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소속단체 간사모임에서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를 스터디하다가 ‘복음주의 영성’ 파트를 다루면서, 간사님들과 우리의 소그룹운동과 경건훈련의 현주소와 한계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 
소그룹에서의 귀납적성경연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드물게 잘 되는 소그룹에서도 성경공부에 영적인 활기가 없고 지적인 면에 치우쳐 버리는 아쉬움에 대해서도 나누었다.
거기에 대해 내가 제안했던 내용은 귀납적 성경연구를 메인컨텐츠로 하는 우리의 소그룹 전통을 잘 유지해가는 가운데, 거기에 영적지도의 요소를 적절히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신대원 다닐 때에 영적지도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 영적지도 자체만으로는 꽤 한계가 있고 오히려 귀납적 성경연구와 영적지도를 잘 통합해낼 때에 좋은 소그룹역동을 만들 수 있고 소그룹멤버들의 영성훈련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교회 소그룹에서 귀납적 성경공부를 해나가다가 적절한 본문이 나왔을 때 연구한 본문으로 함께 관상기도를 하고 영적지도를 해보았던 적이 있는데 이 시간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이 열렬했었다. 
이 제안에 대한 간사님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어서, 우선 다음 학기 스터디를 통해 영적 지도에 대한 기초적 내용을 배운 후에 간사모임 소그룹에부터 먼저 영적지도의 요소를 살짝 도입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 제안이 지부 소그룹에서까지 실효를 거두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영적지도의 문턱이 지금보다 더 낮춰져야 한다. 지금처럼 소수의 득도한 도사(?)에 의해 비기처럼 전해지는 방식으로는 영적지도가 대중적인 영성훈련컨텐츠가 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내가 접해 본 영적지도에 대한 책이나 강의 대부분은 영적지도는 자격을 갖춘 지도자에 의해 행해져야 함을 매우 강조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을 것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피지도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것을 강조하는 영적지도의 특성을 고려할 때에, 기본적 지식을 습득한 후 하나님과 피지도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갖춘 사람이라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런 태도를 갖추고 이 정도의 지침을 따라간다면 할수 있다"라고 격려해주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영적지도를 소그룹 세팅에 잘 적용해낸 모델이 필요하다. 영적지도 수업에서는 대부분 이런 유형의 소그룹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좀 덜 무겁고 부담없는(?) 스타일의 소그룹 모델이 제안될 필요가 있다.
요약하자면, 영적지도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화시켜 소그룹에 적용한 방식의 프로그램이나 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조건을 정확히 충족시키는 책이 적절한 타이밍에 출간되었다.
바로 엘리스 프라일링의 <소그룹 영성훈련>이다. 
이 책은 내가 지금껏 보아온 영적지도에 관한 책 중에서 ‘영적지도는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격려해주는 면에서 단연 으뜸인 책이다. 그러면서도 영적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태도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으며 초보자도 따라갈 수 있는 안전한 지침과 바운더리를 구체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보통 일대일로 행해지는 것이 더 일반적인 영적지도를 어떻게 소그룹에 잘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이 방면에 있어 또 하나의 명저는 데이비드 베너의 <거룩한 사귐에 눈뜨다>이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준비한다면 소그룹을 통한 영적 지도에 대한 대략적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사역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날 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이 참으로 반가웠다. 


