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나온 기독서적 중 가장 Hot of Hot한 책을 꼽으라면 바로 이 책이지 싶습니다.

이 책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근대 이후 기독교가 세상과 관계 맺어온 방식의 세가지 주된 지류라 할 수 있는 기독교 우파, 기독교 좌파, -재세례파가 가진 세상변혁의 비전을 인정사정없이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그럼, 저자가 책 대부분을 들여 신랄하고 예리하게 쏟아내고 있는 비판을 정말 초(?)간단하게 요약해보겠습니다.

기독교우파와 좌파는 (비록 그들의 의제는 상이할지라도) 양자 모두 사회참여의 형식과 태도에 있어서 콘스탄티누스적이기 때문에 틀렸다. 그리고 신-제세례파는 앞선 두 유형과 달리 탈-콘스탄티누스적 태도를 가진 것까지는 매우 옳았으나 세상에 대해서 비참여적이기 때문에 틀렸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대안인 신실한 내적 현존(위 비판에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듯이) 한마디로 말하자면 '-콘스탄티누스적 참여'라 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신실한 내적 현존이 무엇인지 더 듣고 싶다면 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대단한 책입니다.

비판과 문제제기가 예리할수록 대안제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 마련이고, 대안이 부실할 경우의 실망감도 커질 위험성이 있는데, 책의 마지막 몇 챕터에 제시된 짧은 분량의 대안제시에서도 여러 가지의 깨달음과 자극이 밀려와서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첫째, 책이 비판에 할애하는 분량에 비해 대안 제시의 분량이 턱없이 적습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탁월한 글쓰기 능력으로 인해 '신실한 내적 현존'에 대한 대략의 스케치가 독자들이 감을 잡을수 있을 정도로는 전달된다 싶었지만, 대안 제시의 분량을 좀 더 늘려서 풍부한 개념정리와 사례들을 제시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둘째, 기독교 우파와 좌파에 대한 양비론에 가까운 비판은 다소 거슬렸습니다.

'반대''부정'를 통해서만 의제를 설정하는 태도가 가지는 위험성에 대한 비판은 매우 예리하고 저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점도 있었지만, 불의에 대한 반대와 저항이 가지는 가치를 지나치게 평가절하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분노가 추동하고 반대와 부정으로 표현된 의제설정은 기독교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좌파와 우파의 의제를 모두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적 태도는 굿모닝목사의 관점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해 불편했습니다.

또한 의제의 내용도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하고 태도에 있어서의 정도 차이도 반영되어야 하는데, '콘스탄티누스적이며 지나치게 정치적이다'는 평가로 기독교우파와 싸잡아 묶이는 것은 일부 기독교좌파들에게 다소 불공정한 평가가 아닌가 싶었습니다(아무리 그래도 짐 월리스와 제리 폴웰이 동일하게 콘스탄티누스적일리가요!).

셋째, 정치참여에 대한 부정적 태도도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저자가 말하듯이 기독교가 각자의 자리에서의 신실한 내적 현존을 통해 공공선에 기여하는 것을 통해 세상의 샬롬에 기여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면, 그 신실한 내적 현존의 자리로서 정치 역시 매우 중요한 참여공간이 될 것입니다. 정치참여에 대한 지나친 평가절하는 저자의 대안과 신-제세례파의 태도와의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넷째, 비판에 있어서 단순화의 위험성도 눈에 띕니다. 저자는 기독교좌파와 우파 모두 공적이지만 정치적이지는 않은 사회참여를 할 줄 모른다고 비판하지만, <하나님 편에 서라>를 보면 짐 월리스가 공공선 형성에 있어서 정치적 접근뿐만 아니라, 저자가 말하는 신실한 내적 현존에 해당하는 접근도 매우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딱히 저에게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기독교우파에도 이런 방식의 접근이 전혀 없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대안을 독특한 것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기존 것들을 단순화시키다보면 거기에는 왜곡의 위험성이 항상 뒤따르게 됩니다.

 

쓰다보니 아쉬운 점의 분량이 꽤 많아졌지만, 이처럼 장단점에 대해 쏟아낼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 이 책이 얼마나 훌륭한 책인지를 보여줍니다.

한 기독출판인이, 바르트의 경우를 패러디하여, 이 책을 '복음주의 놀이터에 떨어진 폭탄 같은 책'이라고 표현했는데, 완독한 후에 받은 느낌은 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읽고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S. J.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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