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진화>, 피터 엔즈, CLC

<아담의 진화>는 <성육신의 관점에서 본 성경 영감설>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피터 엔즈의 또 하나의 문제작이다. 
다소 도발적인 이 책의 제목(원제 역시 "The evolution of Adam"이다)은 아담이 진화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담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진화해왔고 더욱 바람직하게 진화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설이나 이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은 아니다(그런 독자에게는 하스마 부부의 <오리진>을 추천한다). 이 책은 인류 기원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성경해석을 어떻게 조화시켜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하나의 제안으로서, 사실은 성경해석학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작 <성육신의 관점에서 본 성경 영감설>에 대한 적용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성육신...>에서 저자가 제시한 성경의 특성(성경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유비) 및 그에 따른 해석학적 원리를 창세기 1-11장과 바울의 아담 해석에 적용한다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논리의 정교함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 문장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모든 단락은 뒷 단락의 논리를 전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되어, 그렇게 책 전체가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듯이 치밀하게 전개된다. 
어떤 영역에서 큰 논란과 다수의 반대를 불러일으킬만한 입장을 개진하고 자리잡게 하려면 용기뿐만 아니라 저 정도의 명석함과 내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당연히 저자의 주장에 반대할 수 있으나, 반대하는 자는 그만큼의 노력을 들여 그만큼의 명료함을 가지고 반박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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