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계관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세계관 책들 위에 자신의 책 한권을 보태려면, 저자는 '세계관? 뭐 더 할 얘기가 더 남았나?'라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독자들을 자신의 책을 통하여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의 서론은 정말 탁월합니다.
저자들은 서론에 해당하는 첫번째 장 '커피 안에 녹아 있는 세계관'에서 그들의 세계관 논의가 취하는 접근법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세계관을 공부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습득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한 세계관을 숙고하고 선택하여 "~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여러 세계관들이 혼합된 양상의 삶을 살아갑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세계관 논의에 있어서 학문적이고 이론적 접근보다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가치관과 선택 등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여러 세계관들을 분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일상 속의 세계관! 
맞습니다. 한 때 잘 나갔지만 이젠 퇴물이 되어버린 세계관 논의를 오늘날 다시 끄집어내는데에 있어 가장 적절한 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식과 접근법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다른 세계관 책들과 차별성이 있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보니, 책에서 다루고 있는 8가지 세계관 - 개인주의, 소비주의, 국가주의, 상대주의, 자연주의, 뉴에이지, 부족주의, 심리치료 - 에 대한 분석도 훌륭합니다. 그 세계관의 긍정적인 점과 문제점을 함께 다루어 공정하게 다루려 노력한 점도 돋보입니다. 
다만 서론에서 불러일으킨 기대치를 충족시킬만큼 각각의 세계관에 대한 논의를 일상의 코드로 풀어내지는 못한 것은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뒤로 가면서는 '어. 이게 다른 세계관 책들과 뭐가 그리 다르지'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서론에서 약속한 바를 어느 정도 충실히 이뤄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세계관 책에는 일정량의 이론적 분석은 불가피하니까요. 이만큼이라도 우리의 구체적 삶과 연결지어보려고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열어놓은 논의를 따라 각자의 가치관과 삶 속에 녹아 있는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분별해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활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잘만 활용하면 보석같이 빛날 책입니다.
소그룹에서 이 책을 바탕으로 해서 여덟가지 세계관을 매주 하나씩 심도있게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상사 수업하듯이 이론적으로 하지 말고 각각의 세계관이 우리의 생각과 삶 속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자기 삶을 들여다보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직하게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영역에 대한 기독교세계관의 답변을 붙들고 씨름할 수 있다면 삶을 실제적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소그룹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봅니다. 성경공부나 북스터디를 할 때면 '영혼없는(?)' '지당하신' 대답을 청산유수로 늘어놓지만, 그것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가치관과 신념을 바꾸지 못하는 (저를 포함한) 많은 형제자매들을 볼 때, 우리의 소그룹이 어쩌면 정기적인 역할극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마침 만나게 된 이 책을 형제자매들과 함께 붙들고 씨름하며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은밀한 세계관'을 향해 돌직구를 던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훌륭한 세계관 책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강추입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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