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제임스 스미스는 아브라함 카이퍼 계열의 신칼빈주의 전통에서 학문을 시작했고, 저명한 해체주의신학자 존 카푸토 밑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임스 스미스는 이렇게 개혁주의신학에서 포스트모던신학까지를 아우르는 넓은 학문적 스펙트럼을 가진 데다가 전달력마저 아주 탁월한 학자다(음. 이 사람 아무리 봐도 사기캐릭...).
나는 <누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두려워하는가?>(살림 역간)를 읽으면서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누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두려워하는가?>는 포스트모던삼총사라 불리는 데리다, 리오타르, 푸코의 사상을 간략히 살펴본 후, 포스트모더니즘이 교회에 주는 도전과 기회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접근하기 어려운 이 주제를 이렇게나 쉽고 재밌게 풀어내었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꼭 읽어보기 바란다. 사실 이 책보다 <누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두려워하는가?>가 열 배 정도 더 강추다).
<칼빈주의와 사랑에 빠진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는 저자가 자신이 속한 칼빈주의 전통에 있는 후배들에게 칼빈주의의 영광스러움과 어두운 면 모두를 일깨워주기 위해 쓴 책이다. 편지 형식으로 쓰여진 얇은 책이므로 읽는데에 부담이 없지만 내용이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신학적 협소함과 독단을 순전함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칼빈주의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다. 이러한 칼빈주의의 교만을 향한 저자의 논조는 칼빈주의자의 내부비판이기에 더욱 가차없고 예리하다. 하지만 칼빈주의에 대한 저자의 자긍심과 애정 역시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지만 신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비신학생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칼빈주의 전통에 있는 신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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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신학블록버스터 23화에서 소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K3twj9HX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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