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영성>, 크리스토퍼 휴어츠, IVP


영성에 관한 책은 워낙에 많다.
따라서 새로 출간되는 영성 책은 독자에게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납득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많고 많은 영성 책들 속에 파묻혀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대부분의 영성 책들이 주로 기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비해서 삶의 태도와 방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기도의 분량을 자랑하고 신비체험의 경지를 과시하는 것이 영성이 아니라 이렇게 사는 것이 참된 영성이다' 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래서 이 책의 메시지는 반가운 동시에 불편하다.
겸손, 공동체, 단순함, 순종, 깨어짐의 다섯 키워드로 정리한 삶은 단순하지만 급진적이다.
읽고나니 근심하며 돌아간 부자청년 같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눈뜬 자의 삶을 살고 있는가...


얇지만 묵직한 도전을 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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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기독교 신앙>, 한국교회탐구센터 편저, IVP

'외계인의 존재유무와 그것이 기독신앙에 가지는 의미'라는 주제에 대한 내 입장은 이랬다.
"미안하다. 관심없다." 
"외계인이 있든 없든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지구인들만으로도 신경쓸게 너무 많은 인생이다."
이처럼 해당주제에 별 관심이 없었던 독자조차 흥미진진하게 읽게 만들고, 문외한이라도 다 읽고나면 해당주제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와 식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훌륭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볼 때 이 책은 훌륭함을 넘어 '위대한' 책이다.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넉넉잡아 이틀 정도면 다 읽을 분량의 책에 이 정도의 재미와 퀄리티를 담아낼 수 있는 내공이라면, 아무리 생소하고 관심없던 주제를 다룬다 해도 이 시리즈를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스펙트럼: 과학과 신앙" 시리즈의 1번 책인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출간될 이 시리즈의 모든 책도 닥치고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만큼 훌륭하고 유익하다.
읽어보면 안다. 
정말 강추한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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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피>, 플래너리 오코너, IVP

'가디언이 뽑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0권의 소설', '헤밍웨이 이후 가장 독창적인 이야기꾼' 등이 이 책과 저자에 쏟아진 찬사다.
큰 기대 속에 책을 펼쳐들었다.
하지만 대중소설 수준의 흥미와 몰입도를 기대했다가는 큰코 다친다.
'죄와 구원'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는데, 이 책에 대한 좋은 해설이 나를 구원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나의 힘으로는 이 소설의 의미에 대해 1도 알아낼 수 없는 철저히 무력한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혹시 이런 방식으로 구원의 의미를 가르쳐주는건 아닐까...ㅋㅋㅋ


1도 이해는 못했지만 여운은 많이 남는다.
뭔가 그로테스크하고 섬뜩하고 슬프고 외롭고 알싸한 느낌...

'1도 이해안되요'의 당황스러움과 여러 감정의 여운, 그리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00권 중 한 권을 읽었다는 성취감 등이 공존하는 이 묘한 상태로 다른 이들도 초대하고 싶다.
"함께 읽어요. 그럼 당신도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해설을 갈망하게 될 겁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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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기독교>, 미로슬라브 볼프 & 라이언 매커널리린츠, IVP 


이 책의 서문에서 공저자인 볼프와 그의 제자 라이언은 이 책을 <광장에 선 기독교>의 자매편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작 <광장에 선 기독교>에서 기독교가 공적영역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정치 전략으로서의 다원주의'를 소개했던 볼프는, 이 책에서 그러한 방식으로 공적 신앙을 실천할 때 각 영역별로 어떤 그림이 나타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개략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루는 영역은 부, 환경, 교육, 일과 안식, 가난, 대출과 대부, 결혼과 가정, 새 생명, 건강과 질병, 노후의 삶, 생의 종말, 이주, 치안, 형벌, 전쟁, 고문, 종교와 무종교의 자유로 매우 다양합니다. 

얇은 책에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때려넣다보니(?) 한 주제에 10쪽 미만의 짧은 분량밖에 할애하지 못했지만, 그 안에 필수적인 내용을 오롯이 담아내는 저자들의 내공이 놀랍습니다.

