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차별금지법"반대에 대해 질문을 받고 답변하느라 몇 자 적어봤던 글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쓴 글도 아니고 댓글에 대한 답변이었기 때문에 다듬어지지 않은 조잡한 글입니다.
하지만 더 명확히 정리된 글을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겠고 그 전에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 중 혹시라도 도움이 될 분이 있을까 하여 댓글을 그대로 옮겨와 봅니다.

질문의 요지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단 문제에 잘 대응하게 못하게 되는 방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없을까요?"라는 것이었고 아래는 제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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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법이 원래 목적과 다르게 악용되어 기독교를 합법적으로 탄압하거나 기독교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쓰여질 것이라는 유형의 공포심이 가지는 맹점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가지고 있는 힘과 영향력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과거 사학법 투쟁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또한 기독교인들의 선택이 근래 중요한 선거들의 판도에 미쳐온 영향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차별금지법으로 인한 피해를 '포비아' 수준으로 염려해야 할만큼 연약한 집단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힘이 세며 그 힘을 부적절하게 과시하기 때문에 예수님 닮지 못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측면이 더 많다고 봅니다.
동성애가 죄인가 아닌가에 대한 신학적 판단은 잠시 뒤로 미뤄두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제 개인적 견해는 꽤 보수적이라는 것만 말해두겠습니다. 동성애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 글을 조만간 올려보겠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동성애에 대해 마음껏 죄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대신, 배제되고 손가락질 당하는 자들에 대한 긍휼의 마음으로 손을 내밀고 거기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예수님이 우리 시대에 오신다면 "죄를 죄라 말할 수 있는 자유"보다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사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단 문제를 언급하셨는데, 이단은 어떠한 법도 악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모 이단은 캠퍼스에서 포교하다 선교단체들과 트러블이 생기면 녹음을 해두었다가 거기 나오는 "이단"이라는 표현이나 그밖의 과격한 표현들을 문제삼아 소송을 거는 전략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승소하던 패소하던 간에 길게 끌고가 휘말려든 선교단체나 교회에 어려움을 주고 위축시켜, 그 이후에 포교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이 모든 원인을 명예훼손에 대한 법률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게 상식에 맞는 말이 아님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단은 여타 법률과 마찬가지로 차별금지법도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별과 배제를 완화하자는 취지의 법률의 입법을 반대하는 이유가 기독교 이단이 그것을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그거야말로 참 안쓰럽게 들립니다.

저 역시 저 법에 대한 분명한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을 가지기엔 아직 저 법의 전문을 확인하지도 못했고, 입법 취지, 적용범위, 적용강도, 악용가능성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저러한 "포비아"에 휘말려 나타나는 기독교인들의 집단 히스테리 같은 반응은 교회 외부에 "동성애자들을 정죄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투쟁" 그리고 "가난한 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사는 사람들을 종북세력이라고 마음껏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우는 투쟁"처럼 비춰진다는 것입니다.
더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가 저런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긍휼의 마음, 인권에 대한 감수성 등, 먼저 회복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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