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성지순례를 다녀온 것을 기점으로 하여 이 책으로 한국교회사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역사서술에 있어서 팩트를 정직하게 다루는 태도가 중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서술자의 관점이 신뢰할만한가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역사서술자는 또한 동시에 역사해석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한국교회사를 공부하고자 할 때에 최고의 텍스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한국교회사가로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자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신뢰할수 있는(물론 독자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으나 저로서는^^*) 역사학자들이 공동집필했고, 이만열, 이덕주 교수 등이 교열 보완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저자들의 관점을 신뢰할만하다는 것에 더하여, 특정 교단 중심의 역사 기록이 아니라는 점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개화기 천주교의 전래부터 90년대 한국교회까지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교회사책이므로 당연히 전반적으로 강의 톤인데 방심하고 있을 때 불시에 설교 톤으로 바꿔가며 깨알감동을 줍니다. 좀 전에 3권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는데 마음이 격동되어 잠이 안 오네요...

한국교회사를 정리해보려 한다면 꼭 이 책으로 하시길! 

강추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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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보아온 가장 탁월한 기독교 변증서들을 꼽자면, C.S.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존 스토트의 <기독교의 기본진리>, 김세윤 박사님의 <복음이란 무엇인가>, 박영덕 목사님의 <차마 신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정도가 떠오릅니다. 두말할 필요없이 훌륭한 책들이지만 하나같이 고전이거나 또는 쓰여진지 오래된 책들입니다. 사역현장에 있다보면 우리 시대를 위해 최근의 예수 이해가 반영된 좋은 변증서가 한 권쯤 나와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몇 년 전 <톰 라이트와 함께 하는 기독교 여행>이 출간되었을 때 저는 매우 흥분했었습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변증가이자 예수 연구가가 적당한 분량의 대중적 기독교 변증서를 썼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읽어보니 톰 라이트의 책이 거의 대부분 그렇듯이 그 책도 정말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감탄을 자아내는 탁월한 구성과 톰 라이트 특유의 우아하고 예술적인 설명방식에 비해서, 책을 읽고 났을 때 복음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듣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큰 책이었습니다. 예술성이 매우 높은데 비해 실용성은 낮은 복음 변증서였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제가 기다리던 그런 책이 드디어 뙇! 나왔습니다.
<깨어진 세상 희망의 복음>의 저자인 김유복 목사님은 IVF간사 시절부터 탁월한 복음전도자로 이름을 떨치시던 분입니다. 이 분이 기독교 변증서를 쓰셨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하며 기다렸습니다.
마침 책이 출간되기 몇 달 전에 전체 원고를 읽어볼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원고를 읽는 내내 감탄했습니다. 물흐르듯 유려하면서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개되는 복음 제시를 따라가면서, 오랜세월 현장에서 복음전도자로 살아온 저자의 내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장 좋았던 것은 예수 이야기를 전개해 감에 있어서 전통적 강조점에 더하여 최근의 역사적 예수연구의 성과들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가 현장에서 쌓은 내공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깊이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기독인에게 우리 시대 허물많은 개독교에 가려져 있는 진짜 복음을 들려주기 원하는 분들은 이 책을 선물하셔도 좋겠습니다. 또한 복음을 다시 한 번 정리하기 원하는 기독인들에게도 매우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전도소그룹, 새내기 소그룹 교재 등으로도 활용가능한 책입니다.
여러모로 꼭 필요한 책이 나와 참 기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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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신학>은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자신의 평생의 화두인 '신앙과 과학의 관계' 문제를 붙들고 씨름한 결과물인 <과학적 신학> 3부작에 대한 요약이며 대중적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그러나 저자의 주종목이라 할 수 있는 ‘신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정작 별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제대로 공부하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저자가 거듭 방대하고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는 <과학적 신학> 3부작을 다 읽어야 하려나 봅니다(하지만 아직 국내에 번역도 안된 듯 합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도킨스의 신>과 <도킨스의 망상>을 추천합니다. 이 이슈에 대한 저자의 기본적인 논지가 매우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책 <과학신학>은 ‘신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신학적 방법론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는 모더니티의 나이브한 실재론과 포스트모더니티의 극단적인 반실재론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는 현대신학이 붙들만한 적절한 방법론으로서 '비판적 실재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신학하는 방법으로서의 '비판적 실재론'이 가지는 저력과 가능성을 강렬하게 각인시켜준 신학자는 톰 라이트였습니다. 라이트에게 비판적 실재론이란, 연구자가 '포괄성', '단순성', '보편성'의 기준에서 역사적 실재를 가장 잘 설명해내는 가설(이론)과 비판적 대화와 성찰을 시도하면서 나선형으로 실재에 대한 가장 타당한 설명에 근접해가는 방법입니다. 

