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창해

 

한 작가의 최고의 작품은 가장 마지막에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최고의 작품이 준 충격과 감동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져버려 다른 작품들에 만족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독서는 매우 악조건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히가시노 게이고 베스트로 인정하는 <악의>를 읽고나서 만난 동일저자의 첫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 악조건을 감안해서 본다면, 매우 훌륭한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했지만, 어떠한 낚시도 없이 모든 떡밥을 수거했다.

(나는 자신이 던진 떡밥을 모두 수습해내는 것을 추리소설작가의 최고의 미덕으로 본다. 그걸 못 해내면 미드 <로스트> 같은 꼴이 난다.)

이 책도 수작이다.

만루홈런의 감동 이후에 친 안타 역시 깨끗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훌륭한 작가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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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요코하마 히데오, 들녘

 

존경받는 고위 경찰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수했다. 치매에 걸린 아내의 애원에 의한 촉탁살인이다.

그런데 범행 후 자수하기까지 이틀의 행적이 묘연하다.

그 이틀의 행적을 밝히려는 자들과 묻어두려는 자들 사이의 대결이 <사라진 이틀>을 이루는 스토리라인이다.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가진 소설은, 결국 그 이틀의 전모가 드러날 때 독자에게 충격 또는 감동을 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납득할 만한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오직 사라진 이틀에 대한 것으로만 소설 전체를 끌고 가기에, 읽다보면 심지어 작가가 걱정이 되기까지 한다.

'마무리를 잘 해야 할 텐데...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러지...'

그럼 결말은 어떨까?

이 소설은 나오키상의 결선까지 올라갔다가 낙선했는데, 평론가들이 제시한 낙선사유가 '결말의 현실성 결여'였다고 한다.

이 낙선사유는 이후 평론가와 대중 사이의 논쟁으로까지 번져가기도 했으나, 이 소설은 그 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1위에 올라 작품성 논란을 불식시켰다(나오키 의문의 1).

이 일로 저자가 '나오키상과 결별선언'까지 했다고 하니, 이 분도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쓰고 한성깔한다고 읽는다...^^;)한 것 같다.

나 역시 나오키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결말은 나에게 매우 만족스러웠다. 충분히 수작이라 할만하다.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푹 빠져 있던 내게, <사라진 이틀>은 요코하마 히데오라는 이름은 내 뇌리에 분명하게 각인시킨 소설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요코하마 히데오의 대표작<64>로 주저없이 내달린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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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베스트로 꼽는 책입니다.
매우 동감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뿐 아니라 살면서 읽은 모든 추리소설 중에서도 두 세 손 안에 꼽힐만합니다.
추리소설을 몇 권이나 읽었다고 그런 말을 하나 싶으시겠지만, 사실 저는 중고등학생 시절에 추리소설매니아였습니다.
대부분의 추리명작들은 모두 섭렵했고,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은 국내 출간된 것은 거의 다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것도 추리소설에 빠지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습작으로 몇 개 끄적여보기도 했는데, 그 때의 아이디어가 가끔 떠오르면 이불킥을 할 정도로 조잡합니다.ㅋ
이 책을 읽고난 후 추리소설작가 되기를 일찍 포기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습니다.
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천재가 세상에 있음을 감사하며, 놀라고 감탄하는 독자의 역할에 저는 만족합니다.^^
이러다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다 읽겠다고 덤비게 될까봐 겁이 나서 다른 장르의 책으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그만큼 대단한 작가네요.
혹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 <악의>를 뛰어넘는 책이 있다면 제보 부탁합니다.
제보해주시면 그것만 읽고, 없으면 한동안 이 분 책은 멀리하려구요.ㅋㅋ

(덕질을 피하려고 몸부림치는 중입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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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펼쳐들었다.
추리소설 좋아하는 사람에겐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누가 범인인가'를 놓고 독자와 두뇌싸움을 걸고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의외성과 반전의 쾌감을 선사하는 형식인데 비해, <붉은 손가락>은 시작부터 살인범과 살해방법을 독자에게 알려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범인을 감추려는 자와 드러내려는 자 사이의 대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범인찾기 없이도 이렇게 몰입하게 되는 추리소설을 쓸 수 있는 저자의 내공에 놀라게 된다.


읽고 난 후 여운이 많이 남고, 인생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추리소설에 기대하는 재미도 충실히 주면서 이런 감상까지 느끼게 하다니, 추리소설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준 책이라 평하고 싶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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