* “영적 지도”에 대해 공부할 때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윌리엄 A. 베리, 윌리엄 J. 코놀리 <영적 지도의 실제> (분도출판사)
케네스 리치 <영혼의 친구> (아침)
캐롤린 그라톤 <영적 지도 기법> (가톨릭출판사)
데이비드 베너 <거룩한 사귐에 눈뜨다> (IVP)
유해룡 <하나님 체험과 영성수련>, <기도체험과 영적지도>, <영성의 발자취> (이상 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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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신학, 생활신학 등의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저술가인 폴 스티븐스가 말레이시아 투자회사 연구원 앨빈 웅과 공저한 책입니다.
일터신학자와 투자회사직원이 '일터에서 영적 성장을 가로막는 아홉 가지 죄 극복하기'라는 주제로 책을 함께 썼다니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이겠구나 기대하며 읽었으나... 솔직히 책 전체가 지당하고 진부한 이야기로 가득해 의욕을 가지고 읽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 주제에 대하여 새롭고도 참신하며 구체적 이야기를 듣기 원하는 독자가 선택할 책은 결코 아닙니다(책 추천자가 해야할 일 중 하나는 '이 책이 어떤 책이 아닌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로 했다면 대충 읽어보셔도 됩니다(만약 이 책을 꼼꼼히 정독한다면 그 진부함과 식상함에 치를 떨게 될 것입니다). 단락의 주제 문장 정도만 읽어보아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거의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좋은 활용법은, 이 책을 일터에서의 영성훈련 및 내면 다스리기 훈련교재로 보고 때마다 주제별로 골라 읽고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사진에서와 같이, 이 책은 일터에서의 죄성 아홉가지(자만, 탐욕, 음욕, 탐식, 분노, 나태, 질투, 동요, 권태)와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성령의 열매 아홉가지(기쁨, 양선, 사랑, 절제, 온유, 충실, 친절, 인내, 평화)그리고 성령이 인도하시는 삶의 결과 아홉가지(쉼없는 기도, 끊임없는 감사, 아름다운 순전함, 즐거운 내려놓음, 내어 맡긴 만족, 생명을 주는 리듬, 이웃 사랑, 소명에 대한 확신, 마음을 천국에 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터에서 각각의 죄성을 직면하게 될 때마다 그 죄성과 성령의 열매, 결과 부분을 차례로 정독하고 거기 나와 있는 영성훈련이나 태도를 삶에 적용해보면 큰 유익이 있으리라 봅니다(가령 자만의 유혹이 있을 때, '자만', '기쁨', '쉼없는 기도'를 차례로 읽고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정보습득을 위한 독서를 할 때는 진부하게 들릴만한 내용이지만, 실제로 그 문제로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을 때는 읽고 적용할만한 포인트들을 풍성하게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책의 구성을 볼 때 저자들도 그런 활용법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책과 비교하자면, 문제를 다루는 깊이로는 신원하 교수의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가 더 낫다고 봅니다. 국내저자이기에 글이 더 와닿기도 하구요.
하지만 보편적인 죄성이 아니라 일터에서의 죄성으로 범위를 좁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 책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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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운동가인 짐 월리스가 '공동선'을 주제로 쓴 책입니다. 
저는 국내에 번역된 짐 월리스의 책을 모조리 읽었을 만큼 열혈 팬입니다(그러나 그의 번역서가 몇 권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 
그래서인지 이 책의 초반부에서 그의 대표적인 사상이 식상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 그만 읽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짐 월리스의 주장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 책에서 가장 진부하고 식상한 부분은 초반 몇 챕터일 것입니다. 그 때 낙오하기엔 아까운, 정말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이 그의 다른 저서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지점은 다른 많은 책에서도 보여졌던 그의 가치관과 공적 실천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그의 개인적 삶도 진솔하게 나누어진다는 점입니다. 
'건강한 가정'이라는 제목의 13장은 이 책에 숨어있는 보석과도 같은 장입니다. 
또한, 후기인 '공동선을 위한 열 가지 개인적 결단'은 전문을 옮겨치고 싶을만큼 훌륭한 글입니다. 책상 위에 붙여놓고 두고두고 마음에 새길만한 글입니다.

책 전체의 핵심논지인 '기독교는 공동선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통해 사회를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볼프의 공적신앙 담론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어용신학이 되어버린 스택하우스의 공공신학과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주는 신앙의 공공성 담론을 최근에 둘이나 접하게 되어 흐뭇했습니다.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정반대의 결론에 다다른 이들의 보면서, 신학적 입장은 각자가 서 있는 삶의 자리와 살아온 삶의 궤적과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미국사회에서 개혁적, 진보적 복음주의자로 분류되는 이들의 인식과 실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셰인 클레어본 & 토니 캠폴로의 <예수혁명>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책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 미국사회가 직면한 이슈들(대부분은 이미 한국사회의 이슈이거나 조만간 그렇게 될)과 그에 대한 건전한 기독교적 입장의 대략적인 그림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슈별로 행해진 짧은 대담들을 통해서 개략적인 조망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예수혁명>을, 한 저자의 깊은 사유와 호흡하며 '사회를 치유하는 공동선 형성에 있어서의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하나님 편에 서라>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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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를 꼽는다면 거기에 미로슬라브 볼프를 뻬놓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볼프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통해서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몸소 체험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볼프를 평화와 폭력, 배제와 용서의 문제에 천착하게 만들어 <배제와 포용>, <베품과 용서> 같은 명저를 쓸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동유럽 출신의 볼프는 북미와 서유럽 학자들의 관심과 의제설정이 지배하는 신학계에 비주류의 관심과 사유를 불어넣어주는,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광장에 선 기독교>는 볼프가 공적 신앙에 대한 담론을 간결하게 펼쳐보인 얇은 책입니다.


