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드게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스트림스"라는 게임입니다.
규칙은 매우 간단합니다. 주머니에 40개의 숫자 타일이 들어있습니다. 진행자는 주머니에서 무작위로 타일을 하나씩 뽑아 그 숫자를 부릅니다. 게임 참여자들은 스무개의 빈칸이 있는 시트지의 적당한 칸에 그 숫자를 적어나갑니다. 나중에 나올 숫자들을 감으로 예측해가며, 될 수 있으면 오름차순이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위치에 적어야 합니다. 스무칸을 다 채우게 되면 게임은 종료되고 각자 채점표를 보고 채점을 합니다. 오름차순으로 연결된 몇 개의 숫자덩어리가 생기게 되는데, 끊기지 않고 오름차순으로 길게 연결된 숫자묶음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숫자묶음당 받은 점수를 합산한 총계를 내어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1등이 됩니다.
아주 간단한 룰인데 글로 설명하려니 쉽지 않네요^^; 

설명만 듣고는 '이게 재밌을라나?', '재미요소가 뭐야?'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워낙 간단한 게임이기 때문에 몰입할만한 적절한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면 다소 싱거운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1등 간식 증정 또는 꼴등 설거지하기 같은 간단한 상품이나 벌칙을 걸고 하기를 추천합니다. 그러면 숫자 하나에 환성과 탄식이 오가며 분위기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게임이 될 겁니다.

이 게임을 소개하는 이유는 활용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룰 설명이 3분도 채 안 걸리며 대부분의 연령대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룰입니다. 그리고 인원제한이 없습니다. 시트지만 있다면 무한대의 인원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게임으로 설거지 당번 정할 때, 또는 강의를 하는 분들의 경우엔 강의 중 아이스브레이킹재료로, 또는 MT 레크레이션 용으로, 그 밖에도 여러 용도로 활용가능합니다.
'수십명이 모여앉아 환성 질러가며 할만한 건 왜 빙고뿐인가!' 하셨던 분들에게 빙고를 훨씬 세련되게 대체할만한 게임 '스트림스'를 추천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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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히 시간 날 때마다 보드게임 소개글을 조금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첫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딕싯(Dixit)”입니다. 
딕싯(Dixit)은 ‘말하다’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그래서 딕싯은 ‘말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여섯 장의 그림카드를 들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출제자는 카드 한 장을 정해서 앞면이 보이지 않게 내면서 그 그림과 연관된 무언가를 말합니다.
단어를 말해도 됩니다. 가령, “소풍” 또는 “내 보물”

문장을 말해도 됩니다. 가령, “이건 지난 여름에 내가 주로 했던 일이지!”
심지어 하나의 이야기를 말해도 됩니다. “어제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어. 그런데 길이 엄청 막히는거야. 그런데 창 밖을 보니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단어, 문장 또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자신이 가진 여섯장의 카드 중에 그 내용에 가장 가까운 카드 한 장씩을 앞면이 보이지 않게 냅니다.
출제자는 카드들을 받아
서 잘 섞은 후에 앞면이 보이게 펼쳐 놓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출제자가 낸 카드가 무엇인지 추리하여 동시에 예상답안을 냅니다. 이제 출제자가 정답을 공개합니다. 맞춘 사람은 3점을 얻습니다. 틀린 사람이 지목했던 오답카드를 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속을만한 그럴듯한 카드를 낸 것이므로 낚은 사람 한 명당 1점씩을 받습니다.

아마 제작자에게 있어 이 게임을 만들 때의 가장 큰 난제는 출제자의 문제 난이도를 어떻게 적절하게 유지하게 할 것인가였을 겁니다. 출제자가 문제를 너무 쉽게 내버리면 게임은 재미와 긴장감을 잃습니다. 가령 그림카드 위에 있는 아주 구체적인 무언가를 직접 말해버리는 경우라 할 수 있겠지요(“코가 큰 할머니가 지팡이를 들고 고양이를 쫒고 있어. 다른 손에는 생선을 들고 계시네”라고 말한다면 이건 틀리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따라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낚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출제자가 그림카드와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말을 해버린다면 게임 자체가 무의미해져버리죠.

