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나온 성경개관서들을 살펴보면 내용이해와 암기를 돕는데 주안점을 둔 교재 스타일의 책들이 많았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성경 파노라마", "특급 신구약 관통", "어, 성경이 읽어지네" 등등의 책들은, 신학적 관점이 빈약한 시간순 이야기 배열, 암기를 위한 단순 도식화 등이 장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한계로도 작용하는 책들입니다.
최근 신학적 동향은 지식 축적을 위한 성경 읽기보다는 "성경의 전체 내러티브에 젖어들기" 위한 성경읽기를 강조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성품을 형성하고 삶을 방향을 제시해주는 원천으로서의 성경 내러티브의 힘에 주목하는 것이지요. 
기존의 성경개관서들과 구별되는 이러한 강조점을 가진 성경개관서들 중 국내에 번역된 가장 대표적인 책은 "성경은 드라마다"(IVP)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훌륭한 책이라 생각하기에 누군가가 성경개관서를 소개해달라 할 때마다 그동안 많이 권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책 딱딱하고 어렵던데"라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신학생들도 대부분 끝까지 읽지 않고 중간에 접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성경은 드라마다"의 가장 아쉬운 점은 '성경이야기에 젖어들어봐'라고 독자들을 초대한 후 매우 탁월한 관점으로 성경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 이야기가 너무 딱딱하고 아카데믹한 방식으로 전달된다는 점입니다. 품고 있는 신학과 전달방식 사이의 불일치가 이 훌륭한 책의 가장 큰 아쉬운 점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드라마다"가 하고자 했던 일을 해낸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이 책 <더 스토리>입니다. 

1부의 역사적 시점은 바벨론 포로기입니다. 포로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 중 한 노인을 통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모여앉아 노인을 통해 창세기에서부터 바벨론 포로기까지의 이스라엘의 역사를 듣는 것이지요. 그들은 그 이야기 안에서 '그들은 누구이며, 왜 포로가 되었는지, 앞으로 그들에게는 어떤 소망이 있는지'에 대한 대답들을 조금씩 발견해갑니다.
2부의 역사적 시점은 초대교회입니다. 핍박받는 예수공동체의 일원인 한 여인이 그들의 모임에 찾아온 한 상인에게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결국 예수를 받아들인 상인이 노년이 되어 인생을 회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눈물이 핑돌만큼 감동적입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성경이야기를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성경이야기가 하나님의 백성을 어떻게 형성해갔는지를 바벨론 포로기와 핍박받는 초대교회라는 치열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지요. 품고 있는 신학에 딱 맞는 전달 방식을 채택한 저자의 탁월한 감각에 찬사를 보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교재 스타일의 성경개관서들과 장단점이 서로 맞물려 있다고 보면 됩니다.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취하다보니 이야기 배열이 시간순이 아닌 경우가 빈번히 나타납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성경이해가 없는 독자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 속의 이야기 방식이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데는 매우 좋지만,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서 이런 방식을 취하다보니 성경 이야기 자체를 들려줄 지면이 많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도 과감하게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 성경통독과 병행하지 않고는 이야기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며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책이 단순히 성경지식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매우 심오한 신학적 도전을 던지고 있는 책이라는 점 역시 이 책의 매우 큰 장점이면서도 독자에 따라 난점이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장단점이 극명한 책이지만 "성경이야기 들려주기"라는 목적을 제대로 완수해낸 훌륭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방학에 성경통독과 병행해가며 <더 스토리>에 한번 빠져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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