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1,2>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미야베 미유키의 <낙원><모방범>의 속편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속편이라 할 정도로 전작과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낙원><모방범>의 주요인물이었던 마에하타 시케코가 그로부터 9년 후에 겪게 되는 새로운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모방범>을 읽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독립된 이야기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래도 소설의 초반에는 <모방범> 사건의 트라우마로 9년동안 시게코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방범>의 범인은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등의 내용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끝나버린 <모방범> 이후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작가의 팬서비스라고나 할까요.

작가의 의도이든 아니든 같은 등장인물을 통해 <낙원><모방범>과 연결시킨 것은 꽤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낙원>을 읽게 된 이유도 <모방범>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서였으니까요.

미유키 자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모방범>과 이 책을 연결시킨 것만으로도 <모방범>의 열혈독자들을 꽤 많이 끌어안을 수 있으니, 작품의 주목도에도 판매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합니다.

반대로 <낙원>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경우에도, 저자가 군데군데 심어놓은 <모방범>의 흔적에 호기심이 생겨 <모방범>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놓았습니다.

(독립된 이야기지만 등장인물을 연결시켜 후속작으로 전작을 홍보하는 것 같은 방식은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로 연결된 <누군가><이름없는 독>에서도 나타납니다. 미유키가 즐겨쓰는 수법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독자들은 <낙원>을 저자의 최대 걸작인 <모방범>과 여러 모로 비교하며 읽을 수밖에 없게 되니 이러한 연결은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모방범>만 못해서 실망했다’, ‘아쉬웠다는 소감들도 꽤 눈에 띕니다.

그도 그럴 것이,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박진감이나 몰입도 면에서는 <모방범>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낙원><모방범>과는 다른 그만의 매력을 가진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치유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방범>과는 다른 의미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소설입니다.

추천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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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2, 3>,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드디어 <모방범>을 완주했다.

<모방범>은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의 필생의 역작으로서, '추리소설은 <모방범><모방범> 아닌 것으로 나뉜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독자들의 호들갑스러운 극찬이 쏟아지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경우가 워낙 많아 내심 염려도 있었다.

각 권 모두 오백 페이지가 넘는 책 세 권으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분량인데, 다 읽은 후의 감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천오백페이지에 쏟아부은 나의 시간과 노력은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이 작품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64>http://warinlife79.tistory.com/244와 더불어 내 인생 최고의 추리소설 자리에 성큼 올라섰다.

<64>와의 우열은 가리기가 정말 쉽지 않은 듯 하다.

<64>도 결코 볼륨이 작은 책은 아니지만, <모방범>은 그보다 거의 세배에 가까운 분량이다.

그러므로 대작이 주는 묵직한 감동과 여운이라는 면에서는 <모방범>의 승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볼륨 대비 재미의 양, 그러니까 소위 '가성비'의 관점에서 보면 <64>의 승리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당신이 추리소설에 흥미가 있는 편이라면, 반드시 둘 다 읽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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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미야베 미유키, 청어람미디어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중 하나다.

추리소설을 트릭과 반전 때문에 좋아하는 나는 사회파 추리소설을 읽고나면 뭔가 허전하다.

메시지도 좋고 여운도 남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거다. 

'좋긴 한데 그래도 독자에게 두뇌싸움을 조금만 걸어주지. 둘 다 해주면 금상첨화잖아' 하는 마음이다.

<이유> 역시 전형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이유>는 이 정도 작품성이라면 두뇌싸움 없어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야베 미유키에 열광하는구나 싶었다.

다작의 작가여서 미미월드에 빠졌다가는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미야베 미유키 최고의 수작이라 평가하는 <모방범>을 읽고 미미월드를 졸업하리라 마음먹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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