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10>, 우석훈, 새로운현재

 

우석훈의 글을 좋아한다. 진보적인 입장에서 경제학을 하는 그의 학문적 포지션도 좋아하지만,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 글쓰기가 가능한 몇 안 되는 경제학자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경제학에 관한 한 나는 학부 전공자 정도의 입문자이지만, 경제학 쪽에서 가방끈이 나보다 훨씬 긴 사람들 중에 우석훈에 대해 가볍고 경박하다고 비판하는 이들을 간혹 본다. 그런 이들은 우석훈의 학문적 수준에 대해서도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생각엔 학자적 소양으로 볼 때도 그런 소리 들을 정도 수준의 학자는 아니라고 본다.

추측컨대, 경제학자이면서도 자신의 관심사와 문제의식을 마치 사회학자와 같은 방식으로 펼쳐내는 그의 활동궤적이 같은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낮설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석훈은 그간 청년세대를 향한 글을 많이 써 왔는데, 이 책 <불황 10>에서도 장기불황의 시대에 생존가능성을 높여주는 각종 노하우를 20-30대에게 전수하고자 한다.

세부사항에서는 동의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메인 아이디어에는 매우 동의한다.

보수가 끊임없이 주장하는 소위 '낙수효과'가 부자들의 이익을 위한 허구적 캐치프레이즈인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불황을 탈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역시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논리가 자칫 개인이 국가를 위해 이용당하고 희생당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주류 거시경제학은 불황의 해법을 소비 증가를 통한 신규 수요 창출로 보는데, 그러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저소득자들이 자신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가며 지금보다 소비를 늘려야 하는가?

우석훈은 장기불황을 통과하며 오히려 소비를 잔뜩 줄이고 가계저축을 가파르게 증가시킨 일본의 경우를 반례로 제시한다. 불황을 통과하며 일본의 국가경제는 다소 약화되었을지 모르지만 일본 국민들의 가계경제는 더욱 튼실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도 이처럼 개인경제, 가정경제를 튼실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의사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거, 저축, 소비, 창업, 교육 등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다른 파트도 도움이 되지만, 교육 파트에서 조기 외국어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반대하는 부분은 큰 도움이 되었다.

원래 그런 생각이긴 했지만, 모국어를 제대로 익히게 하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더욱 확신을 얻었다. 

영어 조기교육 신봉자라면 읽고 고민해보시라. 또는 주위에 그런 사람 있다면 이 책을 권해보아도 좋으리라 싶다.

  

경제학자가 거시지표를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의 삶의 문제를 고민하며 메시지를 내는 경제학자도 한 명쯤 꼭 필요하다고 본다(사실, 더 많은 경제학자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20-30대에게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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