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름수련회 장소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교회차를 타고 한양대앞 사거리를 지나는데 창 너머에 노방전도를 하고 계신 저희 교회 권사님들이 계셨습니다.
이제는 오후 햇살이 제법 따가워진 날씨에 썬캡을 쓰시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전도지를 건네시고 때론 거절당하며, 바닥에 떨어진 전도지를 주워 다시 건네시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청년이 볼세라 황급히 눈물을 꾹 눌러 집어넣었습니다.
제가 저희 교회에 온 후, 대예배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펑펑 쏟았던 날이 기억납니다.
연세가 정말 많으셔서 거동이 불편하신 한 할머니를 그 분의 딸(또는 며느리)로 보이는 역시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가 부축해서 들어오셨습니다. 예배당 입구에서부터 자리까지의 그 짧은 거리를 걷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셨던 두 분은(그렇다면 이 분들이 언덕 꼭대기에 있는 저희 교회까지 올라오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셨을까요...) 바로 제 앞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따님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일어서서 폐회송 “여기에 모인 우리”를 부르고 계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교회에서 어르신들의 신앙과 삶에 감동받은 일이 이밖에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주보를 접으신다는 저희 교회 권사님들을 얼마 전에 직접 뵙고 어찌나 연세가 많으시던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저희 청년부 수련회 마지막 날에는 수련회기간동안 매끼 식사를 만들어주신 권사님/집사님들께 감사인사를 드리는 시간을 가집니다. 매번 극구 사양하시다가 결국 못 이기시고 젖은 손에 장화를 신은 채로 인사를 받으러 들어오시는 그분들의 해맑은 웃음과 쑥스러워하시는 얼굴들을 마주칠 때면 왠지모르게 눈물이 핑 돕니다.
“무엇이 충성스런 삶입니까? 섬김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합니까? 예배는 어떤 태도로 드려야 하죠? 전도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사역자로 살면서 이러한 질문 앞에 서게 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동안 그리스도인으로서, 간사로서, 전도사로서, 신학생으로서, 이러저러한 경험들을 쌓았고 배움의 기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매달 수십권의 책을 읽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런게 쌓이다보니 어느새 아는 것도 제법 늘어났나 봅니다. 여전히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런 저에게 뭔가를 배워보겠다고 이것저것 물어오는 사람들도 조금씩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지식으로도 감히 저는 이 분들의 삶 이상의 대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참된 신앙에 대한 질문 앞에 설 때에 ‘저들의 모습을 보라’고 가리켜 보일 수 있는 어르신들이 이렇게 가까이에 계심이 말할 수 없이 큰 격려와 위로가 되는 밤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히 저희들 옆에 계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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