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예배를 선교사 파송예배로 드렸습니다. 우리 교회 장로님의 딸로서 오랜 세월동안 교회에서 자라고 교회를 섬겼던 자매여서 많은 분들이 서운했나봅니다. 예배 내내 여기저기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장로님 한 분이 격려사를 하러 나오셨습니다. 그 장로님의 아들 역시 우리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로 먼 타국에 나가있는 분입니다. 장로님은 오늘 파송되는 선교사 부모님을 위해 위로의 말을 하시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꺼내셨습니다.
권사님(장로님 아내)이 최근에 몸이 안 좋아 선교사 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드님이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친구가 개업한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해놓으셨답니다(이 선교사님 역시 의사입니다).
그래서 장로님 부부가 함께 강남에 있는 아들 친구의 병원에 갔는데, 깨끗한 최신식 병원에서 말끔히 차려입고 나오는 아들 친구를 보고 그만 권사님이 울음이 터지셨다고 합니다. 당신 아들도 한국에 있었으면 이렇게 의사하면서 편안하게 잘 지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셨겠지요.
덤덤하게 말씀을 이어가시던 장로님도 이 얘길 하시면서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우셨습니다.
아들이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차오르는 슬픔과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노부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중년의 부부가 미혼의 딸을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보냅니다. 예배 후에 선교사딸과 부모님이 함께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저는 오늘 그 예배에서 선교사와 그들의 부모가 함께 지고 가는 삶의 무게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복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맞습니다. 복음은 그만큼 영광스럽고 가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이 가는 길은 옳습니다. 제 삶도 조금이나마 그 복음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이 되기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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