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대략의 내용을 듣고 별 관심없이 휙 지나쳤습니다.
그랬던 책을 새삼 찾아 읽게 된 계기는 한 주 전 일어난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 그 사건이 준 충격은 꽤 컸던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가 예비군훈련조차 안심하고 받을 수 없는 위험한 곳이 되었다는 사실이 주는 불안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군시절에 따돌림과 가혹행위를 당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것이 제대 후 사회부적응으로 이어졌다가, 결국 예비군훈련장에서 불특정인에 대한 살인을 감행하고 자신도 자살하고만 한 젊은이의 모습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병들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여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갑자기 이 책이 떠올랐고, 그래서 철지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한 정신의학자의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자인 제임스 길리건은 미국의 살인율과 자살률이 몇 년을 주기로 두드러지게 널뛰기를 하며 증감하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던 중에 그 주기가 각각 공화당,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의 집권시기의 변화와 절묘하게 맞아들어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발견에서 시작된 연구를 통해서 저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실업률의 증감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살인율과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축소하고 줄창 민영화를 외쳐대며, 경쟁을 부추겨 실업과 실직을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붙이는 정권 하에서는 그렇지 않은 정권일 때보다 사회구성원들이 겪는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구직실패와 실직 등의 현실에 맞닥뜨리게 될 때, 그로 인해 생계비관형 자살이나 묻지마폭력, 살인 등의 빈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자살/살인은 복지규모/실업률과만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다수가 추구하는 가치관과도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즉, 약자를 향한 관용이 없고, 강함만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이 팽배할 때, 그 사회의 자살/살인률은 올라갑니다(오늘날 한국사회가 그러한 시기인 것이 분명합니다). 
문화인류학의 아이디어인 '수치심의 윤리'와 '죄의식의 윤리' 개념을 통해 이것을 설명해낸 4장 '수치심이 사람을 죽인다'는 이 책의 백미입니다.


이 책에 대한 몇몇 비판을 들었습니다.
"단지 미국의 사례일 뿐이고, 한국상황에서는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우리의 제1야당은 무능하여 미국의 민주당처럼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 두 가지가 주된 반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득불평등과 자살/살인의 높은 상관관계는 한국사회에서도 이미 데이터로 검증된 바입니다.
현재 어느 당이 더욱 소등불평등을 키우는 정책을 펴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정당의 집권시기와 실업률 및 자살/살인률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가를 확인하기에는 우리의 데이터가 빈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은 공화당/민주당의 양당체제가 오래도록 확립되어 온데 비해, 우리는 현 여당의 독점에 가까운 정치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의 논지를 회의할 이유가 아니라, 데이터 검증이 가능할 정도의 정권교체가 일어나지 않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안타까워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짧은 우리 정치역사에서도 이 책의 논지가 확인되는 지점은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실직과 자살로 이끈 IMF시대를 오게 한 정부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것을 비교적 충격을 최소화하며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시킨 정부가 어디인지 하는 것 말입니다. 
그것은 마치, 열악한 경제지표를 공화당으로부터 물려받아 정상화시킨 후에 다시 정치논리에 밀려 공화당에게 정권을 물려주고 마는 민주당의 사례와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우리의 짧은 정권교체의 역사 속에서도 현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는 양비론으로 뭉개버릴 수 없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히 폐기해버릴 수 없는 묵직한 주장과 수많은 유익한 통찰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주저없이 별 다섯 개입니다.
이명박근혜 시대 10년, 도처에서 들려오는 세상의 신음소리가 크고도 아픕니다.
많은 분들께 이 책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덧; 이 제목의 책은 절판되었고, 최근에 <위험한 정치인>이라는 이름으로 개정되어 출간되었습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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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펼쳐들었다가 책 앞부분에 오찬호 씨가 쓴 해제를 읽고 반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책은 해체에서 멈추고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로 갈아탔습니다.
(필꽃힘 갈아탐 성공적)


20대 보수화의 원인에 대한 여러 진단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만큼 이 문제에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사회시스템으로부터 가장 철저히 홀대받는 세대가 어쩌다 그 시스템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있는가?"
부모의 정치성향의 대물림, 편향된 언론지형 등에 주목하는 여러 정치적 접근들이 있지만, 저는 이 책의 분석이 20대 보수화의 핵심을 가장 잘 짚어내었다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중심논지가 완전히 새롭고 참신한 주장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통찰을 주는 책입니다.
앞으로 이곳 저곳에서 이 책을 무척 많이 언급하게 될 듯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제 소감 몇 마디 읽고 무슨 내용인지 알겠다며 관심을 접을까봐 그만 쓰려 합니다.
정말 강추합니다. 
특히 20대라면 정말 꼭 읽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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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살만 칸은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이라는 목표를 가진 비영리 교육재단 '칸 아카데미'의 창립자입니다.
읽어보니, 그저 무료동영상강의가 대박나서 교육재단까지 만들게 된 한 스타 강사의 성공담 정도의 책은 아니었습니다.
경쟁을 통해 줄을 세워 기득권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삼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각자의 잠재력이 최고로 발휘되도록 돕는 교육의 비전에 저도 덩달아 가슴이 뛰었습니다.
또한 인간의 학습은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한 저자의 예리한 통찰에서 배우고 깨닫는 바가 많았습니다.


아들 낳고 벌써부터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미취학 아동들까지 경주트랙에 세우고, 자기 자녀가 그 경주에서 뒤쳐질까 두려워 부모들간에도 '사교육경쟁'이라는 경주를 하도록 강요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이 심히 답답합니다.
저는 경주마 되기 싫습니다. 절 닮았다면 아마 제 아들도 무진장 싫어할 듯 합니다!
경주마가 되기 싫은 이들이 모여 자기가 잘 아는 분야의 기본개념을 가르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어떨까요?(가령 저는 '책읽기', '보드게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과 협상' 정도를 가르쳐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강의들이 쌓이면 '무료강의리그'가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양질의 강의컨텐츠가 확보되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학습의 원리에 따라 '기본개념은 동영상으로 배우고 문제해결, 탐구, 토론 등은 함께 해가는' 홈스쿨, 커뮤니티스쿨 커리큘럼을 짜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랍니다. 
교육에 대한 아름다운 꿈과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살만 칸처럼 꼭 누군가가 유튜브스타가 되고 TED강연에 서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는 그런 스케일이 아니어도, 이 비정한 경쟁교육에 대한 반란을 시도하는 소박한 무리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 책에는 그런 소박한 무리들을 깨워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덧: 제 개인적 관심 때문에 대안교육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대안교육뿐 아니라 공교육의 틀을 어떻게 짤 것인가에 대해서도 유익한 통찰을 많이 주는 책입니다. 교육정책관련하여 일하는 분이나 교직에 계신 분들도 꼭 읽어보세요.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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