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란 무엇인가>, 알리스터 맥그래스, 복있는사람

 

복 있는 사람에서 2014년에 출간한 <신학이란 무엇인가>는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Christian Theology: An Introduction>5판입니다.

국내에서는 그만큼 널리 읽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영미권 신학생들의 서재에는 웬만하면 한권씩은 꽂혀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신학입문서의 미덕은 깊이 있고 자세한 서술보다는 최대한 많은 논의를 다루는 포괄성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방대한 내용들 간에 계통을 잘 잡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요.

그런 면에서, 정리의 대가로 정평이 나 있는 알리스터 맥그래스야말로 신학입문서를 쓰기에 적임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역시 맥그래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신학입문서입니다.

 

이 책의 장점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째, 알차고 충실한 내용입니다. 입문서라 해서 내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았고, 입문 단계에서 알아야 할 내용을 최대한 담아낸 백과사전수준의 책입니다. 그러다보니 1100페이지가 넘는 무지막지한 벽돌책이 되버린 것이 함정입니다-.-;;

둘째, 기억하고 정리하는데 효율적인 구성입니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1부에서 교회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 중심의 자세한 서술이 아니라 사상과 인물 중심으로 간략하게 개관한 것입니다만, 이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이후 이어질 신학적 주제들이 시대별로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 파악할 수 있는 통시적인 틀을 먼저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그러고 나서 2, 3부에서는 일반적인 교의학의 순서를 따라 신학의 주요 주제들을 다루어 갑니다.

이런 구성을 취할 경우 해당주제가 자리잡은 통시적 위치와 공시적 위치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도나투스 논쟁은 1부에서 교부시대에 다루어진 후 3부에서 교회론을 배울 때 다시 나옵니다. 이로서, 독자들은 도나투스 논쟁이 교부시대에 일어난 일이고 교회론에 관련된 내용임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 뿐 아니라 이런 구성을 취하면 동일한 내용이 자주 반복되기 때문에 기억하는데도 효과적인 건 덤입니다.

단권으로 된 신학입문서 중에선 현재로서 가장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신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용도로도 좋고, 때마다 필요한 내용을 찾아 읽는 레퍼런스 용도로도 좋습니다.


P.S. 찾아보면 신학에 입문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좋은 책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합니다.
한국교회가 반지성주의를 극복하려면 신학이 학자와 목회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접근 가능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신학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것이 되도록 신학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들이 최근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그 시도들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신학BlockBuster 1화 https://youtu.be/ycZungwllU8)
열심히 준비해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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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신학블록버스터 13화에서 소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u5BxsHdrbA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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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란 무엇인가>, 알리스터 맥그래스, IVP


십자가에 대해 복음주의권에서 내놓은 최고의 답변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저마다의 생각들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존 스토트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N.T. 라이트의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 이 두 권의 책을 꼽겠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정리의 신' 존 스토트가 신약성경과 교회사를 전방위적으로 아우르며 그간 복음주의 기독교가 십자가를 이해하려고 씨름한 발자취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십자가라는 무한에 가까울만치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 어마어마한 주제를 인간계 정리끝판왕이 어느 정도까지 정리해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는 현존하는 최고의 신약학자 중 한 명인 톰 라이트가 진보신학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린 '비평적 방법론'을 가지고 복음서의 예수가 바로 실제의 역사적 예수임을 논증해 낸 책입니다.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학문적으로 논증해낸 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논증의 과정에서 예수의 삶과 사역과 십자가 죽음에 대한 신선한 통찰과 해석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복음주의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또한 이 두 권의 책은 겹치지 않고 서로를 잘 보완해줍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십자가에 대한 조직신학적 접근이라면,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는 성서신학적 접근에 해당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십자가에 대한 복음주의권의 주요이론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의 출간 이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최근 역사적 예수 분과에서 일어난 복음주의의 최고의 성과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 최고의 성과가 바로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 입니다.
그러므로 이 두권의 책을 순서대로 읽는다면, 복음주의자들이 십자가와 어떻게 씨름해왔는지에 대한 최근까지의 그림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습니다.


