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엄기호, 따비


저는 엄기호 선생의 책을 참 좋아합니다. 추상적인 관념들의 말잔치가 아니라 현실에 뿌리박은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안에서 유의미한 통찰을 이끌어내는 그의 글쓰기 방식이 좋습니다.
그는 통계수치와 데이터 몇 가지에 현학적인 학술용어를 적당히 버무려가며 책상 위에서만 글을 쓰지 않습니다.
그는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 위에 글을 써나가는 사회학자입니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가르침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철학에서 비롯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 "학교는 다시 가르침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에서 저자는 '말하기-듣기'와 비교해가며 '가르치기-배우기'의 참 의미를 논합니다(289-319쪽). 
누군가를 가르치고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통찰입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학교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 역시 매우 엄기호답게 쓴 책입니다. 
수많은 교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는 생생한 학교현장 이야기에 자신의 사회학적 통찰을 더하여 썼습니다.
우리 교육의 답없는 현실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분투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짠하고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네 살된 아들을 생각하며 벌써부터 한숨이 깊어집니다.
'다시 학교가 배움의 장이 되게 하는데 한 사람의 학부모로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결국 '탈'공교육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게 아닐까.'
만만치않은 독서입니다.
암울한 정도가 <대한민국 부모> 못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교육의 회복이든, 탈공교육이든, 현실을 아파하며 고민하는 주체들을 통해서만 변화가 시작될 수 있기에,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을 이 암울하고 심난하고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독서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이승욱, 신희경, 김은산 <대한민국 부모>
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엄기호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Posted by S. J. Hong
,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크리스틴 그로스-노, 부키

몇달 전 참석한 자녀양육세미나에서 강사의 추천으로 아내가 먼저 읽기 시작한 것을 이어받아 읽었다. 
이 책은 저자인 한국계 미국인 엄마가 미국, 일본, 한국 등지에서 네 아이를 키워내면서 여러 나라들의 육아와 교육을 경험하는 가운데 형성한 육아와 교육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띠지에 있는 '18개국 선진 육아법 밀착 취재'라는 솔깃한 카피가 잘난 자녀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겠지만, 이 책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공부 잘 하는 아이가 된다는 류의 이야기를 하는 책은 아니다.
수면, 육아용품구매, 식사, 자존감, 과잉보호, 놀이, 교육, 예절 등 다양한 영역들을 한 챕터씩 다뤄가며, 각 영역마다 책임감있고 가족과 이웃을 배려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육아법과 교육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함께 읽으며 나눔하기에 좋은 책이다.

덧. 책에서 한국의 교육에 대해 몇 페이지에 걸쳐 다루는 부분이 있다. 저자가 한국계 미국인인데다가 각 문화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고자 하는 성향인지라 한국의 교육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보고자 했을까 궁금했는데...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국의 혹독한 입시현실과 학벌주의, 그속에서 학생과 부모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용은 매우 암울한데, 이 파트의 소제목은 "강해지는 법을 배우는 한국의 아이들"이었다.
'저 정도로 혹독한 교육현실이니 그 속에서 아이들이 강해지겠지'라는 의미를 애써 부여하려는 소제목을 보며, 얼마나 장점을 찾기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착찹한 마음이 들었다.
헬조선, 도대체 어디서부터 바꿔가야 할까...


Posted by S. J. Hong
,



다작하는 저자로 알려진 강준만은 또한 지독한 자료수집광으로도 유명합니다. 그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은 책을 쓰면서도 대체로 내용이 충실한 책들을 써낼 수 있는 비결을 저는 자료수집광으로서의 그의 면모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던지, 그 주제에 관련된 사건과 인물에 대해 방대한 팩트(?)를 체계적으로 쏟아낼 수 있는 능력, 바로 이것이 강준만의 책이 읽을 가치와 소장가치를 얻는 지점입니다.


<입시전쟁 잔혹사> 역시 이러한 강준만식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무려 조선시대부터 2008년까지의 입시전쟁의 역사를 개관하고 있습니다.

