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본주의는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모호한 개념이라는 설명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책의 말미에 내리는 결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본주의를 설명해냈다"가 아니라 "거봐. 내가 뭐랬어. 정의 안됀댔잖아"입니다.
저자는 이처럼 정의가 불가능한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스케치에 가까운 방식을 취합니다.
그 스케치에 사용한 세가지 색깔이 '생산, 화폐, 권력'이라는 키워드입니다.
이 세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자본주의의 다양한 특징을 다각도에서 보여준 것이지요.
자본주의를 설명해내고자 시도했던 대가들(리카도, 마르크스, 좀바르트, 베버, 브로델, 베블런)의 이론 역시 이 '생산, 화폐, 권력'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주의, 그거 모호해'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모호한 책인데도, 다 읽고 났을 때에 정말 훌륭한 책이라 느끼는 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맘 잡고 서너시간이면 다 읽을 얇은 책입니다.
그런데 한문장 한문장이 모두 책의 목표에 훌륭히 기여합니다.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습니다.
좋은 책은 쏟아낸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을 구성하는 솜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자본주의 공부 입문서로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