기독교신앙의 사사화에 반대하여 신앙의 공공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신학적 기획은, 기독교윤리학 분야에서 '공공신학'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크게 붐업된 바 있습니다.
공공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는 막스 스택하우스인데, 저는 신대원 시절 스택하우스의 신학을 개략적으로 공부해보았습니다.
기독교신앙이 사회의 에토스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택하우스의 신학은 기독교윤리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신학의 이름으로 신자유주의에 세례를 준 '신자유주의 어용신학'이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이러한 비판을 하는 이들은 비록 소수이지만 저는 이 비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하는 바입니다).
볼프의 담론은 신앙의 공공성 실현을 이야기하는 것이 꼭 스택하우스의 공공신학과 같은 방식이 아니어도 됨을 훌륭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저에겐 스택하우스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거부감을 힐링(?)하는 경험이었습니다.


볼프가 신앙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역시나 볼프 특유의 관심이 철저히 녹아 있습니다.
종교갈등으로 인한 긴장이 점점 커져만 가는 시대에 공적영역에서 신앙이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발하면서도 어떻게 타종교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볼프는 "정치적 기획으로서의 다원주의"를 제안합니다(그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911과 이라크 전쟁을 경험한 북미에는 매우 절실한 주제이고, 한국사회에도 점점 더 논의의 필요성이 커져가는 주제입니다.


볼프의 대표작 <배제와 포용>과 다루는 주제가 꽤 겹치지만 이 책이 훨씬 얇고 간결하므로, <배제와 포용>을 읽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신앙의 공공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볼프에게 관심이 있었는데 어느 책으로 시작할까 고민이셨던 분들은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을 듯 합니다.
아마도 이 책을 통해 볼프에게 푹 빠지게 될 것입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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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즈처럼 하나님은>, <천년동안 백만마일>의 저자 도널드 밀러가 아버지 상실의 경험을 극복하며 성장해간 이야기를 쓴 회고록이다.
국내 출간 후 이 책에 대한 극찬과 호평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내 마음 속에는 약간의 설레임과 긴장감 같은 것이 있었다.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혹시 이 책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책을 집어들자마자 곧 빠져들어 잠시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날 새벽 늦게까지 완주한 후에야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위로와 소망과 감사가 교차했다.
새벽감성(?) 탓도 있겠지만 눈시울을 붉혀가며 읽은 곳도 여러 곳이었다.

한마디로, 딱 도널드 밀러의 책이다. 
그의 책이 늘 그렇듯이 책 전체에 유머가 넘친다. 주제는 심각한데 분위기는 시트콤이다. 
또한 그는 애써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책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딱히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되었거나 깨닫게 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책 전체에서 묻어나는 진솔함으로 인해 참으로 깊은 위로를 얻었다. 

인생은 그리 간단치 않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인생에 좋은 멘토 한 두 명이 있다고 해서 완벽히 채워지는 공간이 아니다. 
내적치유와 기도에 관한 신앙처방 몇 가지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한 이들은 인생 내내 그 상실과 씨름한다.
그런데 도널드 밀러의 이야기에는 예수 믿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논리에 인생을 억지로 구겨넣는 '단순화'도, 시련을 불굴의 신앙으로 극복해내었다는 '허세'도 보이지 않는다. 
상실의 경험 속에서 아파하며 더듬더듬 길을 찾아갔던 한 청년의 진솔한 고백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난 도널드 밀러의 책이 좋다.

그에게처럼 나에게도, 내 삶에 다가와 아버지와 같은 놀라운 사랑으로 날 사랑해주셨던 분들이 있었다.
좋은 아버지가 무엇이고 훌륭한 남자가 무엇인지를 삶으로 살아내며 내가 그것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워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분들과의 만남을 매개해 준 공동체가 있었다.
돌아보면, 그건 나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내 삶에 주어진 선물이고 은혜였다.
이 책 제목 밑에 있는 문구처럼, 하나님께서 내 삶을 통해서도 '상실의 이야기를 더 나은 이야기로 써나가셨다'면, 그건 어느날 홀연히 일어난 마술 같은 치유를 통해서가 아니였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공동체와 그 안에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내 삶에 일어난 일이었다.

