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대한 두가지 견해>, 윌리엄 로더 & 메건 드프란자 & 웨슬리 힐 & 스티븐 홈스, IVP
한국사회와 교회에 이 이슈로 인한 갈등이 점점 심각해져 가는 시기에 IVP가 좋은 책을 출간해주었습니다.
책은 공저자들이 서로 주장과 비평을 주고받는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책의 용어를 그대로 따르자면) 긍정의 관점(affirming view)과 전통적 관점(traditional view)을 둘씩 대표하는 네명의 학자들 간의 토론인 것이지요.
내용도 좋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저자들의 태도였습니다. 상대를 깊이 존중하는 토론, 이것이 교리나 관념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임을 민감하게 인식하는 이들의 토론이 주는 묵직한 감동이 있습니다.
우리의 논의도 이 정도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다면, 혐오와 분노의 동어반복 이상의 것에 다다를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견해의 다양성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넓게 볼 때는 같은 관점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는 학자들 간에도 엄밀히 보면 꽤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드프란자와 힐이 각 관점을 대표할만한 가장 전형적인 석의와 결론을 보여준다면, 로더와 홈스의 견해는 매우 독특합니다.
로더는 긍정의 진영 일반과 석의에 있어서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홈스는 전통적 진영 일반과 매우 다른 목회적 적용을 합니다.
(로더가 이 책에서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로더의 입장을 논리적 일관성을 가지고 끝까지 밀어붙이면 로더가 제기한 것 이상의 의미를 도출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홈스가 전통적 진영에 아주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이 두 사람의 주장에서 매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역자가 후기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듯이, 이 책은 동성혼에 대한 토론을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성애자에게도 결혼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그래서 이성애자에게도 '이웃'이나 '타자'에 대해 말하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나를 향해' '나에 대해' 말하는 책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책을 통해 결혼에 대해 깨닫고 반성하게 된 바가 매우 큽니다.
네 저자의 토론 이후에 나오는 편집자 프레스턴 스프링클의 정리 글인 '결론: 동성애, 성경, 교회'는 이 책의 백미입니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인 저자들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는 예리한 지성과 따뜻한 심장이 만들어낸 너무도 훌륭한 글입니다.
주옥 같은 몇 마디를 인용합니다.
"우리의 윤리적 관점을 사역의 일상에 통합시키려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언제나 진정한 관계를 맺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경험이 우리의 윤리를 정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의 윤리적 관점을 실제 삶에 통합시키는 방식은 경험의 영향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기독교의 관점을 따르는 것을 넘어 그러한 관점을 기독교다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사람들은 교리의 '내용'에서만 아니라 교리의 '어조'에서도 그리스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5월에 래리 크랩의 <행복>을 읽고 "현재까지는 이 책이 2018년 베스트입니다"라고 썼더군요.
한 해가 거의 저물어가는 11월말에 뽑는 2018년 원픽 도서는 단연 이 책입니다.
모쪼록 이 책이 많이 팔리고 읽혀서 이 주제에 대한 더 나은 논의, 더 나은 교회를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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