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교수의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를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 관심과 강의를 위한 필요 때문에 국내에 출간된 복음주의 관련 서적을 꽤 많이 읽어온 편입니다. 
이 책은 제가 그간 읽었던 복음주의에 관한 책들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만한 책입니다.어떤 주제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과, 그것을 다른 사람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지입니다.
게다가 복음주의라는 주제가 워낙 정의와 경계가 모호한 개념이다보니, 복음주의에 대해 좋은 강의를 하는 것과 좋은 글을 쓰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복음주의운동의 역사와 현재 지형에 대한 매우 체계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정리라는 점입니다.
 

이 정도 분량의 얇은 책에서 이렇게 정리를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에 연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재밌습니다.
저는 저자의 강의를 한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워낙 달변에 탁월한 이야기꾼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구두로 강의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책 출간에 적합하게 어투나 내용을 다듬어서 낸 책입니다. 
따라서 문체가 문어체와 구어체의 중간형태쯤으로 느껴지며, 저자에게 직접 강의를 듣는 듯한 생동감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강추하고픈 훌륭한 책을 만났습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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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작고하신 로버트 웨버 교수는 저명한 예배학자이며, 기독교신앙의 전통적 유산을 현대에 맞게 재발굴하는 것(Ancient-future Faith)에 깊은 열정을 가진 학자였다.
웨버의 책의 최대 장점은 명료하고 유용하다는 것이다. 
가령 <기독교 문화관>과 같은 책이 그렇다.
기독교와 세상의 관계를 유형론으로 다루는 책하면, 가장 먼저 리차드 니버의 <그리스도와 문화>를 떠올릴 것이다. 이 책이 최고라는데 나도 당연히 동의한다. 그러나 이 주제에 관한 책을 추천해달라 하면 나는 니버의 책보다는 웨버의 <기독교 문화관>을 추천해왔다. 
<그리스도와 문화>가 웨버의 책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엄밀한 분석인 것만은 분명하나, 일반 독자 수준에서 읽기에 난해하고 유형 구분이 헷갈리고 애매한 지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비해, 기독교와 세상의 관계를 분리, 동일시, 변혁 모델로 나누는 웨버의 유형론은 더 이해하기 쉽고 유용하다.
나의 경우엔, 웨버가 어떤 주제에 대해 책을 썼다면 그 주제를 이해하기 쉽고 독자들에게 유용하도록 정리했으리라 신뢰하게 된다.

<젊은 복음주의자를 말하다>(원제: The Younger Evangelicals)는 제목 그대로 21세기 복음주의를 이끌어갈 새로운 복음주의운동 리더들과 그 운동의 특징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20세기 이후의 복음주의를 1950-1975년에 활약한 전통적 복음주의자, 1975-2000년을 주도한 실용적 복음주의자, 2000년 이후의 젊은 복음주의자로 분류한다. (유형론을 자주 사용하고 비교 표가 자주 나타나는 것이 웨버 책의 특징적인 면이다.) 
이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젊은 복음주의자를 전통적 복음주의자와 실용적 복음주의자와 비교하며 서술하고 있다. 비교영역은 '커뮤니케이션', '역사', '신학', '변증', '교회(되기)', '목회자', '청(소)년 사역', '교육', '영성', '예배', '예술', '복음전도', '활동'으로 매우 폭넓다.

"포스트모더니티와 기독교"를 주제로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역시 웨버의 장점대로) 전체적인 흐름을 명료하게 파악하는데 이만한 책은 찾기 힘든 것 같다.
이 주제에 대해서라면, 로버트 웨버의 <젊은 복음주의자를 말하다>는 지미 롱의 <새로운 청년사역이 온다>, 그리고 마이클 프로스트, 앨런 허쉬의 <새로운 교회가 온다>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가장 추천할 만한 또 한 권의 책이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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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와 지도자로서 존 스토트가 보여준 탁월함에 대해서는 더 덧붙일 말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로서의 존 스토트에 한정지어 본다면, 수많은 기독서적 중에 우리가 굳이 존 스토트의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저자로서 존스토트의 특별한 강점은 어떠한 주제이든 정말 명료하게 정리해낸다는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존 스토트가 어떤 주제를 정리해준다고 하면 반드시 한번쯤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 책 <복음주의의 기본진리>는 존 스토트가 복음주의에 대해 정리한 책입니다.

'복음주의는 기술(describe)할 순 있어도 규정(prescribe)할 순 없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역사 속에 나타난 복음주의 운동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학자들이 복음주의를 정의하는 방식은 복음주의 운동의 공통적 특징을 뽑아내어 열거하는 방식입니다.

