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문학동네

 

공모전 싹쓸이(?) 작가 장강명의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시간순서를 뒤섞은 독특한 서술방식, ‘우주알이라는 SF스러운 소재의 도입 등 기법상 흥미로운 점이 매우 많은 소설이다.

하지만 단지 그러한 독특하고 현란한 문학적 장치로만 승부하는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을 묵직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댓글부대>를 쓴 이가 <그믐>을 쓴 이와 동일인이라니, 작가의 스펙트럼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그래서 장강명에 연달아 놀란 나는 이제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그의 소설 <표백>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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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창해

 

한 작가의 최고의 작품은 가장 마지막에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최고의 작품이 준 충격과 감동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져버려 다른 작품들에 만족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독서는 매우 악조건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히가시노 게이고 베스트로 인정하는 <악의>를 읽고나서 만난 동일저자의 첫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 악조건을 감안해서 본다면, 매우 훌륭한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했지만, 어떠한 낚시도 없이 모든 떡밥을 수거했다.

(나는 자신이 던진 떡밥을 모두 수습해내는 것을 추리소설작가의 최고의 미덕으로 본다. 그걸 못 해내면 미드 <로스트> 같은 꼴이 난다.)

이 책도 수작이다.

만루홈런의 감동 이후에 친 안타 역시 깨끗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훌륭한 작가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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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요코하마 히데오, 들녘

 

존경받는 고위 경찰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수했다. 치매에 걸린 아내의 애원에 의한 촉탁살인이다.

그런데 범행 후 자수하기까지 이틀의 행적이 묘연하다.

그 이틀의 행적을 밝히려는 자들과 묻어두려는 자들 사이의 대결이 <사라진 이틀>을 이루는 스토리라인이다.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가진 소설은, 결국 그 이틀의 전모가 드러날 때 독자에게 충격 또는 감동을 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납득할 만한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오직 사라진 이틀에 대한 것으로만 소설 전체를 끌고 가기에, 읽다보면 심지어 작가가 걱정이 되기까지 한다.

'마무리를 잘 해야 할 텐데...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러지...'

그럼 결말은 어떨까?

이 소설은 나오키상의 결선까지 올라갔다가 낙선했는데, 평론가들이 제시한 낙선사유가 '결말의 현실성 결여'였다고 한다.

이 낙선사유는 이후 평론가와 대중 사이의 논쟁으로까지 번져가기도 했으나, 이 소설은 그 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1위에 올라 작품성 논란을 불식시켰다(나오키 의문의 1).

이 일로 저자가 '나오키상과 결별선언'까지 했다고 하니, 이 분도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쓰고 한성깔한다고 읽는다...^^;)한 것 같다.

나 역시 나오키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결말은 나에게 매우 만족스러웠다. 충분히 수작이라 할만하다.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푹 빠져 있던 내게, <사라진 이틀>은 요코하마 히데오라는 이름은 내 뇌리에 분명하게 각인시킨 소설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요코하마 히데오의 대표작<64>로 주저없이 내달린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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