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 마셜 로젠버그, 한국NVC센터

아내와의 부부싸움 중 자꾸만 상처주는 말을 해서 그 고민을 안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책이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키는 일이 일어나려면, 책 자체도 물론 훌륭해야 하겠지만 그 시점의 독자의 상황과 필요에 딱 맞는 책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이 그랬다. 필요에서 시작된 독서였고, 그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읽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 사고방식과 언어습관 안에 얼마나 많은 판단의 태도와 공격성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발견한 시간이었다.
비폭력대화의 방식을 내 삶에 잘 적용할 수 있다면 관계 속의 많은 갈등과 어려움들이 완화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난 후의 내 일상은 '단지 <비폭력 대화>라는 책을 읽는 것'과 '실제로 비폭력적으로 대화하는 사람이 되는 것' 사이에 얼마나 큰 간격이 있는지를 뼈저리게 확인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한걸음씩 그 간격을 좁히며 걸어가 볼 생각이다.
언젠가 진실로 평화의 사람, 말로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며...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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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망치는 남자>, 도널드 밀러, 옐로브릭

 

저는 도널드 밀러의 책을 참 좋아합니다. 
일견 가벼워보이는 그의 글 속에는 삶을 변화시킬 만한 보석같은 지혜들이 가득합니다.
또한 그 지혜를 훈계조나 설교투가 아니라, 위트 넘치고 가슴 찡한 자기 이야기 속에 담아 진솔하게 전하는 그의 글쓰기 방식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이 책 역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 책은 밀러의 다른 어떤 책보다도 특히 좋았습니다.

사람 웃기는 재주는 여전합니다. 문화 차이와 번역의 문제, 책이라는 활자매체의 한계 등의 여러 제약을 극복하고 서구작가가 한국독자에게 책에서 개그드립을 쳐서 현웃터지게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 읽다가 여러번 현웃터졌습니다.
"돈, 너는 재활을 참 잘해" 
'그 뒤로 나는 가라데 사범이 좋아졌다' 

(이게 뭔지 궁금하면 서점으로...ㅋㅋㅋ)

 

한글제목이 <연애 망치는 남자> (원제는 "scary close")라 마치 연애에 관한 책일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어떻게 나는 나쁜 관계의 습관을 버렸나"라는 부제가 책의 주제를 더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난 세월동안 진실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가로막아온 생각, 신념, 가치관, 습관 등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후 진짜 관계를 맺는 모험 속으로 어떻게 뛰어들게 되었는지 자신의 여정을 솔직하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진짜 사랑하며 사는 삶'이라는 모험을 떠날 수 있도록 자신을 도와준 아내 벳시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와 더불어 책이 다루고 있는 영역은 연애, 결혼, 우정, 육아, 가족, 직장, 공동체 등 매우 다양합니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감정을 느꼈습니다.
저자의 옛날 모습과 내 현재 모습이 매우 비슷함을 보면서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그 사실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자를 진실한 삶으로 이끌어간 동료들을 보며 여러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있나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8년째 결혼생활을 해오지만 여전히 때로는 많이 삐걱거리고 갈등하며 그래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소중한 아내도 생각났습니다.
'아내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아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돕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용기를 내어 부탁하자'는 결심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두려워하던 저자에게서 제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깨달음처럼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능력이나 성취의 문제가 아니라 정직함에 달려있다면, 저 역시 노력해볼 수 있겠다는 격려도 받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의 울림이 매우 컸습니다.
이 책이 제 마음의 표면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깊숙한 지점을 두드리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는 책을 통해 마음을 두드리시는 주님의 인도를 따라가느냐 그냥 읽고 넘기느냐에 달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그 인도하심을 충실히 따라가서 지금보다 더 진실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된다면, 이 생에서든 훗날 주님의 나라에서든 꼭 도널드 밀러를 만나 인사하고 싶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정직하고 용기있는 글을 써줘서 고맙다'고 말입니다.

재주없고 재미없는 사람들이 보통 취미가 독서라고 말한다는데 제가 그렇습니다. 
물론 독서광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 나이의 평균적인 사람들보다는 약간 더 많은 책을 읽은 거 같습니다. 
그렇게 읽었던 책들 중에서 제 인생의 가장 좋은 책 다섯 권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거기에 집어넣을만한 책입니다.
진실하게 사랑하며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결심이 무뎌지고 삶의 초점이 흐려질 때, 간간히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제 책장 속 가장 손에 잘 잡히는 자리에 놔두고 싶은 책입니다.

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너무 극찬 일색이라 맘에 걸리지만 모두 진심이라 뺄 말이 없습니다.
도널드 밀러의 <연애 망치는 남자> 정말 강추합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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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 엄기호 / 하지현, 위고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인 사회학자 엄기호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이 한국사회에서의 공부의 의미에 대해 논한 대담집이다.

저자들에 의하면, 한국사회에서 '공부중'이라는 스테터스는 전가의 보도로 쓰이고 있다. 

공부는 개인에게는 현실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유예하는 도피처 역할을 하고, 통치권력에게는 각 사람에게 충분한 자리를 배분해주지 못하는 것이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 더 준비되어야 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과 통치권력의 필요들이 절묘히 맞아들어가, 많은 사람들이 '공부중'인 상태에 머물러 삶의 다음 단계를 유예하고 살아가는 현실을 저자들은 "공부중독사회"로 규정한다.

그러한 공부중독의 다양한 양상과 해악을 논한 후에, 삶을 유예시키는 공부가 아니라 용기있게 자기 몫의 삶에 부딪혀 살아가게 만드는 진짜 공부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논하는 책이다.

엄기호 선생이 주는 묵직한 통찰과 예리한 문제의식 그리고 하지현 선생의 박학다식함이 잘 어우러진 좋은 대담집이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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