그래서 딕싯은 정답을 모두가 맞추거나 또는 한 명도 못 맞출 경우 출제자에게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그 외의 경우에는 3점을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출제자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은 맞추지만 전부 맞출 수는 없게 문제를 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결국 너무 모호하지도 않고 반대로 너무 자세하지도 않은 적당한 난이도가 유지되며 그로 인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서로를 낚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이 게임을 걸작으로 만든 것은 바로 이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입니다(이미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이걸 생각해냈다는게 정말 놀랍지 않나요?).

점수를 계산하여 말을 전진시키고 나면 출제자는 자신이 왜 그 제시어를 말했는지 설명합니다. 이것을 통해 출제자의 생각이나 취향, 경험 등을 알게 되기도 하지요. 이제 그림카드를 한 장씩 보충하고 다음 사람이 출제자가 됩니다. 누군가 제일 먼저 30점에 도달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많은 게임들 중에 딕싯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이 게임이 가장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제가 보드게임을 통해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구현해낸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놀이 안에서의 자연스런 대화와 소통, 그리고 사람을 알아가는 기쁨입니다. 
게임을 통해 각 사람의 성향이 잘 드러납니다. 특히 NF성향의 사람이 끼어있다면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에 뒤로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가족게임으로도 좋고 소규모의 모임에서 처음 서로를 알아
갈 때에 아이스브레이킹용으로도 매우 좋습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게임 “딕싯”을 강추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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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이 책의 의의를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 
먼저, 한 저자에 의해 1945년부터 2009년까지의 역사를 통일성 있게 정리한 거의 유일한 작업이라는 것을 들 수 있겠다(총 23권). 이것은 지독한 자료수집광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라도 그간 축적해 온 자료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시도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을 방대한 작업이다. 
엄밀하게 따져볼 때에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저자가 독자들에게 현대사를 소개할 가장 권위있는 적임자이지는 않다. 그러나 저자는 어설프게 역사학의 권위자 행세를 하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전공분야를 십분 활용하여 이 시리즈만의 독특한 차별성을 만들어내었다. 
가령, 언론 보도나 관련자들의 공적 증언, 통계 자료 등을 직접 인용하는 것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방법으로 채택한 것을 들 수 있다. 인물비평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저자답게 자료 사이사이를 예리한 분석과 비평으로 채우고 있긴 하지만, 책의 주된 서술방식은 자료에 대한 직접인용이다. 인용이 과도하다 싶을만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 독자들의 컴플레인이 있었던 것인지, 시리즈 중간쯤의 한 서문에서 객관성을 위해 인용을 많이 나열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니 양해해달라는 해명을 덧붙이고 있을 정도다. 
그것을 통해 저자는 해석 이전에 먼저 역사적인 팩트를 제시하는 것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오늘날 대중 일반의 한국 현대사 이해를 살펴보면 대체로 “팩트는 부실, 해석은 과잉”이다. 부실한 근거 위에 감정적이고 편향적인 해석의 언어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독자들이 1945년부터 2009년까지의 역사적 팩트의 기본 골격을 세우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가급적 공정하게 쓰려 한 노력도 돋보인다. 가령, 2000년대 편에서 나타나는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은 가차없이 냉정하고 철저하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의의를 들자면, 시리즈 내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한국 현대사에서의 '언론의 역할과 영향'에 대한 집요한 관심이다. 이것은 신문방송학 전공자인 저자가 오히려 다른 역사학자들에 비해 가지는 특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정치/사회 분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어림잡아 30%에 해당하는 꽤 많은 분량을 대중문화 분석에 할애하고 있다는 것도 이 시리즈를 다른 역사연구서들과 구별짓게 해주는 독특한 차별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완독할 가치가 충분히 있으며 소장가치도 매우 높다. 분량은 많지만 술술 읽힌다.
벌써부터 “5.16혁명, 5.18폭동” 운운하는 표현들이 방송을 타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된다. 대학생들에게 이번 겨울방학에 함께 모여 스터디할 책으로 강추한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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