라이트는 신약성서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기획인 <기독교의 기원과 하나님의 문제>시리즈에서 처음 세 권을 통해서 역사적예수 연구를 비판적 실재론에 입각하여 탁월하게 수행해냅니다. 특히 1권인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에서 이 프로젝트 전체에 적용할 방법론으로 비판적 실재론을 소개하는 초반부 200페이지는 가히 압권입니다.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이 비판적 실재론을 성서신학에 적용한 탁월한 사례를 예증해준다면, <과학신학>은 그것을 신학 전반에 적용한 더 넓은 그림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신약성서와...>과 함께 읽으면 매우 좋을 책입니다. <과학신학>의 논지가 너무 막연하고 이론적으로만 느껴진다면 <신약성서와...>이 구체적 예시를 보여줄 것이고, <신약성서와...>가 성서신학에만 국한하여 설명하는 것보다 더 넓은 그림을 이 책 <과학신학>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읽어보니 이렇게 조용히 묻혀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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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박영돈 교수는 전작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을 통해 한국교회의 왜곡된 성령운동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낸 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출간된 이 책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은 저자의 한국교회를 향한 고언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은 대형교회의 문제점, 대형화를 욕망하는 작은 교회의 문제점, 목회자 선발의 문제, 신학교 정원과 신학교육의 적실성 문제, 목사의 자질과 한국 교회 강단의 설교 현실, 질낮은 성도의 문제, 성속이원론 등 한국교회가 가진 문제들을 요목조목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가 신학교 교수임에도 신학교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을 정도로 저자는 성역없이 한국교회 전반의 문제를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교회가 위기라는 말을 질릴만큼 듣는 요즘입니다. 너무 많이 듣다보니 위기라는 말 자체에 오히려 면역이 되고 둔감해지는듯 합니다. 게다가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말을 교회성장세미나 따위의 싸구려처방을 팔기 위한 밑밥으로 쓰는 이들로 인해 피로감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교회의 위기는 '어떻게 했더니 교인수가 늘더라'는 따위의 이야기에 솔깃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위기는 사실상 그런 접근이 만들어낸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위기라는 말조차 근본적인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참으로 난감한 때에 꼭 나와야 할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진심으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염려하며 씨름하는 한 신학자의 진정성 있는 호소입니다. 
이 정도의 비장함으로 위기를 말하는 신학자가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또한 책이 담고 있는 비판의 강도는 저자는 물론이고 출판사에게도 부담이 될만큼 신랄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출판해준 IVP의 용기에도 감사하게 됩니다.

