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성경과 선교의 관계'에 대한 더 나은 접근이다.
저자는 성경과 선교의 관계를 말할 때에 대위임령(마28:18~20)이나 그 밖의 몇몇 근거구절찾기로 접근하는 소위 "선교의 성경적 기초" 방식은 성경의 선교적 함의를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성경 전체를 하나님의 선교의 산물로 이해하는 '선교적 성경신학' 내지는 '선교적 해석학'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주장이다.
성경 전체가 하나님의 선교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보이기 위해 저자는 신구약 전체를 오가며 방대한 논증을 편다. 따라서 이 책이 다루는 수많은 본문들에 대한 석의를 관련구절들을 꼼꼼히 찾아가며 정독하는 것은 때로는 지루하며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하지만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매우 가치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덧붙일 만한 이 책의 장점은 선교신학에 있어서 구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선교학에서는 신약을 주된 연구대상으로 하며 상대적으로 구약은 형식적으로 다루어온 측면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저자가 구약학자로서 이 분야에 아주 의미있게 기여한 점이라 생각한다.
둘째, 이 책의 또 하나의 의의는 '총체적 선교'에 대해서 복음주의권에서 나온 매우 훌륭한 답변이라는 점이다.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에서 복음전도가 가지는 수위성 문제는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진영 사이에, 그리고 복음주의권 내부에서도 오랜 갈등을 일으킨 주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복음전도의 ‘수위성’이나 ‘우선성’이 아니라 복음전도의 '궁극성'을 주장하여 총체적 선교를 위한 훌륭한 이론적 기초를 제시했다(p398). 그런 점에서 김지찬 교수의 짧은 추천사는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예리하게 짚어냈다.
"...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최신작 [하나님의 선교]는 오랜 동안의 복음주의 내 학문적 공백을 메워줄 뿐 아니라 진보적인 비평주의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을 극복해 낼 수 있는 대안적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만족과 기쁨을 주는 저서다."

이 책에 쏟아진 수많은 찬사 중에 ‘데이비드 보쉬의 [변화하고 있는 선교] 이후 가장 중요한 선교학 서적’이라는 평가는 현재로서는 다소 과장되었을지라도 이 책이 앞으로 얻게 될 위상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앞으로도 [변화하고 있는 선교]를 대체할 책이 아니라 보완할 책으로 보여진다. 두 책 사이의 차이점이 매우 분명하기 때문이다.
[변화하고 있는 선교]는 선교의 성경적 기초를 위해 신약 본문을 일부 다루고 있지만(마태복음, 누가-사도행전, 바울서신 등), 책의 대부분은 교회사 속에 나타난 다양한 선교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에 할애한다.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선교신학으로 교회사 꿰뚫기’라 할 수 있겠다.
에 반해 [하나님의 선교]는 신구약 전체가 하나님의 선교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보인 후 그것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앞서 말한 단순화를 취하자면, ‘선교신학으로 신구약 꿰뚫기’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 분야를 공부함에 있어서 이 두 권의 책을 차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들은 서로를 보완해주어 읽는 이로 하여금 선교신학에 대한 매우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Posted by S. J. Hong
,



[닥치고 정치]에서 김어준은 그 책을 쓰게 된 배경으로 아주 재미있는 썰을 푼다.
그는 돌연 진보진영의 스타로 떠오른 조국의 등장에 환호했으나, [진보집권플랜]을 집어들고는 서문만 읽고 덮고 말았단다.

“재수 없을 수, 있겠다. 재수 없다가 아니라.
그리고 재미, 없다. 재미없을 수, 있겠다가 아니라.
전자는 위험하고 후자는 안타깝다. 이렇게 훌륭한 선수가.”

[진보집권플랜]에 대한 김어준의 커멘트이다(하지만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맥락상 심각한 비난이나 야유가 아니라 애정을 담은 조크임을 알 수 있다).
의미를 풀어본다면, ‘재수 없을 수, 있겠다’는 조국이 너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과 그의 고고함, 그리고 모범생스러운 자의식이 맞물리면 자칫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이며, ‘재미없다’는 그의 지나친 반듯함과 진지함이 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이다.
그래서 그는 조국이 결여(?)하고 있는 재미와 천박함을 가지고 조국을 측면지원하기 위해 대담집 출간에 착수했단다(장르를 대담집으로 정한 이유는 진보집권플랜이 대담집이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대담이 한창 진행되는 중에 조국신드롬이 생각보다 빨리 가라앉았다. 그는 매우 뻘쭘했으나, 이왕 떠든 김에 하고 싶은 얘기 다 풀어내보자 해서 대담을 계속 진행했고 그래서 엮어진 책이 [닥치고 정치]였던 것이다. 매우 김어준스러운 집필동기가 아닐 수 없다 :)

