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의 시대> : '대한민국 부모' 저자들이 말하는 우리 시대 이야기
개인적인 관심도 있고 강의준비도 할 겸하여, 세태에 대해 분석하는 책들을 연달아 읽고 있는 요즘입니다.
비슷비슷한 내용들에 심드렁해질 때쯤에, <대한민국 부모>의 저자들이 쓴 이 책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부모>는 제가 올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으로, 같은 저자가 쓴 다른 책이 있다면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인지, 이 책은 그만큼 좋지는 않았습니다.
시대에 대한 저자들의 분석과 통찰도 특별할 것 없었고, 다른 책들에서 나온 내용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인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이 책은 특정 세대에 대해 분석하는 세대론이라기보다는, 우리 시대의 병폐가 세대에서 세대로 어떻게 대물림되어가는지를 말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마치 시대의 문제가 특정세대에 집중되어 있기라도 하다는 듯 단순화하는 세대론의 함정을 피하고 있습니다.
둘째, <대한민국 부모>에서도 그랬듯이, 이 책에서도 저자들의 따뜻한 시선이 좋습니다.
교육현실을 고발한 많은 책들 중에 <대한민국 부모>가 유독 좋았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저자들의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저자들은 그 책에서 참담한 우리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지만, '이게 다 부모 때문이다, 교사 때문이다, 교육정책입안자들 때문이다' 하는 식의 접근을 취하지는 않습니다.
자녀가 미칠때까지 공부로 몰아붙여대는 엄마도, 침묵으로 거기에 동조하는 아빠도, 입시지옥훈련의 조교가 되어 있는 교사도 그들 각자가 살아온 아픈 삶이 있음을 담담히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 책을 읽고나면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는, 책을 서로에게 건네면서 '우리 다 잘 해보려고 그런 거지요. 그런데 결국 이 지경이 되었으니 이제 다르게 사는 법을 생각해봐요'라고 말하고 싶게 만듭니다(이건 애완의 시대 소개인가 대한민국부모 예찬인가ㅋ).
이 책 역시 그렇습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살고 있는 아픈 삶과 그들의 부모세대가 헤쳐나온 아픈 삶을 이야기하는 저자들의 시선이 참 따뜻합니다.
책에 한 중년가장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식 키워내는데 평생을 바쳤고 이제 달랑 남은 것은 대출빚끼고 산 아파트 한 채뿐인 그에게는 그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이 노후를 향한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래서 부동산활성화에 대한 기대(그럴리가!!)를 가지고 이명박근혜에게 표를 던집니다. 그들을 '가치가 아닌 욕망에 표를 던졌다'며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이 시대의 문제를 풀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물론 그 선택을 인정하는 것도 해법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책을 쓰던지, 이처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책을 쓴다는 것이 저자들이 가지는 강점이자 특별한 기여인 것 같습니다.
두어시간이면 후루룩 다 넘어가는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