열렬히 권하고 싶은 참 좋은 책이다.
특정 경험을 한 이들만의 책이라고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이유로 좋은 아버지의 상실과 부재를 경험하였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이야기를 살아내기 원하는 이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이해하고 돕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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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의 신구세대를 각각 대표하는 기독교운동가인 토니 캠폴로와 쉐인 클레어본이 공저한 책으로서, 두 사람 간의 대화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이문식 목사님과 박총 님이 기독교신앙에 대해 나눈 대화 정도의 책이라 보면 비슷할 듯 하다(오. 이런 책 나오면 대박 나겠는데?).

책에 등장하는 "붉은 글씨의 그리스도인(Red letter Christian)"이라는 용어는, 예수님의 말씀을 붉은 색으로 표시해 강조한 성경책에서 따온 개념으로, 예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그리스도인을 뜻한다(그래서 책의 원제도 '붉은 글씨의 혁명' Red letter revolution 이다). 

서문에서 저자들은 '복음주의자'라는 용어가 오늘날 얻게 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하여 그것을 대체할 "붉은 글씨의 그리스도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근본주의화되어버린 미국의 복음주의를 향하여 저자들이 다른 방식의 신앙적 사고와 실천을 제안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26개의 주제(역사, 공동체, 교회, 예전, 성자, 지옥, 이슬람교, 경제, 가족, 생명존중, 환경보호, 여성, 인종차별, 동성애, 이민, 시민불복종, 나눔, 제국, 정치, 전쟁과 폭력, 국가 부채, 중동지역, 세계교회, 화해, 선교, 부활)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생활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 배우고 고민해 보게 한다.

대화 형식이어서 쉽고 편하게 읽힌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 두 사람의 입장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저자 간의 첨예한 논쟁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고민해가며 배움을 얻게 되는 방식은 아닌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포맷만 대화의 형식을 취한 것이지, 한 사람의 책처럼 읽힐만큼 저자들 간의 생각과 입장이 비슷하다.

참 좋은 책이다. 현재 기독교적 응답을 절실히 요하는 미국 사회와 전세계의 여러 이슈들에 대한 저자들의 사유와 실천이 생각할 거리와 도전을 많이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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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있으면서 기억에 오래 남도록 공부하는 법은 "책 vs 책"의 구도를 만들어 읽는 것이다.
이안 프로반 등의 <이스라엘의 성경적 역사>가 이스라엘 역사 연구에 있어서 현재 가장 합리적인 최대주의자의 입장을 대표하고 있다면, 레스터 그래비의 책은 가장 합리적이고 온건한 최소주의자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비가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최대주의자의 저서가 <이스라엘의 성경적 역사>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두 권의 책은 최대주의자와 최소주의자 사이의 대화를 위해 양쪽에서 뻗어나온 가교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책들이다.
따라서 이 두 권의 책을 함께 읽는 것은 이스라엘 역사 연구의 지형도를 파악하는데 매우 유익한 공부가 될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은 결과, 각자가 채택한 연구 방법론이 가지는 설득력에 관한 한 나는 프로반의 입장을 지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좋은 책이다. 온건한 최소주의자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스라엘 역사를 파악하고 있는지 개괄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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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북미권의 보수적 학풍을 가진 신학교에서 이스라엘 역사 과목의 교과서로서 오랜 기간 확고한 지위를 지켜온 존 브라이트의 <이스라엘의 역사>를 왕좌에서 밀어낸 책이라고 한다. 최근에 워낙 존 브라이트의 책을 감명깊게 읽은터라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컸다.


저자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법론에 대한 설명인 1부가 꽤 흥미롭다. 저자들은 최근의 역사비평의 끝자락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단적인 '의심의 해석학'의 한계와 맹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역사연구에 성서텍스트를 일차차료로 사용하는 것의 정당성을 효과적으로 논증해낸다. 나로서는 저자들의 논지에 매우 동의가 되었고 매우 설득력 있다고 느꼈다. 

톰 라이트의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을 읽은 이들은 이들의 방법론이 역사적예수연구에서의 라이트의 방법론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라이트가 보여주는 가설에 대한 치밀한 논증에 비해서는, 반증의 부담을 상대방에게 지우며 불가지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지나치게 자주 구사하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다소 나이브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점이 좀 아쉽다. 큰 틀에서는 톰 라이트와 유사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역사적 실재란 완벽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성서텍스트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루크 티모시 존슨의 전략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읽을 때의 몰입감의 정도나 책을 통해 이스라엘의 역사가 한 번에 꿰어지고 있다는 감동의 면에서는 존 브라이트의 책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쓰다보니 박한 평가를 하게 된 듯 한데, 사실 매우 잘 쓰여진 책이다.