조선은 '입신양명'이라는 출세지향적 가치관이 강하게 작동하는 유교 사회였습니다. 이러한 토양에서 일제강점기와 분단, 한국전쟁 등의 비극을 겪으며 태어난 한국사회는 공동체의식이 미천하고, 지배층에 편입되려는 욕망이 각개약진의 형태로 나타나는 개인주의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된 영역이 대학입시입니다. 소위 SKY대학에 입성하여 지배계급을 획득/유지하려는 경쟁은 한국사회를 국민 전체가 대학입시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로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과열된 입시경쟁을 완화하려는 역대정부들의 교육정책이 모두 실패한 것은 이 문제를 입시정책의 변화만으로 단기에 해결해보려는 조급함과 좁은 안목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입시정책의 변화는 대부분 그 정책에 담긴 좋은 의도를 무색하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쟁을 유발해 왔습니다. 따라서 입시정책의 잦은 변화는 학생과 학부모의 피로도만 증가시켰을 뿐,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대학입시는 계급전쟁’이라는 문제의 본질이 건드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학벌시스템을 좁게는 서울대 중심, 조금 더 넓게는 SKY 중심의 1극체제로 정의하며, 이것을 다극화하는 것만이 입시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본질적 해법이라 주장합니다. 거기에 대해 저자가 내놓은 제안은 SKY대학의 정원감축(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소수정예화’)입니다. 

저자는 이것이 한국사회의 공고한 학벌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선진국들처럼 명문대학의 다극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저자의 제안이 정말 그런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여 나름 실제적인 해법을 제시하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저자는 학벌사회를 유지하려는 기득권층도 비판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진보주의자들도 인정사정없이 비판합니다. 저자가 보기에 그들은 학벌사회에 대한 거부가 너무 강해서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를 ‘진보적 근본주의’라고 비판합니다. 


“학벌주의 완화에 대해 ‘하향평준화’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주문을 열심히 외워대는 사람들이 한국의 전형적인 엘리트로 행세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슬픈 건 변화를 염원하는 진보적 근본주의자들이 역사의 구조를 뛰어넘어 이론적 근본에 집착함으로써 사실상 그들의 동맹세력으로 기능하면서 변화의 길을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너무 잔혹하지 않은가?”  

- <입시전쟁 잔혹사>, p321 


저자의 입장은, 변화는 현실과 괴리된 이상을 고수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실현가능한 변화를 조금씩 일으키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학벌폐지’보다는 ‘학벌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합니다. 

학벌폐지론자들을 진보적 근본주의자라고까지 혹평한 것은 다소 지나치다고 느껴지지만, 이상과 현실을 모두 감안하여 변화의 노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저자의 관점에는 매우 공감하게 됩니다.

저도 제가 속한 단체를 통해 대학생들과 대학사회에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 변화를 바라는 이에게 필요한 좋은 태도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어 참 유익했습니다.

Posted by S. J. Hong
,


왕따청소년의 자살을 다루어 일본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소설입니다. 
저자는 TV에서 왕따에 시달리다 자살한 청소년의 아버지가 인터뷰한 것을 본 후,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2주만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학교, 가정을 소설의 주무대로 삼고 '관계'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라고 합니다. 
또한 저자 자신이 왕따의 피해자였던 경험이 있다고하니, 아픈 마음을 품고 다른 어떤 작품보다 심혈을 기울여 써내려간 소설일 듯 합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학교에서 불량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후지이 슌스케(중2)는 유서를 써놓고 나무에 목을 매 자살합니다. 유서에는 네 명의 이름이 쓰여있는데, 자신을 괴롭히던 두 아이, 짝사랑하던 여학생, 그리고 주인공입니다.
슌스케는 주인공에 대해 "나의 절친이 되어주어서 고마워"라고 썼는데, 이상하게도 주인공은 초등학교 때 잠깐 이후로는 슌스케와 친하게 지냈던 적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슌스케가 괴롭힘당하는 것을 방관한 공범이라는 죄책감과 '슌스케는 왜 나를 절친이라 생각했을까'라는 의문을 지고 남은 평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소설 속의 한 인물은 "사람을 비난하는 말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듣는 순간 큰 아픔을 주는 '나이프의 말'과 듣고나면 평생을 지고가야 하는 '십자가의 말'이 있다"고 합니다. 
결국 "나의 절친이 되어주어서 고마워"라는 슌스케의 말은 주인공에게 평생 지고가야 할 십자가의 말이 된 것이지요.
소설은 왕따로 인한 한 소년의 자살이 유가족과 주위 학생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20년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다 읽고 가슴이 먹먹해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좋은 소설입니다.


Posted by S. J. Hong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저자 오찬호가 '대학의 기업화'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한국인 저자가 쓴, 비슷한 주제의 책으로는 서보명의 <대학의 몰락>이 있는데, 접근방식이 달라서 둘 다 읽으면 서로 보완이 될 것입니다.

<대학의 몰락>은 오늘날의 대학이 자본에 철저히 포섭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참된 공부란 무엇이며 대학의 본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논하는 다소 철학적인 책입니다. 책의 원래 목적이 현실 고발이 아닌데다가, 저자가 미국에 살고 있는 관계로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는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진격의 대학교>는 현재 국내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저자의 직접경험과,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언론에 나타난 사례와 각종 통계자료들을 기반으로 하여 자본에 집어삼켜진 대학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 보여주는 책입니다.