약간 공감했다. 내가 이전까지 유일하게 읽은 조국의 책은 [성찰하는 진보]였는데, 너무 지당하고 반듯한 말씀을 하는 점이 오히려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진보집권플랜]이 화제가 되었을 때도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김어준의 글을 읽다가 이 철지난 책이 궁금해졌고 그래서 드디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재수 없지 않았다. 그리고 재밌었다.”
사실 그 이상이었다. “자랑스러웠다.”
사전에 질문을 전달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진행된 대담에서 조국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인터뷰어 오연호의 말대로 오랫동안 생각해 온 그림이 있음이 느껴졌다.
한국사회 전반의 이슈들에 대해서 앉은 자리에서 꽤 훌륭한 대안들을 쏟아내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전체적인 그림을 이 정도로 그려낼 수 있는, 이만한 인물이 진보진영에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조국신드롬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치인 조국을 기대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사회를 위해 앞으로도 의미있는 역할을 감당해주었으면 좋겠다.
전달력도 발군이었다. 이 분의 역량은 스스로 집필할 때보다 좋은 인터뷰어와의 대담을 통해 더 잘 드러난다 싶었다.

책의 말미에서 오연호는 보수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물론 이 책은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진보 개혁 진영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떻게 집권 계획을 설계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보수 세력, 그래서 진보와 선의의 경쟁을 해보고 싶은 보수 세력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맞다. 진보이든 보수이든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그림이 진보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초 설계도가 되고, 보수에게는 자신들의 대안을 발전시키기 위한 신선한 자극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의 한가운데를 펴면 양쪽 페이지에 오연호와 조국이 마주본 얼굴이 꽉차게 담겨 있는 사진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 책 전체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짧은 대화가 실려 있다.

오연호: 20대 청년들 스스로 자기 세대의 문제를 가지고 들고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거죠?
조국: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떤 정치 세력이든 이들의 요구에 답하지 못한다면 집권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진보집권플랜] 출간 후 1년... 정말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Posted by S. J. Hong
,


역사를 서술하는 방법을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우선, 역사 속의 주요사건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것은 언제나 역사연구의 일차적 관심사였으며, 따라서 이러한 '정치사적인 접근'은 오랫동안 역사연구방법론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반면, 주요사건의 연대기 중심 역사서술에서 소외된 전체적인 사회상과 사회구조 그리고 그것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일반대중에 관심을 가지는 접근법이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아날학파가 대표적이다. 우리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서도 -아날학파와 강조점은 좀 다르지만- 연대기 서술보다는 그 역사를 통과해온 민초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가능하겠다. '민중사적 접근'이라고 부를수 있으려나?
한국근현대사를 이러한 '민중사적인 접근'으로 가장 훌륭하게 서술해낸 분은 단연 -역사가가 아니라 소설가인- 조정래 선생님일 것이다.
그의 대하소설 3부작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 광주까지의 한국근현대사를 관통한다. 그의 소설에서는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이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과 이야기와 함께 절묘하게 어우러져 돌아간다. 그럼에도 독자가 무엇이 픽션이고 무엇인 논픽션인지 대부분 구분해 낼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 그것이 바로 이 3부작이 높은 문학적 가치를 지닌 소설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역사교육자료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한국 근현대사는 일제강점기의 수난과 저항, 해방후 분단과 6.25전쟁의 비극, 한강의 기적과 군사독재의 명과 암, 민주화운동의 좌절과 환희를 통과한 수많은 민중들의 피와 땀과 눈물과 웃음의 기억이다. 이것이 바로 연대기 서술 위주의 정치사적 접근만으로는 절대로 우리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조정래의 소설엔 이 시대의 주요한 역사적 사건이 정교하게 얽혀 짜여져 있으면서도, 그 중심인물들은 철저히 그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온 이름없는 민초들이다. 그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그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쳐온 우리의 선조와 선배들이 무엇에 울고 웃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게 된다. 여기가 조정래 3부작이 대체불가능한 가치를 가지는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한강]을 집필한 후에 쓴 후기인 “[한강]을 마치며”가 10권의 말미에 덧붙여 있다. 이 후기를 읽으면 정말로 마음이 먹먹해진다.
기침병, 위궤양, 종기, 극심한 몸살, 오른팔 마비, 탈장 등 온 몸이 상해가면서도 불타는 사명감으로 자랑스런 민족문학이자 대체불가능한 역사자료를 남겨주신 조정래 선생님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Posted by S. J. H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