한절 한절 참 아프게 읽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그 누가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불편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계속해서 옆에 두고 대화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을 직시하고 거기서 한국교회를 향한 정직한 고민과 애통함의 기도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정말 간곡히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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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신학의 새관점의 대표적 학자인 제임스 던의 논문이다. 
새관점에 있어 최근에 가장 Hot한 인물은 분명 톰 라이트이지만, 톰 라이트의 방대한 논의를 꼼꼼히 따라가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제임스 던의 이 얇은 책이 적격일 것이다.
톰 라이트는 너무 달변가인지라 읽는 이를 피곤하게 하는 면이 있다. 이 분은 같은 이야기를 표현을 바꾸어 이렇게도 말했다가 저렇게도 말했다가 하는 것 자체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시는 듯 하다. 그 모든 이야기들을 음미하면서 따라갈수만 있다면 물론 독자에게 큰 유익이 있지만, 보통 그의 논지는 계속해서 반복, 순환하며 독자에게 최초의 문제 제기가 가물가물해질 때쯤에 슬그머니 한발자국 전진한다. 톰 라이트의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특히 책을 띄엄띄엄 오래 읽는 이에게는 전체적인 논지를 파악하는데 치명적인 어려움을 준다. 톰 라이트 읽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이들을 가끔 만나는데 대부분 책을 몰아읽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에 비해 이 책에서 제임스 던은 군더더기 없이 바로 핵심으로 나아간다.(이 책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제임스 던의 학술서적은 역시나 분량이 방대하다. 그에 비해 톰 라이트는 그의 글쓰기 스타일로 인해 대중서적에서조차 다소 장황한 면이 있다.) 
이 얇은 책의 절반이 각주이므로 책의 분량은 정말 얼마 안되는데, 그 안에서 바울신학에 있어서 새관점의 의미를 설명하고, 오해에 대해 해명하며,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기술하는 작업을 훌륭하게 해냈다.
두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새관점의 밑그림이 잡힐 것이다.
그래서 강추!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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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을 읽을까 하고 책장을 훓어보는데 오래 전에 사두었던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몇주 전 설교에서 C. S. 루이스를 인용했기 때문인가? 왜 쌩뚱맞게 C. S. 루이스지?' 싶으면서도 촉을 따라 이 책을 뽑아들어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오늘 들었는데 올해가 루이스 서거 50주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루이스 관련 책들이 간간히 눈에 띄더라.
이 책은 C. S. 루이스에 대한 최고의 전기라는 지위를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C. S. LEWIS>에게 내줄 듯하다(올해 3월에 영국에서 출간되었다는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책은 얼마전에 홍성사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맥그라스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가 드러낸 루이스의 쌩얼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서평들이 꽤 눈이 띄는데, 나는 이 책 역시 루이스의 쌩얼을 진실되게 드러내 보려고 나름 노력한 책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루이스의 생애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독특한 몇몇 부분들에 대해서 맥그라스의 책보다는 이 책이 좀 더 온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저자인 조지 세이어가 루이스의 제자이자 친구이니 전기작가로서 맥그라스보다 공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듯 싶다. 하지만 개인적 친밀함에서 나오는 애정이 깊이 담긴 전기라는 점에서는 큰 강점이 있다.
책을 읽으며 루이스의 인간적인 면모와 진솔한 신앙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거기서 큰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나도 루이스처럼 집요한 죄의 힘을 경험하며, 지난 날의 상처와 씨름하며, 기질적 결함 등의 한계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 루이스가 그러했듯이 나도 그처럼 하나님 앞에서 진솔하고 충성스럽게 살고 싶다.
이전에 알던 예리한 변증가 루이스보다 이 책이 보여준 쌩얼의 루이스가 난 더 좋다.

참. 이 책에서 가장 은혜(?)받은 부분이 있다.
"저녁식사 후, 조이와 잭이 스크래블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또 하나 놀라운 광경은 조이와 함께 <더 타임즈>지의 십자퍼즐을 풀고 있는 잭의 모습이었다. 잭은 금세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퍼즐 출제자의 심리와 성격에 대해 재미있는 말을 하곤 했다."
("스크래블"이라... C. S. 루이스도 보드게이머였다!!ㅋㅋㅋ)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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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의 첫번째 책.
한국기독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그러나 어떤 전략이나 구조를 채택하면 교회가 부흥한다던가 하는 그런 류의 해법을 기대하고 읽을 책은 절대 아니다.
총3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교회의 현실진단(1부),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2부), 한국교회 위기의 해법(3부)의 흐름으로 되어 있다.
한국교회의 맨얼굴을 드러내 보여주는 1부의 현실인식은 예리하고 정확하다. 저자는 지난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한국교회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상징적인 해를 2007년으로 잡고 '포스트2007시대'의 활로를 모색한다.
이어서,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를 현 위기의 원인이라 진단하는 2부는 그 분석에 있어서 새로울 내용은 없지만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들을 저 세가지 키워드로 명쾌하게 정리해내는 저자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3부에서는 현재 이미 대형교회 위주의 공룡시대의 폐해와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말하며, 앞으로는 균형잡힌 기독교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함을 주장한다. 저자가 교회생태계, 지식생태계, 시민생태계에 대해 동등하게 강조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지나친 '목회자/교회중심사고'에 균형을 잡아줄 훌륭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또한 책을 끝마치며 제안하고 있는 '세속성자'라는 개념 역시 그 의미에 있어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간 사변적이고 이론적이었던 기독교세계관운동을 더욱 실천적으로 해나가도록 독려하는데에 매우 유용한 상징언어라고 생각한다.

