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헹엘의 <유대교와 헬레니즘>은 기원전3~2세기 유대교 연구에 있어서, 역사비평의 모양을 취하고 있지만 결국은 탈역사적이고 추상적 신학으로 흘러간 불트만학파와, 반지성주의를 경건으로 착각하는 무비평적인 근본주의의 양극단 모두를 극복해낸 탁월한 작품이다.

역자는 마르틴 헹엘의 학문적 엄밀성을 "신학적 해석은 '진공'에서 나올 수는 없으며, 반드시 역사적 자료의 연구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는 확신에서 나온" 것이라 평했는데, 실제로 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연구의 치밀함과 방대함은 가히 지독하다 할 정도다.
어마무시하게 쏟아지는 자료들, 그리고 가설, 검증, 반론의 끝없는 파노라마를 정신을 잃지 않고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완독의 유익과 보람은 그간의 고생을 넉넉히 덮고도 남았다.
옮긴이 해제를 읽다가 얻은 감동은 덤으로 얻은 선물이다.

"마르틴 헹엘은 83세가 되던 해인 2009년, 7월 2일 새벽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임종 이틀 전에 그를 지켜본 그의 제자이며 후계자인 리히텐베르거는 그가 죽음을 앞두고 누가복음 2:29~30의 시므온이 한 말을 암송하는 것을 듣는다.
"주님, 이제 주님께서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이 종을 세상에서 평안히 떠나가게 해주십니다. 내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리히텐베르거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진정 당신은 많은 사람이 이 구원자를 볼 수 있도록 가르쳤습니다." 
이 생전의 마지막 대화가 보여주듯이 그의 신학의 중심은 예수가 진정 이스라엘의 메시야요 하나님의 영원한 아들이라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증언하는데 있었다."
- 박정수, '마르틴 헹엘의 <유대교와 헬레니즘>에 대한 옮긴이 해제' 중에서

경건과 학문을 함께 붙들었던 그의 평생의 삶이 임종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숙연해졌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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