 

책이 보여주는 현실이 너무 암울하여, 읽는 내내 무거운 바위가 가슴을 내리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이런 답답함을 느낀 건, <대한민국 부모> 이후 오랜만입니다. 그러고보니 두 책 모두 교육에 관한 책입니다. 책이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암유발도서라 할만치 읽는 이의 마음이 짓눌리니 이 자체가 비극입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이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 있지만, 그래도 대학생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선교단체 간사들은 오늘날 대학생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대안이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태도가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말하는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대학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 역할을 100% 이상 해낸 책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책이 혹시 <88만원 세대>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우석훈의 <88만원세대>20대들의 연대와 저항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된 책인데, 오히려 20대 독자들에게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각자도생을 모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책도 워낙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책이다보니 책이 의도한 것과 반대방향으로 독자들이 질주하게 만들 위험성도 있어 보입니다. 가령, 대학이 영어를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2장을 읽으며, 대학의 영어몰입이 진정한 배움과 소통을 방해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기보다 영어를 잘 해야 살아남는다. 당장 영어공부하자는 결론으로 향하는 것 같은 일 말입니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2장을 읽으며 우리 아들 영어 어쩌지하며 잠시 멍 때리다가 화들짝 놀란 무려 두살배기아들 아빠의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책이 문제가 아니라 얄팍한 우리가 문제입니다.

결국 이런 책을 오독하지 않을 힘은 지성이나 이해력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치를 좆아 살아가는 삶의 내공과 진정성에 달려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 읽으면 역주행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함께 읽읍시다.

대학마저 집어삼킨 자본의 진격은 거침없지만, 모여앉아 읽고 고민하는 작은 무리를 통해 변화는 시작되리라 믿습니다.

Posted by S. J. Hong
,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펼쳐들었다가 책 앞부분에 오찬호 씨가 쓴 해제를 읽고 반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책은 해체에서 멈추고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로 갈아탔습니다.
(필꽃힘 갈아탐 성공적)


20대 보수화의 원인에 대한 여러 진단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만큼 이 문제에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사회시스템으로부터 가장 철저히 홀대받는 세대가 어쩌다 그 시스템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있는가?"
부모의 정치성향의 대물림, 편향된 언론지형 등에 주목하는 여러 정치적 접근들이 있지만, 저는 이 책의 분석이 20대 보수화의 핵심을 가장 잘 짚어내었다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중심논지가 완전히 새롭고 참신한 주장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통찰을 주는 책입니다.
앞으로 이곳 저곳에서 이 책을 무척 많이 언급하게 될 듯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제 소감 몇 마디 읽고 무슨 내용인지 알겠다며 관심을 접을까봐 그만 쓰려 합니다.
정말 강추합니다. 
특히 20대라면 정말 꼭 읽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S. J. Hong
,


저자 살만 칸은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이라는 목표를 가진 비영리 교육재단 '칸 아카데미'의 창립자입니다.
읽어보니, 그저 무료동영상강의가 대박나서 교육재단까지 만들게 된 한 스타 강사의 성공담 정도의 책은 아니었습니다.
경쟁을 통해 줄을 세워 기득권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삼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각자의 잠재력이 최고로 발휘되도록 돕는 교육의 비전에 저도 덩달아 가슴이 뛰었습니다.
또한 인간의 학습은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한 저자의 예리한 통찰에서 배우고 깨닫는 바가 많았습니다.


아들 낳고 벌써부터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미취학 아동들까지 경주트랙에 세우고, 자기 자녀가 그 경주에서 뒤쳐질까 두려워 부모들간에도 '사교육경쟁'이라는 경주를 하도록 강요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이 심히 답답합니다.
저는 경주마 되기 싫습니다. 절 닮았다면 아마 제 아들도 무진장 싫어할 듯 합니다!
경주마가 되기 싫은 이들이 모여 자기가 잘 아는 분야의 기본개념을 가르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어떨까요?(가령 저는 '책읽기', '보드게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과 협상' 정도를 가르쳐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강의들이 쌓이면 '무료강의리그'가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양질의 강의컨텐츠가 확보되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학습의 원리에 따라 '기본개념은 동영상으로 배우고 문제해결, 탐구, 토론 등은 함께 해가는' 홈스쿨, 커뮤니티스쿨 커리큘럼을 짜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랍니다. 
교육에 대한 아름다운 꿈과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살만 칸처럼 꼭 누군가가 유튜브스타가 되고 TED강연에 서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는 그런 스케일이 아니어도, 이 비정한 경쟁교육에 대한 반란을 시도하는 소박한 무리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 책에는 그런 소박한 무리들을 깨워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덧: 제 개인적 관심 때문에 대안교육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대안교육뿐 아니라 공교육의 틀을 어떻게 짤 것인가에 대해서도 유익한 통찰을 많이 주는 책입니다. 교육정책관련하여 일하는 분이나 교직에 계신 분들도 꼭 읽어보세요.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S. J. Hong
,