간결함은 이 책의 장점이지만 얇은 분량은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자가 이 책의 제안을 좀 더 발전시킨 후속작을 내주기를 기대하는 독자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비록 구체적인 적용으로까지 이끌어가는 책은 아닐지라도, 최근에 나온 책들 중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고민의 출발점으로 이보다 적절한 책이 있을까 싶다. 저자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 주제의 책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추천사를 쓰신 이승장 목사님의 말씀처럼, 2013년에 각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이 책을 읽고 고민하고 토론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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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관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세계관 책들 위에 자신의 책 한권을 보태려면, 저자는 '세계관? 뭐 더 할 얘기가 더 남았나?'라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독자들을 자신의 책을 통하여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의 서론은 정말 탁월합니다.
저자들은 서론에 해당하는 첫번째 장 '커피 안에 녹아 있는 세계관'에서 그들의 세계관 논의가 취하는 접근법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세계관을 공부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습득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한 세계관을 숙고하고 선택하여 "~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여러 세계관들이 혼합된 양상의 삶을 살아갑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세계관 논의에 있어서 학문적이고 이론적 접근보다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가치관과 선택 등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여러 세계관들을 분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일상 속의 세계관! 
맞습니다. 한 때 잘 나갔지만 이젠 퇴물이 되어버린 세계관 논의를 오늘날 다시 끄집어내는데에 있어 가장 적절한 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식과 접근법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다른 세계관 책들과 차별성이 있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보니, 책에서 다루고 있는 8가지 세계관 - 개인주의, 소비주의, 국가주의, 상대주의, 자연주의, 뉴에이지, 부족주의, 심리치료 - 에 대한 분석도 훌륭합니다. 그 세계관의 긍정적인 점과 문제점을 함께 다루어 공정하게 다루려 노력한 점도 돋보입니다. 
다만 서론에서 불러일으킨 기대치를 충족시킬만큼 각각의 세계관에 대한 논의를 일상의 코드로 풀어내지는 못한 것은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뒤로 가면서는 '어. 이게 다른 세계관 책들과 뭐가 그리 다르지'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서론에서 약속한 바를 어느 정도 충실히 이뤄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세계관 책에는 일정량의 이론적 분석은 불가피하니까요. 이만큼이라도 우리의 구체적 삶과 연결지어보려고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열어놓은 논의를 따라 각자의 가치관과 삶 속에 녹아 있는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분별해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활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잘만 활용하면 보석같이 빛날 책입니다.
소그룹에서 이 책을 바탕으로 해서 여덟가지 세계관을 매주 하나씩 심도있게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상사 수업하듯이 이론적으로 하지 말고 각각의 세계관이 우리의 생각과 삶 속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자기 삶을 들여다보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직하게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영역에 대한 기독교세계관의 답변을 붙들고 씨름할 수 있다면 삶을 실제적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소그룹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봅니다. 성경공부나 북스터디를 할 때면 '영혼없는(?)' '지당하신' 대답을 청산유수로 늘어놓지만, 그것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가치관과 신념을 바꾸지 못하는 (저를 포함한) 많은 형제자매들을 볼 때, 우리의 소그룹이 어쩌면 정기적인 역할극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마침 만나게 된 이 책을 형제자매들과 함께 붙들고 씨름하며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은밀한 세계관'을 향해 돌직구를 던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훌륭한 세계관 책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강추입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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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라이트가 "그리스도인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쓴 책이다.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사실 단순하다. 
기독교가 '우리의 행위가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라는 슬로건을 맥락 불문하고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 우리는 '성품훈련'이라는 개념을 낮설어하고 미심쩍어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품의 변화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반복훈련을 통해 그 성품을 제2의 천성으로 만듦을 통해 이루어진다(이 모든 일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장차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서 '왕 같은 제사장'이 되도록 부름받았고, 지금 이 땅에서 (성령을 힘입어) 훈련을 통해서 그에 합당한 성품을 선취해나간다.

메인 아이디어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저자가 성서신학자인지라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는 성서본문을 샅샅이 찾아내어 현란하게(?) 주해하다보니 책이 꽤 두꺼워져버렸다. 게다가 같은 내용을 여러 표현과 비유를 들어 반복하는 저자 특유의 글쓰기 방식도 책의 분량이 늘어나는데 한 몫 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다보니 이제 무슨 얘길 하려는지 알겠네 싶은 지점 이후부터는 좀 루즈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해 이렇게 소망을 주며 강력하게 동기부여해주는 책은 매우 드물다.
"변화"를 주제로 한 많은 신앙서적들 중에 한 권의 책을 꼽으라고 하면 지금까지 나는 달라스 윌라드의 <마음의 혁신>을 택했었다. 이 책 <그리스도인의 미덕>은 <마음의 혁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책이다.