존 브라이트의 책이 이제는 '역사연구로 가장한 성서의 환언적 재진술'에 불과하다는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해, 이 책은 학문적으로도 최소주의자들에게 인정받는 몇 안되는 최대주의자들의 저술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구약역사를 정리하고자 할 때에 존 브라이트의 책으로 큰 줄기를 잡고 이 책으로 학문적인 면을 보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조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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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한데, 제목과 표지글을 통해 추측되는 내용이 책의 실제 내용과 다소 다른 책이 있다. 그것은 책이 독자에게 보내는 시그널이 그 책의 내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자들을 낚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일까, 나쁜 책일까?
사실 간단한 문제다.
답없는 고민일랑 집어치우고, 먼저 읽은 사람이 그 책이 바른 임자를 만날 수 있도록정확한 시그널을 보내주면 될 일이다.

나에겐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삶을 위한 신학>이 그러한 책이라고 느껴진다. 처음 제목과 표지글을 통해서는 이 책이 '신학과 우리 일상, 현실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내가 요즘 고민하던 이 주제에 대해 마침 맥그라스가 책을 썼다니"하면서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는데, 책이 점점 맥그라스의 깔대기 주제인 '과학과 신앙의 관계'로 흘러간다.
그렇다. 초반 일부를 제외하면 이 책은 명백히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책이며 무신론운동에 대한 반박서이다. 초반 일부도 <과학신학>에서 다룬 내용과 겹치므로, 쉽게 말하면, 이 책은 <과학신학>과 <신없는 사람들>을 섞어서 더 쉽고 대중적으로 쓴 책 정도에 해당한다.
솔직히 맥그라스가 이 주제에 대해 쓴 책들을 여러 권 읽은 독자가 추가로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래서 결국 낚인 건 나인가...)

다시 말하지만, 제목이 주는 인상에 끌려 '신학이 우리 일상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하는 문제에 답을 얻고자 이 책을 읽으면 안.된.다. 그런 책이 아니다.
하지만 맥그라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과학과 신학의 관계'나 '세계관으로서의 기독교 신학의 현실설명력', 그리고 '새로운 무신론운동에 대한 반박'등의 주제에 대해서, 애써 머리쓰지 않고 편안히 읽을 수 있도록 쓰여진 아주 좋은 책이다.
짧고 명료한 맥그라스 입문서로 <삶을 위한 신학>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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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간사를 시작할 때 이 책을 선물 받았으니 무려 10년 가까이 소장하고 있던 책인데, 두께와 난해함 때문에 그동안 읽기를 미뤄왔던 책입니다. 
게다가 이 책 출간 이후에 나타난 고고학적 발견들에 의해서 저자의 논지가 반박당한 것들이 꽤 있어서 최근에는 이 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도 이 책 읽기를 미뤘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이런 철지난 책까지 읽어야 하나. 그냥 책장이나 빛내게 할까'하는 생각도 하던 차에, 씨니어간사스터디모임에서 미에룹의 <고대 근동 역사>를 읽은 탄력을 이어받아 이 책을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 이 야심한 시각에 매우 흥분한 상태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명저', '이스라엘의 역사에 관한 최고의 책' 등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이 조금도 과장이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구약을 역사적 흐름을 따라서 정리하는데에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책들보다 가장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역사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이 책을 저술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소주의자들에게 이 책은 성경의 이야기를 역사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재서술한데 불과하다는 가혹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소주의자들이 비판하는 그 지점이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서술하는 이스라엘의 역사가 최근의 고고학적 성과들에 얼마나 정확히 부합하는가가 이 책을 읽는 주된 포인트가 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원한다면 최근의 연구성과들이 반영된 다른 책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그보다 저는 (최소주의자들이 비판하듯이) 이 책은 성경이 제시하는 역사를 일반역사서술의 방식을 취해서 훌륭하게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이 책 이상으로 탁월하게 수행한 책을 찾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읽어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충분히 공감할 것입니다.
안 읽고 지나쳤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정말 대.단.한. 책입니다.

* 이 책은 무려 4판까지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새로 추가된 연구성과들을 접한 후 자신의 견해를 일부 수정해가며 계속해서 개정판을 내온 저자의 성실함이 인상깊습니다.
4판은 저자의 가장 마지막 입장을 담고 있으며, (저자의 제자인 윌리엄 브라운이 쓴) 4판 이후의 학문적 동향에 대한 간단한 부록이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최근 연구결과들에 뒤쳐져 있다는 점이 그나마 가장 잘 보완된 책이 4판일 것입니다. 
그래서 꼭 4판으로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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