한국사회에서 엄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기술한 책이다.
산후조리원, 산후우울증, 유아용품 소비, 육아의 공간, 유해물질, 아기 의례(성장앨범, 돌잔치), 조기교육, 워킹맘까지, 책이 다루는 내용은 실로 다양하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신자유주의세상은 엄마들의 모성과 불안을 자극해 엄마들을 육아산업 소비자로 찍어내려 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는 '아이에게 전적으로 헌신하고 희생하는 완벽한 어머니'라는 모성 이데올로기가 강고히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이 상업주의와 모성이데올로기는 우리 엄마들에게 엄청난 중압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에 반해 이러한 부담을 나눠지려는 나머지 가족들의 노력은 미흡한 상황이며, 사회구조가 개선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따라서 엄마들이 마음 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공론과 연대의 장이 필요하며, 우리 사회는 그 엄마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각각의 장들이 분석과 진단은 충실한데 대안을 제시하는 데 이르면 흐지부지 끝난다는 점은 좀 아쉽다. 그러나 이 책의 역할은 대안제시가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말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들은 폭풍공감하며 읽을 것이 분명하고, 남편들에게도 참 좋을 책이다. 
이 책의 도움 없이도 잘 해나갈 남자들이 물론 많겠으나 나처럼 가부장적인(?) 남자들에게는 필독서다.


이 책에서도 제일 가슴 아프게 읽었던 부분은 영유아 조기교육에 대한 장이었다. 
<대한민국 부모>와 함께 읽으면 교육경쟁으로 인해 지옥으로 변해가는 한국사회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S. J. Hong
,


복음과 상황 1월호에 실린 글 하나를 읽고 다음날 바로 동네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습니다(복상 1월호, 이주리 "불안한 사회에서 부모의 욕망 비우기". 이 글 역시 강추합니다).


이 책의 커버 뒷면은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는 정말 살아 있습니까?"
이 책은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부모-자녀 사이의 역동에 초점을 맞추어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저자들은 병든 사회시스템이 병든 부모를 만들고, 병든 부모가 다시 그들의 자녀를 병들게 하는 비극의 연결고리를 독자들로 하여금 고통스럽게 직시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읽는데 힘이 많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매페이지마다 눈물이 나려는 걸 꾹 눌러 참아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으로 살고 있는가' 장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이렇게 살아온 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올라오는 시절에 나는 어떤 간사로 살아야 할까?'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한 지인이 언젠가부터 신앙서적 읽는게 시들해지더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앙서적이 보여주는 현실인식과 해법이 너무 나이브해서 읽고나면 허무하게 느껴졌고, 그러다보니 어느 시점부터 신앙서적을 거의 읽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신앙서적의 효용성에 대해 저는 그보다는 훨씬 긍정적이지만, 그래도 그가 하는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했었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함에 있어서, 많은 신앙서적과 설교가 '신앙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엉성한 도약을 감행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옳은 그 말이 공허한 외침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그 전에 먼저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그 현실과 씨름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좋은 책은 마치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과 같이 진짜 현실과 마주하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의 부모됨의 실상을 마주하게 하는 빨간 알약입니다.
아프게 읽게 되겠지만, 그래도 이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읽은 책 중에 딱 한 권의 책만 추천하라면 저는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하겠습니다.
모든 부모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섬기는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서 청소년, 청년사역자들도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Posted by S. J. Hong
,


저자인 서보명 교수는 미국 시카고신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안식년을 맞아 귀국하여 국내대학에 출강했던 경험 속에서 특히 한국 대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 대학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에서 그는 대학의 기원과 역사에서부터 유명사상가들의 대학론, 그리고 학문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까지 폭넓은 사유를 전개해간다.

대학이 신자유주의의 거센 흐름에 휩쓸려 '진리 추구'라는 본래의 소명을 잃어버리고 취업학원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은 매우 잘 전해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몇 대학들에서 오직 취업률이라는 잣대만으로 무분별한 학과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성과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대학의 행보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더욱 적실성을 더해갈 책이다.

Posted by S. J. H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