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벨처의 <깊이 있는 교회>를 읽었습니다.
이 책의 목적은 현재 북미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통 교회와 이머징 교회 사이의 소모적인 논쟁과 감정대립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워낙 관심사였던터라 읽기 전부터 책 내용이 무척 궁금했고, 읽자마자 금새 책에 빨려들어갔습니다.
책을 읽으며 정성스럽게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이 주제와 관련하여 저자가 고민하고 책읽고 연구하고, 현장방문하고 목회자와 학자들을 인터뷰하고, 자신의 교회에서 실천한 내용들로 쓰여졌습니다.
저자는 양측의 논쟁점들을 '인식론, 전도, 복음, 예배, 설교, 교회론, 문화관'의 일곱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각각의 범주에 대한 이머징교회의 주장과 이에 대한 전통교회의 반박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양측의 주장을 소개하고 평가함에 있어서 제가 그간 읽었던 어떤 책보다 가장 공정하게 다루었다고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제게 이머징교회 비판서로는 D.A.카슨의 <이머징 교회 바로 알기>가 가장 좋았는데 이 책은 그것을 가뿐히 뛰어넘을만한 책입니다. 물론 목회자인 저자가 카슨이 가진 학문적 엄밀성을 보여줄순 없었지만, 저자는 제3의 길에 서서 전통교회와 이머징교회를 바라보므로 전통교회 입장에서 쓴 카슨에 비해 이머징교회를 더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강점으로 인해 이 책은 이 주제에 있어서 앞으로 오랫동안 공히 인정받는 가장 중요한 책 중 한 권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자는 전통교회와 이머징교회를 뛰어넘는 제3의 길로 '깊이 있는 교회'를 제시합니다. '깊이 있는 교회'라는 용어는 C.S.루이스에게서 빌려왔으며, 그 모델로 본인이 목회하는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의 리디머 장로교회를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제시합니다.
책을 읽고 정리해 본 깊이있는 교회란 '가장 개방적이고 유연한 전통교회'로도 볼 수 있고 또는 '가장 온건한 이머징 교회(책에서 소개된 이머징 교회의 ‘연결주의자’ 진영보다 더 온건한)'로도 볼 수 있는 교회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두루뭉실한 양시론적 결론을 제시하거나 또는 중간에서 만나는 어설픈 절충주의를 시도한 것은 아닙니다. 양시론과 절충주의는 이론상으로는 좋게 느껴지나 현실에서는 공허한 슬로건이 됩니다.
그에 반해 저자가 제시하는 깊이 있는 교회는 위의 일곱 카테고리에 있어서 어느 범주에서는 보다 전통 교회와 가깝고 다른 범주에서는 보다 이머징 교회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의 기준에는 소위 ‘어느 것이 통할까’ 하는 실용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성경과 전통에 충실하며 현대문화와의 접촉점을 잃지 않는 건강한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저자의 치열한 노력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신뢰감을 주는 책입니다. 목회철학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이끄는 힘도 있고 목회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통찰도 많습니다.
좋은 책이 나왔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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