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사막의 교부, 선, 개신교 수도원, 수피즘 등 다양한 영적 전통과 교류하며 영성수행을 닦아온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최초로 밝혀지는 에니어그램의 원형과 비전"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에서 저자는 최초에는 삼각형 세개가 겹쳐진 모양이었던 에니그램도형을 구르지예프가 3-6-9삼각형만 남기고 나머지 두 삼각형을 헥사드도형으로 변형시켰다는 주장을 문헌적 근거와 함께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따라서 에니어그램을 원형대로 적용할 때에 각 유형 간의 에너지의 흐름이 꼬이지 않고 각자의 성장을 위한 과제도 바로 이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또하나의 강조점은 영성수련으로서의 에니어그램의 본질 회복이다. 저자에 의하면, 현대 에니어그램은 오스카 이카조에 의해 '성격유형론'에 가깝게 변질되었으나, 유대 신비주의 카발라전통에서 수피즘을 거쳐 구르지예프로까지 내려오는 에니어그램의 원류는 영적통합을 추구하는 '인간유형론'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성격유형론적인 현대 에니어그램의 대안으로서, 각각의 유형들이 데카(10)포인트로의 영적 통합을 추구하는 수련으로서의 '데카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롭게 읽었다. 지금까지 접해본 에니어그램에 관한 책이나 강의 중 가장 독특한 관점이었다. 그러나 에니어그램이 이미 삼각형과 헥사드도형의 형태로 널리 보급되어 확고히 자리잡은 상태라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지는 잘 모르겠다. 허나 내 개인적 의견으로는 저자의 의견이 문헌적 근거에 의한 타당성도 가지고 있으며 논리적으로도 더 설득력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의 경우에는 에니어그램에 대한 독자의 직접적 관심과 필요와는 별 관련없는 내용(가령,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 에니어그램과 다른 영성전통과의 관련성 설명)으로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한 점이 아쉬웠다.
실제로 데카그램을 통해 어떠한 성숙을 이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제안이 부족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본서의 내용을 심화시킨 저자의 후속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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