책의 두께에 눌려서 존스토트의 <현대 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에 도전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대체재가 될 거 같습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 책이 출간되어 참 시의적절하다 싶습니다. 

투표는 기독인의 공적 참여 중 가장 중요한 실천 중 하나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와 정당이 우리가 추구하는 기독신앙의 공공성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해가며 이 책을 읽는 것도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각 장 끝에는 독자들의 더 깊은 공부를 돕기 위해 해당주제에 대해 추천할만한 책과 자료들을 소개해두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저작들이라는 점입니다.

이에 출판사가 각 주제별로 추천할만한 국내출간도서의 목록을 덧붙여 두었는데, 이 목록이야말로 이 책의 보물입니다.

이 목록만으로도 이 책은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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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을 걷다>, 김영봉, IVP

<팔레스타인을 걷다>는 김영봉 목사님이 쓴 이스라엘 성지순례 묵상집입니다. 
우선은 저자가 그동안 성지순례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저랑 똑같아서 신기했습니다(팔레스타인만 성지인 듯 여기는 태도가 불편해서, 관광상품화되어 있는 성지순례의 엄청난 소비행렬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아랍인에 대한 핍박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저자는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 성지순례에서 어떠한 깨달음을 얻고 은혜를 경험했는지를 연속설교를 통해 성도들과 나누었고, 그 설교가 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김영봉 목사님의 묵상은 깊습니다. 그 묵상의 여정에 이 책을 통해 동행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책을 읽고나서도 여전히 성지순례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안 가본 사람에게도 큰 감명을 주는 이런 좋은 책을 읽은 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순례길에서의 묵상이므로 고난주간에 읽기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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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하라>, 마이클 프로스트, 넥서스CROSS

요즘 IVF에서 가장 핫한 책 중 하나입니다. 
덕의 형성을 위한 습관 만들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볼 때, 저 옛날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알리스데어 매킨타이어를 지나,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톰 라이트에 이르는 장대한 덕 철학 논의와 맞닿아 있는 책입니다.
선교적 삶을 살기 위한 습관 형성을 돕는 주단위 실천과제를 BELLS라는 항목으로 묶어 제시한 것이 책 내용의 전부인데, 이 심플함이 이 책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비슷한 강조점을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 묻힌 책으로 마크 스캔드렛의 <예수도>가 있었습니다. 
<예수도>는 정말 훌륭한 책이지만, BELLS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명료한 개념이나 단순하게 붙잡고 실천해나갈 과제가 없기에, 받은 도전에 비해 적용이 흐지부지해져버리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그러나 이대로 묻혀서는 안 될 책입니다. <세상을...> 보다 덜 단순한 대신 더 풍성합니다. 그래서 <예수도> 역시 강추합니다).
그에 비해 <세상을 놀라게 하라>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핑계는 더 이상 댈 수 없으리만치 적용점이 명료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른 대부분의 책들은 읽고나면 그걸로 끝인데 비해 이 책의 경우엔 실제로 공동체 사역에 적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지성근 일상생활연구소장님은 BELLS를 변형하여 만든 BLESS를 본인이 섬기는 교회에 적용한 바 있고, IVF의 한 지방회도 BLESS를 기본커리큘럼으로 지방회 사역 전체를 재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지방회에서도 BLESS를 사역에 적용하고 있는 지부가 있습니다.
제가 섬기는 지부도 리더모임에서 이번 학기에 이 책을 읽고 나누기로 했습니다.
맘 잡고 몇 시간이면 다 읽는 얇은 책입니다.
그러나 개인과 공동체의 삶과 실천을 실제로 변화시킬 만한 힘을 가진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톰 라이트 <그리스도인의 미덕>
제임스 스미스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마크 스캔드렛 <예수도>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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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복음이다>, 톰 라이트, IVP

톰 라이트 책에 대해서는 그간 너무 많이 떠들었는지라 몇 가지 소감 정도면 족하겠다.


1. 의외로 감동적인 책이다. 
'톰 라이트가 쉬워졌다' '톰 라이트 입문서로 제격이다' 등의 찬사를 많이 들은지라 얼마나 쉽게 잘 요약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건조한 태도로 읽다가 마지막에 가슴이 막 쿵탕쿵탕 뛰었다.
이런 복음, 이런 초대라니... 가슴 벅차다ㅠㅠ


2. "톰 라이트가 쓴 수많은 책들 중 단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는 김종호 대표님의 추천사에 매우 동의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면 그의 다른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을거라는게 함정이다.