책 제목 띄워놓고 정작 다른 책에 대해 떠드는 이상한 책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십자가란 무엇인가>는 어떤 책인가? 
'십자가에 대한 복음주의권의 답변 중 세 번째로 중요한 책이다'라는 주장을 하기엔 책의 볼륨으로 보아 여러 모로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
그렇다면?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다이제스트판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십자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두께에 질려 엄두를 못 내던 분들, 아무리 정리를 잘 했다해도 뒷부분 읽다보면 앞부분이 기억 안나는 두께의 책으로는 결국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아주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존 스토트가 십자가의 정수를 정리하는데 그 정도 두께의 책이 필요했는데, (물론 내용의 풍성함과 깊이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여하튼) 맥그라스가 이 얇은 책으로 십자가에 대해 이토록 훌륭하게 정리해내다니, 아마도 존 스토트 다음 세대의 '정리의 신'은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십자가의 의미를 '가장' 잘 알려주는 '가장' 얇은 책 <십자가란 무엇인가>를 강추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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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한데, 제목과 표지글을 통해 추측되는 내용이 책의 실제 내용과 다소 다른 책이 있다. 그것은 책이 독자에게 보내는 시그널이 그 책의 내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자들을 낚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일까, 나쁜 책일까?
사실 간단한 문제다.
답없는 고민일랑 집어치우고, 먼저 읽은 사람이 그 책이 바른 임자를 만날 수 있도록정확한 시그널을 보내주면 될 일이다.

나에겐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삶을 위한 신학>이 그러한 책이라고 느껴진다. 처음 제목과 표지글을 통해서는 이 책이 '신학과 우리 일상, 현실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내가 요즘 고민하던 이 주제에 대해 마침 맥그라스가 책을 썼다니"하면서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는데, 책이 점점 맥그라스의 깔대기 주제인 '과학과 신앙의 관계'로 흘러간다.
그렇다. 초반 일부를 제외하면 이 책은 명백히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책이며 무신론운동에 대한 반박서이다. 초반 일부도 <과학신학>에서 다룬 내용과 겹치므로, 쉽게 말하면, 이 책은 <과학신학>과 <신없는 사람들>을 섞어서 더 쉽고 대중적으로 쓴 책 정도에 해당한다.
솔직히 맥그라스가 이 주제에 대해 쓴 책들을 여러 권 읽은 독자가 추가로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래서 결국 낚인 건 나인가...)

다시 말하지만, 제목이 주는 인상에 끌려 '신학이 우리 일상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하는 문제에 답을 얻고자 이 책을 읽으면 안.된.다. 그런 책이 아니다.
하지만 맥그라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과학과 신학의 관계'나 '세계관으로서의 기독교 신학의 현실설명력', 그리고 '새로운 무신론운동에 대한 반박'등의 주제에 대해서, 애써 머리쓰지 않고 편안히 읽을 수 있도록 쓰여진 아주 좋은 책이다.
짧고 명료한 맥그라스 입문서로 <삶을 위한 신학>을 추천한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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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신학>은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자신의 평생의 화두인 '신앙과 과학의 관계' 문제를 붙들고 씨름한 결과물인 <과학적 신학> 3부작에 대한 요약이며 대중적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그러나 저자의 주종목이라 할 수 있는 ‘신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정작 별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제대로 공부하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저자가 거듭 방대하고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는 <과학적 신학> 3부작을 다 읽어야 하려나 봅니다(하지만 아직 국내에 번역도 안된 듯 합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도킨스의 신>과 <도킨스의 망상>을 추천합니다. 이 이슈에 대한 저자의 기본적인 논지가 매우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책 <과학신학>은 ‘신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신학적 방법론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는 모더니티의 나이브한 실재론과 포스트모더니티의 극단적인 반실재론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는 현대신학이 붙들만한 적절한 방법론으로서 '비판적 실재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신학하는 방법으로서의 '비판적 실재론'이 가지는 저력과 가능성을 강렬하게 각인시켜준 신학자는 톰 라이트였습니다. 라이트에게 비판적 실재론이란, 연구자가 '포괄성', '단순성', '보편성'의 기준에서 역사적 실재를 가장 잘 설명해내는 가설(이론)과 비판적 대화와 성찰을 시도하면서 나선형으로 실재에 대한 가장 타당한 설명에 근접해가는 방법입니다. 

