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에 물든 세상을 향해 장하준이 던진 회심의 빨간 알약과 같은 책이다.
장하준의 장점은 풍부한 사례와 정확한 수치에 입각하여 빈틈없는 논리를 구사하는 학자라는 점이다. 그리고 매우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치적인 색깔이 강하지 않아서 덜 공격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글은 우파에게도 충분히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중앙일보는 그런 점 때문에 그를 일컬어 "좌파와 우파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 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그가 자신의 이러한 장점을 잘 활용하여 많은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을 설득해내주길 희망한다.
장하준의 전작들도 매우 훌륭했지만, 그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를 학문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반박해냈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더이상 논리는 없이 '복지포퓰리즘, 세금폭탄' 등의 선정적 언어로 사람들을 호도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장하준의 23가지 논지를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그런데 내 생각엔 심히 어려울 것 같다).
사실 난 정말로 궁금하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나라야 어찌되든 자기 지갑만 불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무뢰배가 아닌 이상 이 책을 읽고나서도 기존의 생각을 고수할 수 있을지 말이다.
미국의 사례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의 제목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MB정부가 나라를 말아먹는 23가지 방법"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이 책의 문제제기를 심사숙고하여서 신자유주의라는 폭주기관차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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