3. 마지막 장 압권이다!
이 책의 8장 '좋은 소식을 기도하다'는 주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에 대한 주해를 통해서 하나님나라 복음의 풍성함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타고난 천재가 다작을 통해 부단히 글쓰기훈련까지 하면 어느 정도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는지를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볼 수 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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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제임스 스미스, IVP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는 '믿고 보는' 제임스 스미스가 집필 중인 '문화적 예전 3부작'의 첫번째 책이다(원서는 현재 2권까지 출간된 상태고 국내에는 1권이 최근 번역출간되었다).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서 던진 문제제기(인간의 삶은 그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하는 것에 달려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교육은 정보전달보다는 바람직한 욕망형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우리는 어떻게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는가' 에 대한 기존의 전제들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 논지가 타당하다고 믿는다면, 마땅히 우리의 신앙교육, 세계관교육, 제자훈련 등의 방향과 틀이 크게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이미 정해진 커리큘럼을 변경하면서까지 이 책을 이번 학기 간사회 스터디 도서로 정했다.
간사들과 조만간 나누게 될 이야기들을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 소감을 몇 마디 떠들어보자면...
저자가 제시한 대답이 '예전'인 것은 일견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쉽다. 
물론 예전이 강력한 형성적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욕망형성의 핵심적 장으로 교회의 예전과 그것을 중심으로 짜여진 부수적 실천들을 제시한 것은, 저자의 논지를 바탕으로 생겨날 수 있는 더 다양한 상상력과 논의들을 오히려 제한하는 좁은 대답은 아닌가 싶은 거다.
차라리 교회의 예전을 여러 대답 중 하나로 놓고 기독생태계 전체에서 바람직한 욕망형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체험의 방법과 장이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는가를 묻고 답하며 생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전체 논의를 이끌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저자와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다른데서 오는 생각의 차이일 것이라 본다. 그는 개혁주의자이자 기독대학교수로 이 책을 썼고 나는 (목사이긴 하지만) 선교단체 간사의 정체성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3월 현재, 내 마음 속 올해의 책이다.
앞으로 아홉달 남았지만 순위가 바뀌기 어려울수도 있겠다 싶을만치 좋은 책이다. 
신앙교육, 제자훈련 등의 주제에 관심이 있거나 직업적 소명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추한다.
3부작의 2권, 3권도 속히 출간, 번역되길 기다려본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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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시대 교회의 사명>, 톰 라이트, IVP

톰 라이트는 워낙 다작하기로 유명한 데다가, 명성과 인기에 힘입어 저서의 국내출간도 꽤 활발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몇 년간 그의 책은 읽기에 힘이 부칠 정도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도 한 때는 톰 라이트의 국내 출간된 모든 저서를 읽어대던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새 책 나오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낙오해버렸습니다.
그래도 기독서적에서 단일저자의 책으로는 가장 많이 읽은 것이 톰 라이트의 책일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그 책이 그 책 같다 싶을 정도로 비슷한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새로운 책이 나오면 집어들어 읽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도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우상의 시대 교회의 사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고나서 내린 결론은 '그 많고 많은 톰 라이트의 저작 중에서 이 책은 반드시 추천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몇 가지 지점을 소개합니다.