가령, 맥그라스는 그의 책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에서 복음주의의 특징을 6가지로 정리합니다. 성경이 가지는 최고의 권위, 예수 그리스도의 위엄과 영광, 성령의 주권, 개인적 회심의 필요성, 복음전도의 우선권, 기독교 공동체의 중요성이 그것입니다.

또한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는 복음주의의 정의는 배빙턴의 것인데, 그는 복음주의를 회심주의(conversionism), 성경주의(biblicism), 행동주의(activism), 십자가중심주의(crucicentrism)로 정리합니다.

그렇다면, 복음주의처럼 다양한 정의와 규정이 난무하는 모호한 주제를 정리의 신존 스토트는 과연 어떻게 정리했을까요?

존 스토트는 앞선 정의들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존중하지만, 그답게 더욱 명료한 정리를 추구합니다. 기존의 복음주의에 대한 정의들이 신앙의 대상(복음주의자는 무엇을 믿는가?)’신앙의 결과(그 믿음은 우리를 어떤 삶으로 이끄는가?)’라는 서로 다른 범주를 수평으로 나열해놓아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존 스토트는 복음주의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정통신앙(orthodoxy)”임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그는 복음주의를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측면에서 정리합니다. ‘하나님의 계시’, ‘그리스도의 십자가’, ‘성령의 사역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 안에 복음주의의 모든 특징을 명료하게 담아내었습니다.

그간 읽어본 복음주의를 설명하는 모든 책들 중에 단연 가장 단순, 명료, 깔끔, 명확합니다.

역시 명불허전, 존 스토트입니다.

 

사실 복음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독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복음주의라는 딱딱한 신학용어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 싶은 분들도, ‘내가 무엇을 믿는가묻고 다시금 정리하고 분명히 하고 싶을 때에 이 책을 읽으면 큰 유익이 있으리라 봅니다.

신앙의 기초를 다시금 든든히 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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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복음주의와 기독교 지성>은 1997년 크리스처니티 투데이 북 어워드를 수상한 책으로서, 어느 새 출간된지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책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를 읽고 거기에 굳이 맥그라스가 복음주의에 대해 쓴 또 다른 책을 보탤 필요가 있겠는가 싶어 그냥 지나쳤던 책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결혼할 때 가져와서 저희집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이, "복음주의학생운동과 IVF" 개정작업에 참여하게 되어 복음주의 관련서적을 뒤적거리던 제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펼쳐들어 몇 장 읽다가 심상치 않은 책임을 직감했고, 저는 즉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경건한 마음으로 정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보니, 정말 끝내주는 책이었습니다! 이런 책을 놓칠뻔했다니...
옷장에서 몇 년만에 꺼낸 옷 주머니에서 백만원쯤 나온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습니다.


맥그라스는 이 책의 저술목적을 복음주의자들에게 복음주의의 지적 토대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는 복음주의 신앙의 내적 정합성에 대해 다룹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성경의 권위'가 복음주의 신앙 안에서 표현되고 기능하는 방식을 살피고, 그 정당성을 논증하는 방식입니다.
3~5장에서는 복음주의 신앙을 여타 세계관과 비교하여 논함을 통해 복음주의 신앙의 탁월성과 가치를 드러내려 합니다. 각각 한 장씩을 할애하여 후기 자유주의, 포스트모더니즘, 규범적 다원주의에 대해서 복음주의 입장에서 비판적 고찰을 시도합니다.
모든 챕터마다 맥그라스 특유의 예리한 논증이 빛을 발합니다. 특히 후기 자유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다루는 3,4장은 이 책의 백미입니다.


대단히 좋은 책인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모두에게 권할 책은 아닌듯 하여 몇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일단, 복음주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읽는 책은 아닙니다. 복음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돕는 책, 복음주의의 역사를 다루는 책 등을 먼저 읽고나서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또한 이 책에서 복음주의와 비교해서 다루고 있는 사상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와 관심이 있어야 유익할 것으로 봅니다.
흥미와 관심사가 맞아떨어지는 독자에게는 정말 빈.틈.없.이. 완벽한 책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오랫만에 별 다섯개짜리 책을 만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밤입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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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주의와 미국문화>, 조지 마스든, 생명의 말씀사

 

논리적으로 추론해 볼 때, 근본주의 기독교는 그 이원론적이고 내세지향적인 성향으로 인해 현실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일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들에서 근본주의 기독교는 한결같이 정치적으로 극우의 포지션에 있다. "왜 근본주의 기독교는 정치적 우파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할 때에 반드시 참고해야만 하는 것이 이 책 <근본주의와 미국문화>다.

