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홀로코스트 연구분야에서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는 책이다.

나치와 소련의 집단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힘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사유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해나간다.
읽는 내내 충격과 감동이 번갈아 마음을 때린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초현실적 악행이 주는 충격과, 그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남은 이들과 죽어간 이들이 주는 감동이 그것이다.


책을 읽으며 세월호 유가족들도 생각났다.
수용소 생존자들이 공통적으로 고백하는 것은, 그들이 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붙잡아 준 가장 큰 힘은 '증언해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는 것이다. 
희생자들이 계속해서 늘어갈수록, 그들은 자신들이 그 수많은 희생자들을 대표하여 진실을 증언할 책임을 부여받았다는 소명의식 같은 것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그렇지 않을까.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을 대신하여 진실을 증언할 책임을 부여받았다는 믿음 말이다.
그래서 그 분들은 결코 진실을 밝혀나가는 싸움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리라.


책도 좋지만, 역자 후기도 참 인상적이다.
역자는 이 책을 세 번이나 번역했고 34년간 이 책을 붙들고 씨름해왔다고 한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평생에 걸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후기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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