1. 이 책은 신간이 아니라 1992년에 발표된 아주 오래된 책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사반세기 전에 이미 그 시대와 앞으로 올 시대를 정확하고 예리하게 읽어냈으며, 오늘날에도 귀 기울여 들을만한 도전을 던지고 있음에 매우 감탄했습니다. 
톰 라이트가 학자들만의 리그를 위한 학자가 아니라 교회와 세상을 위해 연구하고 말하는 학자임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 이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이 책에는(특히 초반부) 톰 라이트의 사상이 쉽고 명료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1992년은 그의 학자로서의 커리어에서 비교적 초반에 해당합니다. 같은 해에 발표된 불후의 명저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을 시작으로 해서, 이후 그는 치밀한 연구를 통해 유대세계, 예수, 바울, 교회에 대한 종합적이고 개연성 있는 큰 그림을 그려내는 방대한 작업을 해냅니다(현재 그 시리즈는 1,2,3권을 통해 역사적 예수를 정리하고 4권인 바울에 도달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우리는 당시에 이미 그의 머리 속에 이 큰 그림의 윤곽이 질서정연하게 자리잡혀 있었음을 보게 됩니다.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유대, 예수, 그리고 교회로 이어지는 대략의 그림을 간략하게 제시한 이 책의 전반부는 톰 라이트의 사상에 대한 훌륭한 요약입니다.


3. 이 책은 놀랍게도 '절기에 맞춘 묵상집'입니다. 
유익한 절기묵상집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복음주의권에서 나온 것들은 개인적 성찰로만 이끄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반면 톰 라이트는 재의 수요일에서 삼위일체주일로 끝나는 이 절기묵상집에서 우리에게 이 세상의 시대정신과 우상을 분별하고 교회의 사명을 자각하라는 초청을 합니다. 
때로는 내용보다 형식 자체가 더 효과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절기묵상집의 형식을 띄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절기의 의미를 개인 신앙에 적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 보수 기독교권을 향해 '절기를 따라 우리는 세상을 향한 교회의 사명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셈이 됩니다. 
그것은 이 책 전체의 주장과도 아주 잘 맞아 떨어지며 그 자체로 참 '톰 라이트스럽습니다'.


4. 이 책의 '에필로그'는 역대급입니다.
예수기도를 보완한 '삼위일체 기도'를 제안하는 이 책의 에필로그는 책 전체를 완독한 후의 마무리로 읽을 때에 더 깊이있게 다가오지만, 시간이 없다면 에필로그만이라도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로 탁월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기도는 매우 심오하며 실천적입니다. 
이 삼위일체를 향한 기도에 푹 잠겨 이 풍성한 복음을 살아내는 교회의 한 지체로 살고 싶습니다.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읽고 기도하고 예배하며 살아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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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하신 아버지, 천지의 창조주시여,
당신의 나라를 우리 가운데 세우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성령, 살아 계신 하나님의 숨이시여, 
저와 온 세상을 새롭게 하소서.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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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의 아이>, 스탠리 하우어워스, IVP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약학자가 톰 라이트라면, 가장 좋아하는 기독교윤리학자는 스탠리 하우어워스다. 
이렇게 단언하기엔 하우어워스의 책을 그리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그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잘 이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을 시작으로 읽게 된 몇 권의 책들과, 신대원에서 그를 간략히 다룬 윤리학 수업을 들은 것 만으로도 하우어워스에게 매료되기는 충분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하우어워스의 사상에 매료된 것이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한나의 아이>의 출간을 통해 하우어워스라는 사람 자체를 알아갈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이 책은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는 회고록 형식의 책이다.
양극성 장애를 앓았던 아내 앤과의 결혼생활, 그 속에서 피어난 아들과의 우정, 앤과의 이혼, 폴라와의 재혼, 앤의 비극적인 죽음 등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삶의 이야기를 그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우리 시대의 기독교가 믿음이라는 명목으로 "예수성공 불신실패"의 단순화된 인생이해를 신자들에게 주입하고 있는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 도식화된 구도에 들어맞지 않는 수많은 복잡다단한 인생들이 '믿음없는 삶', '실패한 삶'으로 규정되어 비난받거나 교화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소위 믿음이 좋다고 하는 신자들 중에 오히려 인생사의 복잡미묘함을 깨닫는 능력이나 타인의 삶의 무게를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은 것을 종종 본다.
우리는 이 책에서 우리 시대 최고의 신학자라 불리는 이가 살아온, 고통과 슬픔과 기쁨과 은혜가 촘촘히 엮여 형성된 삶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유익은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좁은 안목이 넓어지기를 바래본다.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직접 한글로 책을 써낸 듯 느껴질 정도의 유려한 번역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책의 성격상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을 부정확하고 어색한 번역이 방해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인데, 역자는 그 일을 정말 완벽하게 해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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