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시대 교회의 사명>, 톰 라이트, IVP

톰 라이트는 워낙 다작하기로 유명한 데다가, 명성과 인기에 힘입어 저서의 국내출간도 꽤 활발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몇 년간 그의 책은 읽기에 힘이 부칠 정도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도 한 때는 톰 라이트의 국내 출간된 모든 저서를 읽어대던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새 책 나오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낙오해버렸습니다.
그래도 기독서적에서 단일저자의 책으로는 가장 많이 읽은 것이 톰 라이트의 책일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그 책이 그 책 같다 싶을 정도로 비슷한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새로운 책이 나오면 집어들어 읽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도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우상의 시대 교회의 사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고나서 내린 결론은 '그 많고 많은 톰 라이트의 저작 중에서 이 책은 반드시 추천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몇 가지 지점을 소개합니다.


1. 이 책은 신간이 아니라 1992년에 발표된 아주 오래된 책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사반세기 전에 이미 그 시대와 앞으로 올 시대를 정확하고 예리하게 읽어냈으며, 오늘날에도 귀 기울여 들을만한 도전을 던지고 있음에 매우 감탄했습니다. 
톰 라이트가 학자들만의 리그를 위한 학자가 아니라 교회와 세상을 위해 연구하고 말하는 학자임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 이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이 책에는(특히 초반부) 톰 라이트의 사상이 쉽고 명료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1992년은 그의 학자로서의 커리어에서 비교적 초반에 해당합니다. 같은 해에 발표된 불후의 명저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을 시작으로 해서, 이후 그는 치밀한 연구를 통해 유대세계, 예수, 바울, 교회에 대한 종합적이고 개연성 있는 큰 그림을 그려내는 방대한 작업을 해냅니다(현재 그 시리즈는 1,2,3권을 통해 역사적 예수를 정리하고 4권인 바울에 도달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우리는 당시에 이미 그의 머리 속에 이 큰 그림의 윤곽이 질서정연하게 자리잡혀 있었음을 보게 됩니다.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유대, 예수, 그리고 교회로 이어지는 대략의 그림을 간략하게 제시한 이 책의 전반부는 톰 라이트의 사상에 대한 훌륭한 요약입니다.


3. 이 책은 놀랍게도 '절기에 맞춘 묵상집'입니다. 
유익한 절기묵상집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복음주의권에서 나온 것들은 개인적 성찰로만 이끄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반면 톰 라이트는 재의 수요일에서 삼위일체주일로 끝나는 이 절기묵상집에서 우리에게 이 세상의 시대정신과 우상을 분별하고 교회의 사명을 자각하라는 초청을 합니다. 
때로는 내용보다 형식 자체가 더 효과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절기묵상집의 형식을 띄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절기의 의미를 개인 신앙에 적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 보수 기독교권을 향해 '절기를 따라 우리는 세상을 향한 교회의 사명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셈이 됩니다. 
그것은 이 책 전체의 주장과도 아주 잘 맞아 떨어지며 그 자체로 참 '톰 라이트스럽습니다'.


4. 이 책의 '에필로그'는 역대급입니다.
예수기도를 보완한 '삼위일체 기도'를 제안하는 이 책의 에필로그는 책 전체를 완독한 후의 마무리로 읽을 때에 더 깊이있게 다가오지만, 시간이 없다면 에필로그만이라도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로 탁월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기도는 매우 심오하며 실천적입니다. 
이 삼위일체를 향한 기도에 푹 잠겨 이 풍성한 복음을 살아내는 교회의 한 지체로 살고 싶습니다.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읽고 기도하고 예배하며 살아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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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하신 아버지, 천지의 창조주시여,
당신의 나라를 우리 가운데 세우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성령, 살아 계신 하나님의 숨이시여, 
저와 온 세상을 새롭게 하소서.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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