라이트는 신약성서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기획인 <기독교의 기원과 하나님의 문제>시리즈에서 처음 세 권을 통해서 역사적예수 연구를 비판적 실재론에 입각하여 탁월하게 수행해냅니다. 특히 1권인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에서 이 프로젝트 전체에 적용할 방법론으로 비판적 실재론을 소개하는 초반부 200페이지는 가히 압권입니다.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이 비판적 실재론을 성서신학에 적용한 탁월한 사례를 예증해준다면, <과학신학>은 그것을 신학 전반에 적용한 더 넓은 그림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신약성서와...>과 함께 읽으면 매우 좋을 책입니다. <과학신학>의 논지가 너무 막연하고 이론적으로만 느껴진다면 <신약성서와...>이 구체적 예시를 보여줄 것이고, <신약성서와...>가 성서신학에만 국한하여 설명하는 것보다 더 넓은 그림을 이 책 <과학신학>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읽어보니 이렇게 조용히 묻혀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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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 샘 해리스, 대니엘 데닛,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그의 추종자들로 대표되는 소위 "새로운 무신론" 운동에 대한 맥그라스의 비판서입니다. 
맥그라스는 기독교역사학자, 사상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본격적으로 신학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옥스퍼드에서 분자생물물리학을 연구하여 스물넷에 이미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력이 있습니다(리처드 도킨스가 동물행동학을 공부한 곳 역시 옥스퍼드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맥그래스는 최근의 전투적인 무신론 운동에 대해 가장 잘 답변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을 출간한 시기를 전후하여, 이미 맥그래스는 <도킨스의 신>, <도킨스의 망상>이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 도킨스와 논쟁을 한 차례 주고받은 바 있습니다(출간순서로 보면, 도킨스의 신 - 만들어진 신 - 도킨스의 망상의 순서입니다). 이 책들을 통해 두 사람의 논쟁을 따라가 본 제 개인적 소감은, 맥그래스가 말하는 바를 도킨스가 전혀 알아듣지 못함으로 인해서 의미있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킨스는 자신의 책에서 극단적이고 편협한 실증주의(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현재 입증되지 않은 것은 그 어떤 것도 실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와 종교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주위에서 아무리 말해주어도 깨닫지 못하는) 무신론에 대한 철처히 근본주의적인 신앙(?)을 마구 뒤섞어가며 현란한 칼춤을 춥니다. 
그러나 그는 맥그래스가 제기하는 ‘과학철학’의 문제, 즉 과학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답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답변은 고사하고 무슨 말인지조차 못 알아들으므로). 이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쏟아낼 수 있는 과학 지식의 양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과 상대방의 관점과 논지에 깔려 있는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는 지식의 폭과 깊이의 차이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른바 ‘과학 제국주의자’인 도킨스는 과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신학자인 맥그래스의 문제 제기에 적절히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비극은 도킨스 자신이 그것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만들어진 신>에서 도킨스는 그간 맥그래스가 제기해온 심도 깊은 논점들을 고압적인 태도로 간단히 무시하며 조소합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상대방의 논지를 전혀 못 알아들은 이에게서만 나타날 수 있는 순수한 용기를 느꼈습니다-.-; 도킨스를 비롯한 이런 전투적 무신론자들과의 논쟁을 계속해나가는 것은 맥그래스에게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일 것이라 생각됩니다(이러다 나중에 맥그래스에게서 사리가 나올지도...).

이 책 <신없는 사람들>에서 맥그래스는 ‘새로운 무신론’ 운동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그 운동의 기수들의 주장을 간략히 살펴본 후, 이 운동이 가지는 한계와 맹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얇은 책이니만큼 논지 전개의 속도가 빠르고 분명합니다. <도킨스의 신>, <도킨스의 망상>에서보다 글의 수준을 더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었으며 시원시원하고 명쾌합니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무신론과 최근의 전투적 무신론을 분명히 구분하며 무신론 전체를 조소하거나 폄하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은 것에서 저자의 성숙함이 느껴집니다.
얇지만 내용은 알찹니다.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책입니다. 최근의 전투적 무신론 운동과 그에 대한 적절한 응답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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