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장강명, 은행나무

국정원 댓글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소설로서, 제3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다.
내가 읽은 장강명의 첫 소설인데, 사람들이 왜 장강명 장강명 하는지 이 한 권으로도 충분히 알 것 같다.
이게 이미 일어난 일, 또는 앞으로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한 일을 가지고 쓴 소설이라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싶지만, 소설 속에 나타나는 유흥, 접대 문화에 대한 선정적인 묘사가 추천을 주저하게 만들기는 한다. 
굳이 그 정도의 분량과 횟수로 다루어야 했나 불편한 마음도 있었지만, 단지 독자의 흥미유발을 위해서만 넣은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댓글조작 배후에 있는 이들의 비도덕성, 그리고 댓글조작요원들의 찌질하고 안쓰러운 삶을 보여주는데 필요한 부분이었던 거 같다.

아무튼 강추한다.
읽고 '와, 이런 세상이구나' 깨닫고 정신 바짝 차리고 살자.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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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한창 붐일 때도 관심없었고 저자의 최근 강연꼬장사태 이후 더욱 관심없었는데, 스승님이 빌려주시면서까지 강추하셔서 읽게 된 책이다.


'(근대) 규율사회가 (후기근대) 성과사회로 전환되면서 타자에 의한 착취가 자기 착취로 바뀌었고, 그 자기착취의 결과로 나타나는 대표적 병리현상이 우울증'이라는 저자의 진단은 매우 예리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타자에 의한 착취가 자기 착취로 바뀌었다는 진단에는 절반 정도만 동의하게 된다.
나는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도 여전히 타자에 의해 착취당하는 사회다.
다만 지배자들이 피지배자들을 더 쉽게 착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 바로, 개인의 욕망과 두려움을 자극하여 스스로 열심히 자기착취하며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급모순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해소된 독일 같은 곳에서는 저자의 진단이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사회에는 차라리 오찬호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에서 보여준 진단이 더 적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 대단한 통찰력을 가진 학자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느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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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베스트로 꼽는 책입니다.
매우 동감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뿐 아니라 살면서 읽은 모든 추리소설 중에서도 두 세 손 안에 꼽힐만합니다.
추리소설을 몇 권이나 읽었다고 그런 말을 하나 싶으시겠지만, 사실 저는 중고등학생 시절에 추리소설매니아였습니다.
대부분의 추리명작들은 모두 섭렵했고,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은 국내 출간된 것은 거의 다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것도 추리소설에 빠지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습작으로 몇 개 끄적여보기도 했는데, 그 때의 아이디어가 가끔 떠오르면 이불킥을 할 정도로 조잡합니다.ㅋ
이 책을 읽고난 후 추리소설작가 되기를 일찍 포기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습니다.
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천재가 세상에 있음을 감사하며, 놀라고 감탄하는 독자의 역할에 저는 만족합니다.^^
이러다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다 읽겠다고 덤비게 될까봐 겁이 나서 다른 장르의 책으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그만큼 대단한 작가네요.
혹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 <악의>를 뛰어넘는 책이 있다면 제보 부탁합니다.
제보해주시면 그것만 읽고, 없으면 한동안 이 분 책은 멀리하려구요.ㅋㅋ

(덕질을 피하려고 몸부림치는 중입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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