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존 파이퍼와 톰 라이트 간의 유명한 칭의에 대한 논쟁에서, 파이퍼에 대한 답변으로 라이트가 쓴 책이다.
공개논쟁에 처해 있는 학자가 반박의 글을 쓸 때면 그는 반대의견을 접한 독자들을 설득해야 하므로 자신의 모든 지성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글을 쓰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톰 라이트는 자신의 칭의론의 핵심골격을 러프하게 기술했던 이전 논문 "What St. Paul really said? (「톰 라이트 바울의 복음을 말하다」, 에클레시아북스 역간)"에서보다 이 책에서 자신의 주장을 한층 더 예리하고 선명하게 가다듬었으며 또한 더욱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들의 논쟁을 직접 접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라이트는 칭의론에 있어서 파이퍼가 틀렸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파이퍼의 주장은 옳지만 그가 말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라이트는 바울의 칭의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전통 속에서 형성된 교리를 다시 본문에 들이대어 우리가 원하는 내용을 읽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바울의 시대에 대한 연구와 본문에 대한 성실한 석의를 거쳐 바울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듣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반복해서 역설한다.
성경에 나타난 구원에 대한 풍성하고 다양한 설명 가운데에서 우리는 이신칭의의 위대한 교리를 발견할 수 있다(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그래서 라이트도 이신칭의를 믿고 인정한다). 그러나 라이트는 적어도 바울이 자신의 서신에서 '의롭다(dikaios 어근을 가진 언어들)'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의미했던 바는 종교개혁의 렌즈로 읽어낸 '이신칭의'가 아니라 '온 세상을 구속하고 회복시키려는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 안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맺은 언약에의 신실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본문에 대한 치밀한 석의를 통해 매우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이어서 라이트는 그간 이신칭의에 부여한 과도한 짐을 덜어주고 바울의 메시지를 바른 맥락에 위치시키는 것이 바울신학의 이른바 ‘옛관점’과 ‘새관점’ 사이의 갈등을 넘어서는 길이며, 구원의 수직적 의미(개인구원)와 수평적 의미(사회구원) 사이의 오랜 양자택일식 대립을 넘어서는 길임을 주장한다.
본문석의에 있어서 동의되지 않는 부분이 간혹 있었지만 칭의론에 있어서 그의 핵심적인 주장과 그가 그려낸 전체적인 그림에는 매우 동의하게 되었다. 라이트이 주장이 올바로 이해되어진다면, 그가 복음의 총체적이고 온전한 의미가 회복되는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브라이언 맥클라렌은 이 책에 대한 추천사에서 "존 파이퍼는 결국 우리를 위해 훌륭한 일을 저지른 셈이 되었다. 그가 톰 라이트를 비판한 책을 낸 반응으로 라이트가 이렇게 훌륭한 책을 출간하는 결과를 얻어냈으니 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처음 그 글을 읽으며 ‘이번엔 맥클라렌이 좀 짖궂었네’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난 후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단순히 논적의 글에 대한 반박서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하나님의 신실하신 계획과 그의 나라의 장엄한 비전에 매료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책을 덮으며 문득 바울의 위대한 찬양이 떠올랐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 누가 주의 마음을 알았느냐 누가 그의 모사가 되었느냐 누가 주께 먼저 드려서 갚으심을 받겠느냐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아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그에게 영광이 세세에 있을지어다 아멘” (로마서 11: 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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