원제 "After you believe"는 알리스데어 맥킨타이어의 <덕의 상실(원제: After virtue)>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저자는 자신의 책이 알리스데어 맥킨타이어와 스탠리 하우어워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덕의 윤리... 
이 지점에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성서학자(톰 라이트)와 윤리학자(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만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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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신학의 '새관점'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톰 라이트와 존 파이퍼 사이에 있었던 칭의논쟁은 워낙 존 파이퍼가 목회자와 저술가로서 대중적 지명도가 높기 때문에, 새관점을 둘러싼 논쟁이 대중들의 주목을 끌게 하는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성서주해의 엄밀함과 전문성에 있어서 애초부터 공정한 게임이 되기 힘들었던, 이 성서신학자와 목회자 사이의 논쟁은 사실상 존 파이퍼의 완패로 끝이 났습니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존 파이퍼는 끝판대장이 아니었으니, 새관점에 대한 전통적 관점에서의 비판을 가장 설득력있게 전개할 수 있는 이는 바로 이 분, 김세윤 박사일 것입니다.

김세윤 박사는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신약학자로서, 현재 바울신학에 대한 전통적 입장에서 새관점 학파에 맞서 논의의 최전선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입니다.

이 책은 김세윤 박사가 2012년 두란노 바이블칼리지에서 "칭의와 성화"라는 제목으로 행한 강연을 책으로 엮어 출간한 것입니다.

 

새관점 학파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저자가 주된 논쟁의 상대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톰 라이트입니다(새관점 학파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의 전반부에서, 그는 먼저 제임스 던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신 이후로 줄곧 톰 라이트의 주장을 상대합니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책을 읽은 이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저 역시 새관점과 옛관점이 서로 건강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수정, 발전되어가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톰 라이트가 <톰 라이트, 칭의를 말하다(원제: Justification: God’s Plan and Paul’s Vision)>에서 전통적 칭의론을 자신의 관점 안에서 포괄해보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면, 이 책에서 김세윤 박사 역시 새관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을 반박하면서도 새관점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새롭게 발견하게 된 통찰들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변화의 폭이 생각보다 꽤 넓습니다. 이 정도의 대가들이 학문적 논쟁을 하면서 논적의 주장을 참고하여 자신의 입장을 수정해간다는 것은, 겸손하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훌륭한 성품의 대학자들과 동시대에 살면서 그들의 치열한 탐구와 논쟁의 결과를 즉시 접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세윤 박사는 톰 라이트가 샌더스를 이어받아 1세기 유대교를 언약적 율법주의로 이해한 후, 그에 따라 칭의를 법정적 의미를 가진 구원론적 개념이 아니라 이방인 선교와 관련된 교회론적 의미로 읽는 것에 대해 예리하게 비판합니다. 조목조목 매우 수긍이 갔습니다. 제가 그동안 톰 라이트의 칭의론에서 찜찜하게 느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짚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매우 놀라웠던 것은, 톰 라이트의 칭의론에서 칭의는 구원론인가 교회론인가하는 이슈보다 더 거센 저항과 신랄한 비판에 직면하리라 생각되었던 칭의는 미래에 얻을 의로움에 대한 현재적 선언이라는 주장을 김세윤 박사가 자신 나름의 방식으로 꽤 깊숙이 수용해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입장이라면 김세윤 박사는 톰 라이트의 논적이 아니라 사실상 우군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 반펠라기우스주의의 현대판 버전으로 간주될 소지가 다분했던 톰 라이트의 논리보다 오히려 김세윤 박사가 제시하고 있는 설명이 훨씬 더 명료하며 설득력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김세윤 박사의 칭의론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칭의의 법정적 의미와 관계적 의미를 함께 강조하며 옛관점과 새관점을 함께 아우릅니다. 실용적 이유에서 비롯된 양시론적인 절충주의가 아니라 각각의 명확한 성서주해상의 근거를 통해서 그렇게 합니다. 또한 칭의와 성화를 같은 의미를 다른 강조점으로 표현한 두 개의 그림 언어로 보면서 사실상의 동의어라고 제안합니다. 그래서 전통적 입장의 칭의성화영화의 구도가 아닌, ‘칭의(=성화)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구도를 제안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의 칭의론은 옛관점과 새관점을 모두 담을만큼 폭이 넓으며, 윤리와 분리된 왜곡된 칭의론을 극복할만한 힘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이 책은 새관점을 비판하는 앞부분이 아니라 저자가 칭의와 성화의 의미를 풀어내는 후반부가 백미입니다.

새관점 비판만 다루는 책인 줄 알고 관심자만 읽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새관점을 둘러싼 학문적 논쟁에 관심이 없는 분은 2장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저자의 책 <구원이란 무엇인가>를 뛰어넘는 책입니다. 구원, 칭의, 성화의 의미, 그리스도인의 삶의 여정에 대해 매우 깊은 통찰을 주는 책입니다.

경건하게 두 손 모아 강추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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