음 작품을 주저없이 뽑아들 수 있을 정도로는 충분히 좋았습니다.

<이름없는 독>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이 책도 참 좋았는데 더 좋은 책이 많다고 하니 기대되고 흐뭇합니다.

앞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이유>, <모방범> 정도는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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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우타노 쇼고, 한스미디어

 

추리소설의 윤리성을 따질 수 있다면,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은 세상에서 가장 비윤리적인 추리소설이라 할 만하다.

인터넷상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이 살인추리게임을 즐긴다는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멤버들은 순번대로 돌아가며 출제를 하는데, 출제자는 문제를 내기 위해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 살인의 미스터리에 대해 나머지 사람들이 밝혀내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악랄한 이야기를 지어내느냐고 저자를 비난할 수 있지만, 그가 왜 이런 설정을 고안해냈을지는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추리소설의 세부장르 중 본격소설이라는 것이 있다.

우타노 쇼고는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 본격소설의 재부흥을 가져온 소위 신본격파라 불리는 작가들 중의 한 명이다.

본격소설은 범인의 정체, 또는 범행에 사용된 트릭의 비밀을 밝히는 것을 중시하는 유형의 작품을 말한다.

본격소설에서는 작품의 플롯이나 등장인물의 캐릭터 같은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트릭의 설정과 해결에 기여하는 한에서만 의미가 있다.

(본격파의 반대편에는 사회파가 있다.

사회파들은 범인이나 트릭 자체보다는 그 범죄가 일어나게 된 사회적 상황이나 인간의 본성 등을 고찰하는 것을 더욱 중시한다.

그러므로 사회파 작가에게는 인물과 플롯 자체, , 인물의 성격묘사, 인물 간의 갈등, 사건과 사건 이후의 이야기 전개, 사건을 둘러싼 사회구조 등의 것들이 모두 중요하다.)

그렇다면 가장 순도높고 효율적인 본격소설은 무엇일까?

만약 등장인물의 성격묘사, 등장인물 간의 관계설정, 사건 전후의 이야기 전개 등에 들이는 번거로운 수고를 건너뛰고 범인이 누구인가’, ‘트릭이 무엇인가에 기여하는 정보만 제공하는 소설을 쓸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작가와 독자가 원없이 두뇌싸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이 작가로 하여금 '살인추리게임을 즐기는 추리덕후들의 대결'이라는 설정을 만들어내게 한 것이리라.

 

그런데 이러한 설정이 바로 이 책에 대한 호불호를 가르는 지점이 되는 것 같다.

사건의 범인과 트릭을 밝혀내기 위한 작가와의 두뇌싸움에 열광하는 본격매니아라면 이 책을 꽤 즐길 수 있을 것이다(설정의 비윤리성에 불쾌해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만들어내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 사건을 통해 드러난 부조리하고 불의한 사회구조에 대한 고발 등 사회파 소설이 가지는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만족스러운 작품일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본격파적인 요소와 사회파적인 요소 둘 다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친 극단적인 작품 보다는 한 작품 안에 그 두 요소가 적절하게 균형잡혀 있는 작품과 작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현재까진 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다).

본격소설 중에서도 가장 본격스러운 극단적 설정의 이 작품은 그래서 딱 절반만큼 좋았고 딱 절반만큼 아쉬웠다.

그래도 작품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핵심 트릭과 반전은 꽤 훌륭했다.

나는 그 트릭을 거의 비슷하게 맞췄다는 것을 자랑삼아 밝혀둔다. ^^*

 

이 작품은 <밀실살인게임 2.0>, <밀실살인게임 매니악스>로 이어지는 후속편으로 확장되었으니 대중적으로도 꽤 성공한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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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기리노 나쓰오, 황금가지

 

일본 하드보일드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인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을 읽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독한책이다.

잔인한 장면에 대한 노골적이고 사실적인 묘사, 독특한 인물과 기묘한 상황이 어우러져 극단으로 치닫는 사건 전개는 독자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재미야 두말할 필요 없지만, 잔인한 걸 싫어하는 분들은 절대 피해야 할 책이다.

 

남성들의 억압에 항거하는 여성들의 연대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읽어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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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산장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재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기가 막힌 반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호기심에 읽어보았지만, 뭐랄까 그냥 밋밋했다.