굳이 우리가 왜 미국상황을 알아야 하는가 싶지만 미국교회의 근본주의 현상을 연구하는 것은 근본주의 기독교의 원류를 들여다보는 것이며, 또한 미국교회를 너무나 닮은 한국교회의 근본주의 현상을 이해하는데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기독교역사학의 최고 권위자인 조지 마스든의 대표작으로써 어니스트 샌딘 이후 근본주의 연구에 가장 큰 전환을 이루어낸 역작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1870년대 근본주의의 발아기부터 시작하여 근본주의가 가장 위세를 떨쳤던 1920년, 그리고 갑작스럽게 쇠퇴한 1925년까지의 미국 역사를 매우 정밀하게 다루고 있다. 근본주의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추리소설 이상의 몰입감을 줄 것이다(나도 이 책을 읽을 때 ‘맞아. 근데 왜 그렇게 된 거지?’하는 질문이 연이어 일어나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결국 새벽3시에 책을 끝내고서야 잠이 들었다).

이 책이 근본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보일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나는 이 책을 통해 20세기 초반 근본주의의 발흥 이면에 놓여있는 근본주의자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행동의 동기를 꽤 많이 이해하고 납득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포인트 한 가지.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달랑 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1980년대초 미국에서 새롭게 일어난 근본주의 현상에 대해 짧게 다룬다. 바로 제리 폴웰의 “도덕적 다수”를 비롯한 동시기의 여러 근본주의 운동들을 말함이다. 이 새로운 근본주의에 대해서 저자는 1920년대 근본주의보다 세속성이 더욱 강화되고 개인 성공에 대한 복음을 강조한다는 짤막한 설명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1920년대 근본주의에 대해 그 약점과 여러 폐해에도 불구하고 나름 따뜻한 시각을 유지했던 것과 반대로 여기서는 냉소가 살짝 엿보인다.

이것을 통해서도 미국과 한국의 근본주의가 서로 얼마나 닮아 있는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분단의 비극을 직접 몸으로 겪었던 한국 교회의 1세대 근본주의 지도자들이 보인 우파 성향이 시대의 한계 안에서 나름 진정성 있는 행보를 한 것이었다면, 오늘날 2세대 근본주의 지도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우파 성향의 많은 부분은 성공과 번영의 복음을 추구하고 부와 기득권을 좆아가다 형성된 것이어서 참 씁쓸하다.

 

※ 함께 읽으면 유익할 책들로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 마크 놀의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을 강추합니다. 복음주의와 근본주의를 공부할 때에 꼭 읽어야 할 3대 저서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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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마크 A. 놀 지음, 박세혁 옮김/IVP

나는 이 책이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와 더불어 복음주의를 이해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둘 다 복음주의를 분석한 명저이지만 두 책의 논조는 매우 다르다.
맥그라스는 <복음주의와...>에서 자유주의와 근본주의 사이에서 복음주의를 차별성있게 포지셔닝한 후, 복음주의가 걸어온 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래 역시 희망적으로 조망해가고 있다(물론 맥그라스도 복음주의의 어두운 면을 한 챕터를 할애해 예리하게 기술하고 있긴 하다).
그에 비해 마크 놀은 이 책에서 맥그라스만큼 복음주의와 근본주의를 분명하게 구분짓지는 않는듯 하다(나는 그가 세운 범주가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복음주의자의 다수는 근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러한 근본주의적 성향의 복음주의의 가장 치명적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반지성주의"가 어떻게 미국의 복음주의에 깊게 뿌리내리게 되었는지를 철저히 파헤치고 있다.
마크놀이 보여주는 복음주의의 어두운 면, 가령, 종말론에서의 극단적인 세대주의 성향, 정치에서의 미국 패권주의(기독교 우파), 과학에서의 성서문자주의에 기반한 창조과학 등은 미국 교회의 쌍둥이 형제인 한국교회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내고 건강한 교회를 세워나갈 책임이 있는 우리 시대의 복음주의자들이 필독해야 할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신대원 마치기 전에 학우들과 한 번 스터디해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음주의의 반지성적 성향을 타겟으로 하여 쓰여진 책이지 복음주의를 균형잡힌 안목으로 정리해주고자 쓰여진 책이 아니다. 따라서 복음주의에 대한 평가가 다소 야박한 감이 있다. 복음주의의 공과 과를 균형있게 이해하려면 꼭 맥그라스의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도 병행하여 읽을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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