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간사를 시작할 때 이 책을 선물 받았으니 무려 10년 가까이 소장하고 있던 책인데, 두께와 난해함 때문에 그동안 읽기를 미뤄왔던 책입니다. 
게다가 이 책 출간 이후에 나타난 고고학적 발견들에 의해서 저자의 논지가 반박당한 것들이 꽤 있어서 최근에는 이 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도 이 책 읽기를 미뤘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이런 철지난 책까지 읽어야 하나. 그냥 책장이나 빛내게 할까'하는 생각도 하던 차에, 씨니어간사스터디모임에서 미에룹의 <고대 근동 역사>를 읽은 탄력을 이어받아 이 책을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 이 야심한 시각에 매우 흥분한 상태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명저', '이스라엘의 역사에 관한 최고의 책' 등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이 조금도 과장이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구약을 역사적 흐름을 따라서 정리하는데에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책들보다 가장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역사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이 책을 저술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소주의자들에게 이 책은 성경의 이야기를 역사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재서술한데 불과하다는 가혹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소주의자들이 비판하는 그 지점이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서술하는 이스라엘의 역사가 최근의 고고학적 성과들에 얼마나 정확히 부합하는가가 이 책을 읽는 주된 포인트가 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원한다면 최근의 연구성과들이 반영된 다른 책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그보다 저는 (최소주의자들이 비판하듯이) 이 책은 성경이 제시하는 역사를 일반역사서술의 방식을 취해서 훌륭하게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이 책 이상으로 탁월하게 수행한 책을 찾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읽어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충분히 공감할 것입니다.
안 읽고 지나쳤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정말 대.단.한. 책입니다.

* 이 책은 무려 4판까지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새로 추가된 연구성과들을 접한 후 자신의 견해를 일부 수정해가며 계속해서 개정판을 내온 저자의 성실함이 인상깊습니다.
4판은 저자의 가장 마지막 입장을 담고 있으며, (저자의 제자인 윌리엄 브라운이 쓴) 4판 이후의 학문적 동향에 대한 간단한 부록이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최근 연구결과들에 뒤쳐져 있다는 점이 그나마 가장 잘 보완된 책이 4판일 것입니다. 
그래서 꼭 4판으로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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