국내에서 다소 과대평가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보다 앞서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들의 혼합물 같은 느낌을 받는다.

1인칭 서술트릭으로 범인을 감춘다는 점에서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연상되며,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공범이라는 점에서는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떠오르고, 살인사건을 위장한 연극이라는 설정은 영화 <죽음의 만우절(April Fool’s Day, 1986)>과 유사하다.

좋은 재료들을 많이 섞어보았지만 결국 맛있지는 않은 음식과 같이 되어버렸다.

아쉬웠지만 저자의 초기작품임을 감안해서 보면 너그러이 봐줄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인칭 서술트릭을 잘 발전시켜서 이 책으로부터 6년 후에, 결국 <악의>라는 역작을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저자의 성장과 발전의 증거로는 의미있겠으나, 희대의 대반전이 있는 작품이라는 식으로 알려지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나처럼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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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포레

 

최근 일본추리소설을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

검증된 작가들의 대표작 위주로 읽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만족도가 높다.

이 책 역시 노리즈키 린타로의 대표작이고 호평들이 많아 읽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이 책에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주요 장치는 결국 1인칭 서술트릭인 셈이다.

이 트릭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큰 반전이겠지만, 이제 추리소설에서 서술트릭이라는 요소가 꽤 흔해졌음을 감안하면 트릭을 잘 쓰는 것이 정말 중요해졌다고 본다.

1인칭 서술트릭을 활용하여 범인을 감추거나 독자의 허를 찌른 책 중에서 최고봉을 꼽으라면 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를 들겠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오늘날 기준으로 봐도 트릭의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임이 분명한데다가 최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명실공히 최고봉이라 할만하다.

<악의(1996)><애크로이드 살인사건(1926)>과 무려 70년의 시간차가 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70년 동안의 추리소설의 발전을 반영하여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대에는 이 정도의 작품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주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니 적어도 나에겐 1인칭 서술트릭을 활용한 책이 만족스러우려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보다 오래 된 작품이거나, <악의>보다 잘 쓴 책이어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요리코를 위해>는 다소 아쉬운 책이었다.

서술 트릭의 완성도도 아쉬웠지만, 밝혀진 진상에서도 다소 논리적 비약이 느껴져 크게 와닿지가 않았다. 나에겐 이래저래 기대를 충족시켜주진 못한 책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극찬이 쏟아지는 책이다

아쉬웠다는 나의 감상은 매우 주관적이며 소수의견에 해당함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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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요코야마 히데오, 검은숲


요즘 일본 추리소설 삼매경입니다. 얼마전 제 인생 최고 추리소설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http://warinlife79.tistory.com/238가 갱신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악의>가 워낙에 역작이어서 이 순위는 당분간 바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몇 주만에 이 책이 <악의>를 밀어내고 제 마음 속 추리소설의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바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64>입니다.

소설제목인 64는 미제사건으로 남아버린 쇼와64년의 여아유괴살해사건의 사건명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경찰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과 부서 간의 갈등, 그리고 언론을 비롯한 경찰 외부 조직과의 긴장을 매우 사실적으로 다루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는 이것을 일반적으로 추리소설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범죄사건의 미스테리를 밝혀가는 요소 못지 않게 비중있게 다루기 때문에, ‘경찰소설의 대가'로 불립니다.

<64>는 그가 잘 하는 이것을 가장 잘 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4분의 3 정도가 경찰조직 내외부의 갈등과 그 안에서의 주인공의 고뇌를 치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고 공감이 가서 마치 '미생 중년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 부분만 따로 떼어서 직장생활을 소재로 한 소설로 출간해도 그 자체로 완성도 높고 재밌는 작품일 정도인데, 거기서 만족할 수 없다는 듯 이 책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이렇게 소설이 마무리되어 가는구나 싶을 때쯤 갑자기 새로운 사건이 터지며 그것이 64사건과 연결되어 결국 과거와 현재의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게 되는 소설의 마지막 4분의 1은 정말 압권입니다.

다 읽고 나서는 한동안 <64>에 관련된 여러 글을 검색하고 드라마, 영화 등을 찾아보며 한참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64앓이'라 부를 정도로, 저 같이 <64>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제 인생 최고의 추리소설 <64>를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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