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부부의 추천글을 보고 읽게 되었다. 
추천하는 기세를 보면 그 책에 어느 정도 감명을 받았는지 대략 느껴지는데, 추천의 글을 읽다가 어머 이건 읽어야겠네 싶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 탈핵운동가인 저자는 서문에서, 수많은 대중강연을 통해 탈핵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이 책 역시 같은 평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저자가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신 것 같다. 
탈핵운동에 대해 아예 문외환인 나도 책 내용 전부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잘 쓰여진 책이다.
원전이 이토록 위험한 건데 참 무지한 채로 살았구나 탄식이 절로 나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의 세슘오염범위에서 알 수 있듯이, 만약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터진다면 한반도에서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역은 전혀 없다. 내 앞마당만 아니면 된다는 태도의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그 태도가 아무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사고가 핵사고인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힘을 실어야 할 곳이 많이 있지만, 탈핵운동이야말로 우리들의 관심과 돈과 시간과 기도가 많이 모아져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교과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나도 읽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읽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의 시작이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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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저자 오찬호가 '대학의 기업화'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한국인 저자가 쓴, 비슷한 주제의 책으로는 서보명의 <대학의 몰락>이 있는데, 접근방식이 달라서 둘 다 읽으면 서로 보완이 될 것입니다.

<대학의 몰락>은 오늘날의 대학이 자본에 철저히 포섭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참된 공부란 무엇이며 대학의 본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논하는 다소 철학적인 책입니다. 책의 원래 목적이 현실 고발이 아닌데다가, 저자가 미국에 살고 있는 관계로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는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진격의 대학교>는 현재 국내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저자의 직접경험과,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언론에 나타난 사례와 각종 통계자료들을 기반으로 하여 자본에 집어삼켜진 대학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 보여주는 책입니다.

 

책이 보여주는 현실이 너무 암울하여, 읽는 내내 무거운 바위가 가슴을 내리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이런 답답함을 느낀 건, <대한민국 부모> 이후 오랜만입니다. 그러고보니 두 책 모두 교육에 관한 책입니다. 책이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암유발도서라 할만치 읽는 이의 마음이 짓눌리니 이 자체가 비극입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이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 있지만, 그래도 대학생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선교단체 간사들은 오늘날 대학생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대안이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태도가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말하는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대학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 역할을 100% 이상 해낸 책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책이 혹시 <88만원 세대>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우석훈의 <88만원세대>20대들의 연대와 저항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된 책인데, 오히려 20대 독자들에게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각자도생을 모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책도 워낙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책이다보니 책이 의도한 것과 반대방향으로 독자들이 질주하게 만들 위험성도 있어 보입니다. 가령, 대학이 영어를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2장을 읽으며, 대학의 영어몰입이 진정한 배움과 소통을 방해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기보다 영어를 잘 해야 살아남는다. 당장 영어공부하자는 결론으로 향하는 것 같은 일 말입니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2장을 읽으며 우리 아들 영어 어쩌지하며 잠시 멍 때리다가 화들짝 놀란 무려 두살배기아들 아빠의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책이 문제가 아니라 얄팍한 우리가 문제입니다.

결국 이런 책을 오독하지 않을 힘은 지성이나 이해력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치를 좆아 살아가는 삶의 내공과 진정성에 달려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 읽으면 역주행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함께 읽읍시다.

대학마저 집어삼킨 자본의 진격은 거침없지만, 모여앉아 읽고 고민하는 작은 무리를 통해 변화는 시작되리라 믿습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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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본주의는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모호한 개념이라는 설명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책의 말미에 내리는 결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본주의를 설명해냈다"가 아니라 "거봐. 내가 뭐랬어. 정의 안됀댔잖아"입니다. 
저자는 이처럼 정의가 불가능한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스케치에 가까운 방식을 취합니다.
그 스케치에 사용한 세가지 색깔이 '생산, 화폐, 권력'이라는 키워드입니다.
이 세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자본주의의 다양한 특징을 다각도에서 보여준 것이지요.
자본주의를 설명해내고자 시도했던 대가들(리카도, 마르크스, 좀바르트, 베버, 브로델, 베블런)의 이론 역시 이 '생산, 화폐, 권력'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주의, 그거 모호해'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모호한 책인데도, 다 읽고 났을 때에 정말 훌륭한 책이라 느끼는 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맘 잡고 서너시간이면 다 읽을 얇은 책입니다.
그런데 한문장 한문장이 모두 책의 목표에 훌륭히 기여합니다.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습니다.
좋은 책은 쏟아낸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을 구성하는 솜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자본주의 공부 입문서로 강추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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