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북미권의 보수적 학풍을 가진 신학교에서 이스라엘 역사 과목의 교과서로서 오랜 기간 확고한 지위를 지켜온 존 브라이트의 <이스라엘의 역사>를 왕좌에서 밀어낸 책이라고 한다. 최근에 워낙 존 브라이트의 책을 감명깊게 읽은터라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컸다.


저자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법론에 대한 설명인 1부가 꽤 흥미롭다. 저자들은 최근의 역사비평의 끝자락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단적인 '의심의 해석학'의 한계와 맹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역사연구에 성서텍스트를 일차차료로 사용하는 것의 정당성을 효과적으로 논증해낸다. 나로서는 저자들의 논지에 매우 동의가 되었고 매우 설득력 있다고 느꼈다. 

톰 라이트의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을 읽은 이들은 이들의 방법론이 역사적예수연구에서의 라이트의 방법론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라이트가 보여주는 가설에 대한 치밀한 논증에 비해서는, 반증의 부담을 상대방에게 지우며 불가지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지나치게 자주 구사하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다소 나이브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점이 좀 아쉽다. 큰 틀에서는 톰 라이트와 유사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역사적 실재란 완벽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성서텍스트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루크 티모시 존슨의 전략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읽을 때의 몰입감의 정도나 책을 통해 이스라엘의 역사가 한 번에 꿰어지고 있다는 감동의 면에서는 존 브라이트의 책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쓰다보니 박한 평가를 하게 된 듯 한데, 사실 매우 잘 쓰여진 책이다.

존 브라이트의 책이 이제는 '역사연구로 가장한 성서의 환언적 재진술'에 불과하다는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해, 이 책은 학문적으로도 최소주의자들에게 인정받는 몇 안되는 최대주의자들의 저술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구약역사를 정리하고자 할 때에 존 브라이트의 책으로 큰 줄기를 잡고 이 책으로 학문적인 면을 보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조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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